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뷔페 (확장판) - 에필로그

삶을 다운로드하는 시대

by sarihana

에필로그


'영혼의 백신'이 퍼진 세상은 혼돈에 빠졌다. 수십 년 만에 진짜 고통과 불안을 마주한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고, 사회 시스템은 마비되었다. 완벽하게 운행되던 지하철이 멈췄고, 금융 시스템은 붕괴했다. 거리는 공포와 혼란에 빠졌지만, 그 혼돈 속에서 새로운 싹이 트고 있었다. 완벽한 뷔페는 문을 닫았다. 대신 사람들은 각자의 부엌에서 서툰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무너진 도시의 한복판, 작은 광장에 서 있었다. 주변에는 나와 같은 '비타 렌타'들과, 이제 막 진짜 세상을 배우기 시작한 옛 '알고리즘 세대'가 뒤섞여 있었다. 엘리아는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있었고, 라이언은 아이들에게 코딩이 아닌, 나무 블록 쌓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광장 한쪽에서 한 아이가 흙바닥에 넘어져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엄마는 당황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했다. 칩이 있었다면 즉시 '안정' 데이터를 전송했겠지만,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서툰 몸짓뿐이었다. 그녀는 망설이다 아이에게 다가가, 어색하지만 따뜻하게 아이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 비효율적이고 서툰 위로의 풍경이, 내가 본 그 어떤 완벽한 장면보다 아름다웠다.


나는 낡은 기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이 혼란스럽고, 고통스럽고, 불완전하지만 진짜 살아있는 세상을 위해 새로운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삐걱거리는 첫 음이 울려 퍼지는 순간, 광장의 모든 소음이 잠시 멎었다. 사람들은 내 서툰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어디선가 또 다른 서툰 휘파람 소리가, 아이의 엉터리 노랫소리가 나의 멜로디에 더해지기 시작했다.


내 접시는 더 이상 비어있지 않았다. 때로는 짜고, 때로는 싱겁고, 가끔은 타버리기도 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가 이제 막 담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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