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블루스 3편 - 에필로그

1억 5천만원의 무게

by sarihana

에필로그 : 이름 없는 벽돌공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더 이상 신문 1면에 오르내리는 ‘주거 안정의 설계자’가 아니었다. 정년을 몇 년 앞둔, ‘주거재생과’의 평범한 5급 사무관 김현우. 그것이 지금의 나였다.


나는 오늘, 내가 처음으로 ‘도심 상생주택’을 지었던 신림동 언덕의 작은 마을 회관에 앉아 있었다. 오늘의 안건은 ‘골목길 화단에 심을 가을꽃 종류 정하기’. 백발이 성성한 주민들과 앳된 청년들이 모여, 국화가 좋으니 코스모스가 좋으니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나는 주최 측이 아닌, 그저 한 명의 주민 자격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의 전세금은 수년의 소송 끝에 아주 일부만 돌려받았고, 나는 그 돈으로 이 동네에 작은 집을 얻었다. 나는 거대한 도시의 설계자가 되지 못했다. 대신, 이름 모를 마을의 작은 길을 내고 낡은 담벼락을 보수하는 '벽돌공'이 되었다. 어쩌면 내가 진정으로 해야 했던 일은, 처음부터 그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더 이상 길 잃은 유령이 아니었다. 마침내 돌아갈 집을 찾은, 이름 없는 벽돌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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