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확장판) - Part3

마지막 기록자

by sarihana

2025년 3월: 숫자로 예고된 재앙


봄이 오는 길목이었다. 꽁꽁 얼었던 땅이 녹고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 희미하게나마 연둣빛 물이 오르는 계절. 그러나 그날 아침, 스마트폰 액정 위로 떠오른 헤드라인은 이제 막 시작되려는 봄의 기운을 단숨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2050년, 65세 이상 인구 40% 육박. 피할 수 없는 재앙의 서막.'


그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미래에 대한 사망 선고처럼 다가왔다. 2050년, 나는 70대 노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 내 아들은 40대 중반, 지금의 나처럼 한 가정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겠지. 과연 내 아들은 지금의 나보다 나은 세상에서 살게 될까? 아니, 40%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사회에서, 아들은 지금의 내가 느끼는 불안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절망 속에서 허덕이고 있을 터였다. 그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회사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경기 침체를 이유로 '희망퇴직' 공고가 붙었다. 대상은 주로 나와 같은 50대 부장급들이었다. 입사 동기였던 김 부장이 내 자리에 찾아와 믹스커피를 타며 한숨을 쉬었다.


"나보고 나가라더라. 25년을 청춘 바쳐 일했는데, 이제 와서 쓸모없다고. 자식들 대학도 아직 안 끝났는데 막막하다."


나는 아무런 위로도 건넬 수 없었다. 그의 불안은 곧 나의 불안이었고, 그의 미래는 곧 나의 미래였다. 효율과 성과만을 외치는 젊은 팀장은 나를 '구시대적인 사람'으로 취급하며 투명인간처럼 대했다. 나는 사라져가는 세대였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멈추지 않았다.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서재로 향했다. 하얀 모니터 화면을 마주하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다. 이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었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이미 예견된 미래를 위한 나의 곡소리였다. 나는 제목을 썼다. '미래를 위한 추도문'.


"이 숫자는 재앙의 전조다. 40%의 노인을 60%의 젊은이들이 부양해야 하는 사회. 연금은 고갈되고,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의 욕망을 위해 미래를 저당 잡히고 있다. 더 높은 아파트, 더 좋은 차, 더 나은 학벌을 위해 서로를 밀치고, 그 욕망의 모래성을 쌓기 위해 우리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모래성 아래 묻었고, 이웃과의 따뜻한 대화를 잃었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짊어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을 물려주고 있다. 그 짐은 단순한 경제적 부담이 아니다. 그것은 세대 간의 증오라는 이름의 독이다."


글을 완성하고,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거실로 나갔다. 아내는 가계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노트북 화면을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아내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글을 읽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여보, 당신이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나? 어차피 우린 이 흐름을 못 막아. 이런 뜬구름 잡는 고민 할 시간에 우리 노후 준비나 제대로 하자고. 당장 다음 달 보험료 오르는 거나 봐."


아내의 목소리는 냉소적이었지만, 그 안에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깊은 피로감이 배어 있었다. 그때, 방에서 나오던 아들이 우리 대화를 들었는지, 날카롭게 끼어들었다.


"아빠, 그런 거 고민할 시간에 자기계발이나 더 해서 좋은 자리 얻어놔요. 그게 우리 미래를 위한 거잖아요. 아빠가 사회 걱정하는 글 쓰는 것보다, 아빠 월급이 오르는 게 우리 가족한테는 훨씬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요."


아들의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내 가슴에 박혔다. 가족에게 나는 더 이상 가장이 아니라, 현실 감각 없는 이상주의자일 뿐이었다. 나의 절박한 외침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가닿지 못하는 공허한 소음이 되었다. 무력한 관찰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련 소모임에도 참여해 보았지만, 그곳 역시 서로의 불안을 확인하고 절망을 나누는 무력한 한탄의 장일 뿐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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