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은 밤에 핀다.
사람들은 법의 여신이 눈을 가린 이유가 공정함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나는 그 눈이, 차마 외면하고 싶은 진실의 참혹함 때문에 스스로 감아버린 것이라 믿는다. 그날, 내 눈앞에서 진실이 어떻게 조각나고 짓밟히는지 목격한 이후로, 나는 단 한 번도 법정이 정의를 지켜낸다고 믿은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법정은 진실을 가리는 성역이 아니라, 가장 화려한 거짓말을 공연하는 극장이다. 검사는 대중의 갈채를 받는 비극을 쓰고, 변호사는 의뢰인의 안위를 위한 희극을 쓴다. 그리고 판사는, 그날 가장 연기를 잘한 배우에게 트로피를 건네는 심사위원일 뿐이다. 진실은 조명 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다음 막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이름 없는 대역 배우에 불과하다.
변호사의 의무는 의뢰인을 변호하는 것이다. 설령 그 의뢰인이 사회가 손가락질하는 악마일지라도, 법은 그에게도 방어할 기회를 주라고 명한다. 하지만 내가 변호해야 했던 남자는 피 냄새를 풍기는 야수가 아니었다. 그는 분노나 탐욕 같은 원초적인 감정으로 움직이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법이라는 악보를 완벽히 이해하고, 인간의 심리라는 악기를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지휘자에 가까웠다. 법정은 그의 무대였고, 나와 검사, 판사 모두는 그의 거대한 교향곡을 완성하기 위한 연주자들에 불과했다.
만약 당신의 손에 악마의 목줄이 쥐어져 있다면, 당신은 그 줄을 당길 것인가, 아니면 놓아줄 것인가.
이것은 그 정답 없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처절한 대답이자, 변호사의 의무라는 이름 아래 괴물의 공범이 되어야 했던 한 남자의 고백이다.
상자가 배달된 것은 자정이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나는 텅 빈 국선 변호사실 소파에 누워, 싸구려 위스키로 얼룩진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국선 변호사실의 공기는 언제나 같은 냄새가 난다. 눅눅한 서류의 먼지 냄새, 식어버린 인스턴트커피의 시큼한 냄새, 그리고 수많은 패배가 남기고 간 희미한 절망의 냄새. 세상의 모든 소음이 잠든 시간, 낡은 형광등의 신경질적인 울음소리만이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승리는 달콤해야 했다. 하지만 나의 승리는 이 싸구려 위스키처럼, 목구멍을 태우고 지나가 위장에 쓰라린 상처만 남겼다. 나는 이겼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바로 그때, 정적을 깨고 퀵서비스 기사가 놓고 간 작은 상자만이 생뚱맞게 내 책상 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발신인은 없었다.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천근만근이었지만, 무언가에 이끌리듯 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검은색의, 아주 평범한 선물 상자. 하지만 그 표면의 매끄러운 감촉에서, 나는 법정에서 마주했던 그의 완벽하게 다듬어진 거짓 미소를 떠올렸다. 손이 떨렸다. 나는 어쩌면 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변호사의 손은 서류를 열고 사실을 파헤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이 상자 안에는 사실이 아닌, 내가 세상에 팔아넘긴 이야기의 끔찍한 '후기'가 들어있을 터였다.
상자를 열자, 향기가 먼저 나를 덮쳤다. 그 향은 장례식장의 흰 국화보다도 무거웠고, 내가 변호했던 수많은 시신들의 사진 속에서 피어 나오던 바로 그 '정원사'의 냄새였다. 살아있는 자의 숨을 옥죄는, 우아한 죽음의 향기. 달콤했지만, 그 끝에는 죽음의 서늘함이 뱀처럼 혀를 날름거렸다.
검은 벨벳 위, 갓 꺾은 듯 싱싱한 새하얀 치자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그 꽃은 이 누추한 사무실의 모든 것을 비웃듯,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하고 순결했다. 마치 방금 전까지 누군가의 차가워진 심장 위에 놓여 있었던 것처럼. 그것은 선물이 아니었다. 판결문에 찍히지 않은, 마지막 증거물이었다.
그리고 그 꽃 아래, 작게 접힌 메모지 한 장.
나는 떨리는 손으로 메모를 펼쳤다. 감정 한 점 섞이지 않은, 타이핑된 단정한 글씨가 사형선고문처럼 내 눈에 박혔다.
나의 변호사님께. 당신이 설계한 자유 위에서, 나의 정원은 비로소 만개합니다. 다음 꽃은,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나는 메모를 떨어뜨렸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아득하게 보였다. 저 수많은 불빛 아래, 내가 풀어준 악마가 지금 어디선가 다음 무대를 준비하고 있을 터였다.
길고 긴 재판은 끝났다. 그리고 이제, 진짜 심판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