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길에서 만난 이혼 2편 - Part6

깨진 조각의 무게

by sarihana

6장: 가장 어려운 피사체


둘째 지훈은 며칠째 카메라를 잡지 못했다. 노교수의 혹평이 그의 심장에 박힌 가시처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네 사진은 완벽하게 아름다운 거짓말이야. 세상과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뷰파인더 뒤에 숨는 거지."


그 말은 지훈의 가장 깊은 비밀을, 그 자신조차 애써 외면해왔던 맨얼굴을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긴 것과 같았다. 그는 부모님의 싸움이 극에 달했을 때, 방문 틈으로 그 모든 것을 지켜보던 아이였다. 카메라는 세상을 마주하는 도구가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하는 완벽한 방패이자 생존방식이었다.


그날 밤, 그는 불 꺼진 방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아주 오래된 가족사진 한 장을 찾아냈다. 이혼하기 전, 어느 여름의 바닷가에서 아빠가 그를 목말 태우고 환하게 웃던 사진. 그리고 그 사진 너머로, 지독한 그날 밤의 기억이 겹쳐졌다. 어른들의 싸움보다 더 아팠던 것은, 아무도 불을 붙여주지 않은 채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자신의 생일 케이크였다. 촛농이 희미하게 녹아내리던 딸기 케이크와, 어두운 창문에 비친, 소리 지르는 어른들의 일그러진 얼굴. 그 외롭고 기괴했던 모습이 바로 자신이 본 세상의 첫 번째 '진실'이었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찍어야 할 것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었다. 이 행복한 사진 속 세계가 왜,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지에 대한 질문, 그 질문 자체가 자신의 주제가 되어야 했다.


그는 졸업 작품의 주제를 정했다. '어느 가족의 해체'. 그리고 그 첫 번째 피사체는, 반드시 아버지여야만 했다. 방패 뒤에 숨는 것을 그만두고, 상처의 근원을, 자신을 가장 두렵게 하는 그 피사체를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했다.


지훈은 떨리는 손으로 아버지의 번호를 눌렀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까지, 그는 몇 번이나 망설이며 숨을 골랐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어색하고 무미건조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지훈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버지, 저예요. 주말에… 찾아뵈어도 될까요? 졸업 작품 때문에, 아버지 사진을 좀 찍고 싶어서요."


수화기 너머로 긴 침묵이 흘렀다. 거절의 말보다 더 두려운 침묵이었다. 한참 후에야,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딸깍'하고 전화가 끊기고, 지훈은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았다. 그것은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주 희미하게, 어쩌면 이것이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절박한 희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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