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다운로드하는 시대
일 년 후, 나는 낡은 기타 케이스를 들고 라이언과 함께 작은 인디 게임 페스티벌의 소란스러운 홀에 서 있었다.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아래, 수많은 관람객들의 소음과 화려한 게임 부스들이 만들어내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뒤섞였다. 바로 우리 옆 부스는 뉴럴링크의 후원을 받은 듯한 '이터널 에덴'이라는 게임이 번쩍이고 있었다. 새하얀 부스 안에서 플레이어들은 최첨단 VR 기기를 쓴 채 미동도 없이 완벽한 가상현실을 체험했고, 그들의 얼굴에는 오차 없이 조율된 평온한 미소만이 떠 있었다.
우리의 게임 '버그의 연대기' 부스는 그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구석에 자리 잡은 부스는 화려한 장식 하나 없었고, 게임 그래픽은 조악했다. 가끔 캐릭터가 엉뚱한 벽에 끼기도 했고, 의도치 않은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버그 투성이'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터널 에덴' 부스에는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살아있는 소음이었다. 버그 때문에 좌절한 플레이어가 욕설을 내뱉고, 그걸 해결하려 옆 사람이 끼어들며 시끄러운 토론이 벌어지고, 마침내 해결했을 때 함께 환호하는 날것의 감정들이 폭발하고 있었다.
"이 게임, 이상한데 재밌어요!" 한 소년이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칩이 주입하는 완벽한 행복이 아닌, 놀라움과 즐거움이 뒤섞인 진짜 표정이 있었다. "제가 직접 버그를 찾아서 해결하는 비밀 미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때, 프레스 명찰을 목에 건 한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는 유명 게임 리뷰어였다. 그는 잠시 게임을 해보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의도는 알겠습니다만, 이건 그냥 미완성 게임 아닌가요? '불완전함'이라는 말로 기술력 부족을 포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버그와 철학적인 불완전함은 다른 문제죠."
그의 날카로운 질문에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칩 제거 후 내가 느꼈던 세상을 떠올리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칩을 제거하고 나서야 세상의 모든 소리가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완벽하게 조율된 소음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불협화음이요. 저희는 완벽한 제품을 만든 게 아닙니다. 그 불협화음을, 때로는 실패하고 좌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그 느낌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세계를 만들고 싶었을 뿐입니다."
리뷰어는 내 대답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무언가 흥미롭다는 듯 수첩에 메모를 남기고 돌아섰다.
라이언과 나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우리의 비효율적인 열정이, 우리의 땀과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질문이 된 것이다. 우리는 대상을 받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그날 밤, 페스티벌이 끝나고 돌아온 라이언의 아파트에서, 우리는 작은 성공을 자축했다. 나는 낡은 기타를 들고, 게임의 배경음악으로 만들었던 서툰 멜로디를 연주했다. 삐걱거리고 불안정했지만, 그 소리에는 칩을 제거한 후 내가 걸어온 모든 길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졸업식장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수많은 가능성 앞에서 텅 빈 접시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던 스물두 살의 나. 나는 그 거대한 뷔페에서 아무것도 담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처음으로 내 접시 위에 무언가를 올렸다. 그것은 뷔페의 화려한 요리가 아니었다. 오늘 하루 종일 사람들이 보여준 날것의 웃음과 좌절, 그리고 환호성. 라이언과 함께 밤을 새우며 나눈 열정과 땀방울. 이 모든 것이 뒤섞인, 투박하고 엉성하지만 분명히 나의 손으로 만든 '첫 번째 요리'였다.
나는 연주를 멈추고 라이언을 보며 말했다.
"있잖아, 라이언... 오늘 처음으로 내 접시가 비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
라이언은 말없이 웃으며 내게 맥주 캔을 건넸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나의 이야기가 담긴 진짜 음악과 진짜 우정이 우리의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그날 밤, 처음으로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