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조각의 무게
선우의 갈등은 레스토랑의 가을 신메뉴 개발 프로젝트 마지막 날, 최종 평가 자리에서 극에 달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 한 접시, 어린 시절 엄마의 계란말이를 재해석한 '수비드 에그 롤과 트러플 콘소메'를 내놓았다.
강 셰프는 요리를 맛본 후, 긴 침묵 끝에 차갑게 말했다. "훌륭한 요리다. 하지만, 우리 레스토랑은 안된다. 지나치게 평범하고, 우리 레스토랑이 추구하는 격에 맞지 않아. 기교는 훌륭하지만 야망이 없어. 이건 요리가 아니라 자네의 추억일 뿐이야."
그 순간, 선우의 머릿속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네 엄마가 그린 그 그림들, 우리 집안 격에 맞다고 생각해? 돈도 안 되는 감상놀음일 뿐이야.’ 엄마의 꿈을 경멸하던 아버지의 냉소적인 얼굴. 그날 밤, 방문이 닫힌 후 들려오던 엄마의 희미한 흐느낌과,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떨고 있던 어린 동생의 온기. 선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절대로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그 밤의 기억이 그의 피를 차갑게 식혔다. 눈앞의 강 셰프는 정확히 아버지의 언어로, 아버지의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주방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선우의 마음속 무언가가 '툭' 하고 끊어졌다. 그는 거절당한 자신의 요리가 담긴 묵직한 접시를 조용히 들어 올려, 주방 한편에 있는 잔반 처리통으로, 마치 처형장으로 향하듯 천천히 걸어갔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페달을 밟자 통의 뚜껑이 열렸다. 그는 미련 없이 접시를 기울여 자신의 영혼과 같았던 요리를 쏟아부었다. 그릇이 스테인리스 통에 부딪히며 내는 차갑고 공허한 소리가, 그의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순간, 주방의 모든 소음이 멎었다. 강 셰프가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지?"
선우는 처음으로 셰프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실패한 요리를 버리는 겁니다, 셰프님. 격에 맞지 않는, 평범한 요리라고 하셨잖습니까."
"네 경력을, 네 미래를 버리는 거다."
선우는 희미하게 웃었다. "아니요. 이제야 제 요리를 제대로 시작하는 겁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의 등 뒤로, 강 셰프는 선우가 사라진 문과, 그가 서 있던 텅 빈 조리대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경련이 일었다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