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kushima Tape 1편 - Part1

마지막 밸브

by sarihana

1부: 고스트 타운의 메아리

1장. 도시의 비명


2011년 3월의 아침 공기는 여느 때처럼 서늘하고 평온했다. 원자력 안전위원회 소속의 유진은 막 내린 커피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았다. 이른 아침의 정적, 희미하게 들려오는 신문 배달부의 오토바이 소리, 창문으로 스며드는 잿빛 새벽빛. 어제 제출한 원자력 발전소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의 마지막 문단을 떠올리며 그는 습관처럼 TV를 켰다.


순간, 평범했던 일상의 모든 소음이 하나의 거대한 굉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거대한 해일에 집어삼켜진 해안 도시, 그리고 그 끝에서 괴물처럼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원자력 발전소. 긴급 뉴스를 알리는 앵커의 목소리는 다급했지만, 화면 속의 현실감 없는 풍경에 비하면 오히려 차분하게 들릴 정도였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1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진의 손에서 커피 잔이 미끄러졌다. 뜨거운 액체가 카펫 위로 쏟아지며 얼룩을 만들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오직 한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상공을 뒤덮은 헬리콥터들이 마치 거대한 상처 위에 소독약을 뿌리듯, 하얀 모래와 붕산을 필사적으로 쏟아붓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은 거대한 연기 기둥 앞에서 무력해 보였다.


그 모습. 잿빛 연기와 하얀 가루가 뒤섞여 하늘을 뒤덮는 광경.


유진은 숨을 쉴 수 없었다. 잊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뇌의 가장 깊은 곳, 두꺼운 벽을 쌓아 봉인해두었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이 스크린을 찢고 그의 거실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코끝에 희미한 오존 냄새가 스치는 듯했고, 혀에서는 쇠 맛이 느껴졌다. 25년 전, 지도의 한 점에 불과했던 낯선 도시의 이름이 그의 귓가에 비명처럼 울렸다. 체르노빌.


TV 속의 도시는 후쿠시마였지만, 유진에게는 그저 하나의 이름, 하나의 악몽일 뿐이었다. 그는 마른 입술을 달싹였다.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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