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kushima Tape 1편 - Part7

마지막 밸브

by sarihana

7장. 은폐된 진실


몇 주간의 지옥 같던 임무가 끝나고, 표트르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가슴에는 붉은 별이 새겨진 훈장이 달려 있었고, 손에는 '체르노빌 사고 처리 영웅'이라는 문구가 금박으로 새겨진 증명서가 들려 있었다. 국가는 그의 희생을 위대한 업적으로 칭송했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아내의 환한 미소 뒤에 스치는 미세한 표정 변화를 보며 그는 모든 것이 거대한 연극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의 몸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배신을 시작하고 있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지독한 피로감이 온몸을 짓눌렀고, 입안에서는 끊임없이 쇠 맛이 맴돌았다. 밤이 되면 찾아오는 마른기침은 한번 시작되면 멈추지 않고 폐부를 찢는 듯했다. 샤워를 할 때마다 머리카락은 한 움큼씩 빠져나가 배수구를 막았다.


결국 아내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는 그의 영웅 증명서를 보고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의 공식 피폭량 기록은 정부에 의해 터무니없이 낮은, 거의 무해한 수준의 수치로 조작되어 있었다. 의사는 그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식물성 혈관 이상증’이라는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병명을 둘러대며 신경안정제와 비타민을 처방해 주었다. 진실을 말하는 대신, 거짓을 외면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진실은 국가라는 이름 아래 철저히 은폐되었다. 국가는 체르노빌의 영웅들을 선전 포스터에 등장시키면서도, 그들이야말로 체르노빌이 남긴 가장 끔찍하고 명백한 증거물이라는 사실을 외면했다. 영웅들은 사회로부터 서서히, 그리고 잔인하게 고립되었다. 한때 그를 영웅이라 부르던 이웃들은 이제 그를 피했다. 마치 그들이 옮을 수 있는 질병이라도 가진 것처럼. 함께 지붕 위를 오르던 동료들은 하나둘씩 쓰러져갔지만, 신문에는 그들의 죽음에 대한 기사 한 줄 실리지 않았다. 그들은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자들이 되어갔다.


표트르는 버려졌다. 그가 목숨을 바쳐 지키려 했던 조국은 이제 그의 존재 자체를 지우려 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영웅이 아니었다. 국가의 치부와 거짓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살아있는 유령일 뿐이었다. 그는 매일 밤, 자신의 몸이 안에서부터 원자 단위로 서서히 부스러져 내리는 듯한 극한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아내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볼 때마다, 아들 유진의 천진한 눈을 마주할 때마다 그는 입을 닫았다. 진실을 말하는 순간, 가족의 평온마저 깨어질 것을 알기에.


그렇게 표트르의 침묵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함구가 아니었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고통을 외면당한 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저항이자, 가장 깊은 형태의 절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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