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조각의 무게
혜진은 가게 카운터에서 아들 선우의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아들의 잔뜩 잠기고 갈라진 한마디. "엄마, 나… 나 좀 힘들다."
혜진의 눈앞에서 평온하던 카페의 풍경이 순간 아득하게 멀어졌다. 이혼 직후,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나오지 않던 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문밖에 놓아둔 밥이 그대로 식어갈 때마다 함께 차가워지던 그녀의 심장, 며칠 만에 방에서 나온 아들의 텅 빈 눈빛. 그 모든 기억이 악몽처럼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날 저녁, 혜진은 민우에게 결심한 듯 말했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내일 선우네 레스토랑에 찾아가서 그 셰프라는 사람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어요."
민우는 그녀를 말렸다. "혜진 씨, 진정해요. 그건 선우의 싸움이에요. 당신이 대신 싸워줄 수는 없어요."
그의 이성적이고 현명한 조언이, 그 순간만큼은 혜진의 불안한 마음에 비수처럼 꽂혔다.
"당신은 몰라요." 혜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지켜주며 아름답게 보냈지만, 나는 내 손으로 내 가정을 무너뜨렸어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최선이었다고 수천 번 되뇌어도, 내가 그들의 세계를 부숴버렸다는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아요. 몇 년 동안 아이들이 망가져가는 걸 그저 지켜만 봤어요. 그 무력감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당신은 모른다고요. 그런데 어떻게 그걸 또 그냥 지켜만 봐요."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섰다. 평소 같았으면 서로의 온기로 가득 했을 공간에, 처음으로 차갑고 무거운 침묵의 벽이 생겼다. 그 침묵 속에서, 혜진은 그와 자신 사이의 깊은 골을 보았다. 그의 상처는 끝이 있는 비극이었지만, 자신의 생채기는 끝나지 않는 죄책감이었다. 어두운 가게 한 가운데 서서, 혜진은 몇 년 만에 다시 찾아온 지독한 고독감에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