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확장판) - Part2

마지막 기록자

by sarihana

2025년 2월: 들리지 않는 사이렌


절기상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 지났지만, 도시의 공기는 여전히 겨울의 것이었다. 회색빛 빌딩 숲 사이를 파고드는 칼바람은 마치 계절의 변화를 비웃는 듯 날카로웠다. 점심시간, 온갖 소음으로 가득한 회사 구내식당은 바깥의 추위가 무색하게 활기로 넘쳤다. 동료들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찌개를 떠먹으며 주말 골프 약속과 새로 나온 전기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핸드폰 화면을 보며 툭 던지듯 말했다. "이거 봤어? 2050년이면 우리 국민연금 완전히 고갈된대. 그때 되면 우리 다 빈털터리 되는 거 아니야?"


그의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곧이어 여기저기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에이, 설마. 우리까지는 괜찮을 거야. 그때는 뭐라도 대책이 나오겠지. 정 안되면 정년이라도 80살로 늘리지 않겠어?"


"맞아. 그때 되면 AI가 알아서 다 벌어줄지도 모르지. 지금 당장 내년에 낼 세금이나 걱정하자고. 괜한 걱정해서 뭐 해."


그들의 막연한 낙관론, 혹은 의도적인 외면은 마치 소음 속에서 나만 들을 수 있는 불협화음처럼 느껴졌다. 나는 숟가락을 든 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연금 고갈 기사만이 아니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타오르는 거대한 산불 소식, 내 주변의 상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풍경,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동네 놀이터까지. 이 모든 것이 거대한 배가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였지만, 그들은 선상 파티의 음악 소리에 취해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 소음 속에서 홀로 거대한 파도를 보고 있는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다.


퇴근 후, 거실 소파에 앉아 캔맥주를 따는 아내의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TV에서는 시끄러운 예능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나는 TV 소리에 묻히지 않도록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오늘 회사에서 느꼈던 불안감을 털어놓았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우리 미래도 불안하지 않아? 연금 고갈되면 우리 노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아내는 한동안 말없이 맥주를 들이켰다. '치익-' 하고 캔을 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녀는 마침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지친 목소리로 답했다.


"나만 불안한 것도 아니고, 세상이 다 이런데 뭐. 우리가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져? 당장 다음 달 카드값이랑 애 학원비 낼 생각하면 다른 걱정 할 틈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나? 그냥 지금을 즐기며 사는 수밖에."


그녀의 '어쩔 수 없다'는 말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불안을 함께 짊어지기를 거부하는 차가운 벽처럼 느껴졌다. 당신의 그 '쓸데없는' 고민이 우리의 현실을 더 피곤하게 만들 뿐이라는 무언의 질책 같았다. 나의 손을 잡고 함께 불안에 맞서고 싶었던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그날 밤, 나는 모두가 잠든 거실에 홀로 앉아 노트북을 켰다. 하얀 화면 위로,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거창한 외침이 아니었다. 다만, 이 거대한 침묵 속에서 나라도 소리를 내지 않으면 정말 질식해버릴 것 같다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나는 제목을 썼다. '사이렌을 외면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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