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밸브
집으로 돌아온 표트르에게 세상은 달라져 있었다. 이전에는 그에게 따뜻한 안식처였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차갑고 낯설게 느껴졌다. 아침마다 들르던 동네 빵집에 들어섰을 때, 늘 "우리의 영웅이 오셨군!"이라며 넉살 좋게 빵 한 조각을 더 얹어주던 주인은 계산대 뒤에서 흠칫하며 굳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이 돈을 건네받는 순간, 마치 뜨거운 것에 닿기라도 한 것처럼 스치듯 빠르게 물러나는 것을 표트르는 놓치지 않았다. 그 짧은 찰나의 기피. 그것은 그 어떤 노골적인 비난보다 더 날카롭게 그의 심장을 베었다.
이웃들은 복도에서 그를 마주치면 더 이상 예전처럼 반갑게 인사하며 안부를 묻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존경이 아닌, 어찌할 바를 모르는 동정과 꺼림칙한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그는 영웅이었지만 동시에 기피의 대상이었다. 마치 방사능 자체가 그의 몸에 깃들어 주변을 오염시키기라도 할 것처럼, 사람들은 그에게서 슬금슬금 거리를 두었다. 어린아이들은 그의 등 뒤에서 "저 아저씨가 괴물을 물리쳤대"라고 속삭이면서도, 정작 그가 눈을 마주치면 엄마의 등 뒤로 황급히 숨어버렸다. 영광은 소문으로만 존재할 뿐, 그의 실체는 공포가 되어 있었다.
오랜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더는 즐겁지 않았다. 그들은 처음에는 표트르를 영웅이라 치켜세웠지만, 보드카가 몇 잔 돌자 그들의 호기심은 잔인한 형태로 변질되었다.
"정말 거기서 일한 거야? 끔찍했다던데." 한 친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사람들이 녹아내렸다는 게 사실이야? 괴물 같은 게 생겨나기도 한다던데?"
그들의 질문은 마치 서커스단의 기이한 볼거리를 대하는 듯했다. 표트르는 그들의 순진한 잔인함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진실을 말할 수도, 거짓을 말할 수도 없었다. 지옥의 풍경을 묘사하는 순간, 그는 국가의 반역자가 되어 자신과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고,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거짓을 말하는 것은 먼저 떠나간 동료들의 처절한 희생을 모독하는 일이었다. 그는 그저 씁쓸하게 웃으며 보드카잔을 비울 뿐이었다. 그의 침묵은 그와 세상 사이에 보이지 않는 두꺼운 유리벽을 세웠고, 그는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간혹 함께 일했던 동료 몇몇과 비밀스럽게 연락이 닿았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공중전화를 이용해 정해진 시간에만 통화했다. 어느 날 밤, 약속된 시간에 수화기를 들자 동료 이반의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표트르… 나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 눈만 감으면 지붕 위의 그 흑연 덩어리가 보여. 아내가 임신했는데, 아이가 괜찮을지 모르겠네. 의사에게 물어봐도 그냥 스트레스라고만 하고…."
이반의 목소리는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분노했지만, 거대한 국가라는 벽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저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고통을 나누는 것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 중 가장 목소리를 높여 "우리의 희생을 이대로 묻어선 안 된다"고 저항을 이야기하던 동료, 세르게이와의 연락이 끊겼다. 약속된 시간이 지나고, 다음 날이 되어도 그는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다. 며칠 뒤, 표트르는 세르게이의 아내로부터 그가 '의문의 실종'을 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어느 날 저녁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들이 찾아와 그를 데려간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 순간, 등골을 타고 차가운 공포가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표트르는 비로소 깨달았다. 국가가 그의 가슴에 달아준 붉은 별 훈장은 영광의 상징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의 입을 막고, 서로를 감시하며, 침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게 만드는 뜨거운 낙인이었다. 국가는 영웅을 원했지만, 살아있는 증인은 원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영웅이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힌, 언제든 제거될 수 있는 죄수였다. 그날 밤, 표트르는 처음으로 자신의 서재 문을 안에서 걸어 잠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