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길에서 만난 이혼 2편 - Part8

깨진 조각의 무게

by sarihana

3부: 각자의 폭풍우 속에서

8장: 벼랑 끝에서 만난 유혹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정처 없이 새벽 거리를 걷던 선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였다.


"그래, 그만뒀다면서. 꼴좋다. 내가 처음부터 알아봤어. 네 그 감상적인 요리, 네 엄마를 아주 쏙 빼닮았지. 그걸로는 절대 성공 못 한다고."


아버지의 목소리는 조롱과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들어라. 이게 네 마지막 기회다. 내가 투자해 주마. 강남 제일 좋은 자리에. 네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짜 세상으로 나올 기회라고. 파스타, 스테이크. 돈 되는 요리만 해. 내 말대로만 하면, 너는 성공할 수 있어."


아버지의 제안은 선우를 다시 한번 그 지긋지긋한 선택의 기로에 세웠다. 아버지의 세계와 어머니의 세계 중,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결정하는 마지막 전쟁이었다. 가장 약해진 순간, 그의 마음은 지옥처럼 흔들렸다. 그때, 길모퉁이 작은 트럭에서 파는 계란빵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그 온기 어린 풍경이 칠흑 같던 새벽의 유일한 빛처럼 보였다.


선우는 홀린 듯 다가가 계란빵 하나를 사서 베어 물었다. 뜨겁고, 부드럽고, 달콤했다. 어떤 기교도, 철학도, 비싼 재료도 없었지만, 그 정직한 따뜻함이 얼어붙었던 그의 몸과 마음을 순식간에 녹여주었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이것이 바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요리라는 것을. 아버지의 돈으로 살 수 있는 화려한 성공이 아니라, 천 원짜리 계란빵 하나가 건네는 이런 작고 진실한 위로. 그는 텅 빈 거리 한복판에 서서, 남은 계란빵을 천천히 씹으며 희미하게 동이 터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조금씩, 다시 단단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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