1억 5천만원의 무게
그날 밤, 나는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서 있었다. 왼쪽에는 내가 몸담은 거대한 정부서울청사가 서늘한 권위로 나를 짓눌렀고, 오른쪽에는 닿을 수 없는 욕망처럼 빛나는 도심의 마천루들이 나를 조롱했다. 나는 그 경계에 선, 길 잃은 유령이었다.
귓가에는 오늘 아침 뉴스에서 들었던 한 청년의 절규가 이명처럼 맴돌았다.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에요. 제 인생의 가치가 떨어지는 겁니다.” 그 말은 비수가 되어 내 심장에 박혔다. 마치 전세사기로 전 재산을 잃고 길바닥에 나앉게 된, 숫자와 보고서로 평가받는 나 자신의 가치에 대한 선고처럼 들렸다. 대한민국 주택정책과 7년 차 주무관. 나는 그들의 삶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었지만, 내가 한 일이라고는 실패한 보고서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뿐이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 거대한 도시는 이미 병들어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섬에 갇혀, 불안과 욕망이라는 열병을 앓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모두가 함께 침몰할 것이 자명했다. 누군가는 항로를 바꿔야만 했다. 그것이 설령 거대한 폭풍 속으로 키를 돌리는 무모한 항해일지라도.
나는 결심했다. 이 괴물의 심장부로 직접 걸어 들어가, 가장 아픈 곳을 찌르기로. 그것이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었다. 나는 주머니 속에서 차갑게 식은 휴대폰을 꺼내, 하얀 메모장 화면에 첫 문장을 입력했다.
'대한민국 주거,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안합니다.'
나의 길고 외로운 전쟁은, 그날 밤 광화문의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