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뷔페 (확장판) - Part1

by sarihana

제1부: 공허한 초대장

제1장: 텅 빈 접시


졸업식장의 열기가 숨 막히게 다가왔다. 단상 위 총장의 연설은 의미 없는 소음이 되어 귓가를 스쳐 지나갔고, 빌려 입은 가운 안으로 스며드는 눅눅한 공기는 꼭 내 불안의 무게 같았다. 수천 명의 학사모가 만들어낸 검은 물결 속에서 나만이 외딴 섬처럼 표류하고 있었다. 모두가 지난 4년의 결실을 자축하며 미래를 향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지만, 내게 졸업은 마침내 당도한 거대한 절벽이었다.


"…여러분의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총장의 목소리가 확신에 찬 어조로 강당을 울렸을 때, 나는 오히려 숨이 턱 막혔다. 무한한 가능성. 그것은 내게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내 머릿속에는 거대한 뷔페가 펼쳐졌다. 긴 테이블 위에는 '개발자'라는 이름의 화려한 랍스터 요리, '벤처 투자가'라는 고급 스테이크, '데이터 과학자'라는 정교한 디저트가 끝도 없이 놓여 있었다. 동기들은 저마다 접시를 들고 환호성을 지르며 원하는 음식을 산더미처럼 쌓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뷔페 입구에서 텅 빈 접시만 내려다본 채, 단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부터 맛봐야 할지, 어떤 것이 내 입맛에 맞을지, 만약 첫 번째 음식이 맛없으면 어떡해야 할지, 그 끝없는 질문들이 내 발목에 족쇄를 채웠다.


마침내 내 이름이 호명되었다. 기계적으로 단상에 올라가 땀으로 축축한 손에 졸업장 통을 건네받았다.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와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미소는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모두가 내게 박수를 보냈지만, 그 소리는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향한 공허한 메아리 같았다. 나는 텅 빈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단상에서 내려오자마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마크가 어깨를 툭 쳤다. 그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눈은 의심의 여지 없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봐, 졸업 축하해! 믿어지냐, 우리가 드디어 해냈어! 난 다음 주부터 구글로 출근이야. 너는? 혹시 그 스타트업 계속 다니는 거야, 아니면 다른 계획이라도?"


그의 가시 돋친 친절함이 심장을 찔렀다.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얼버무렸다. "아직... 생각 중이야. 좀 쉬면서." "하긴, 너 정도 실력이면 어딜 가든 환영이지! 그래도 너무 오래 쉬지는 마. 실리콘밸리는 1분 1초가 다르다고!"


마크는 악의 없이 내 등을 두드리고는 다른 친구들에게로 달려갔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생각 중'이라는 말은 '아무 계획 없음'의 다른 표현일 뿐이었다. '실력'이라는 그의 칭찬은 오히려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22세, 대학 졸업.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말이 도리어 저주처럼 무겁게 내려앉았다. 하나의 요리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수많은 요리를 맛볼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자신만의 코스 요리를 정하고 맹렬히 달려가는데, 나는 여전히 뷔페의 입구에서 헤매고 있었다.


'이 길이 내게 맞지 않으면 어떡하지?', '더 나은 선택이 있었는데 놓친 거라면?'


식이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인파 속에서 부모님을 만났다. 어머니는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고, 아버지는 말없이 내 어깨를 꽉 쥐었다. 그들의 자랑스러운 눈빛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나를 짓눌렀다. 나는 그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밤늦게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축하 파티의 소음은 멀어지고, 방 안에는 적막만이 가득했다. 불을 켜자, 책상 위에 놓인 하얀 이력서 용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마치 뷔페 테이블 위에 놓인 나의 텅 빈 접시 같았다. 무엇 하나 담아내지 못한, 그래서 더 초라하고 막막한. 나는 의자에 앉아 깜빡이는 커서만 한참을 응시했다. 무언가 써 내려가야 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그 하얀 공백 위로 고개를 떨구었다. 내 스물두 살의 졸업은, 그렇게 막막한 어둠 속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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