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길에서 만난 이혼 2편 - Part9

깨진 조각의 무게

by sarihana

9장: 렌즈 너머의 진실


주말 아침, 지훈은 익숙하지만 낯선 아버지의 집 앞에 섰다. 초인종을 누르기 전, 그는 몇 번이나 망설이며 심호흡을 했다. 문이 열리고, 아버지는 예전보다 훨씬 더 늙고 지쳐 보이는 얼굴로 서 있었다. 집 안은 온기가 사라진 채 낯설고 차가웠다. 한때 엄마가 애지중지 가꾸던 거실의 난초는 이미 오래전에 말라 비틀어져, 마치 가족의 과거를 상징하는 흉터처럼 보였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집 안의 풍경을 담았다. 마치 범죄 현장을 기록하는 감식반처럼, 그는 모든 감정을 배제한 채 차갑게 셔터를 눌렀다. 텅 빈 식탁. 먼지 쌓인 소파. 그리고 창가 의자에 홀로 앉은 아버지의 지친 옆모습. 뷰파인더를 통해 본 아버지는 더 이상 그의 삶을 짓누르던 거대한 권위가 아니었다. 그저 외롭고, 길을 잃고, 세월의 무게에 닳아버린 한 남자일 뿐이었다. 지훈은 숨을 멈추고 셔터를 눌렀다.


촬영이 끝나고 떠나려 할 때였다. 아버지가 어색한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물었다. "밥은… 먹었니?"


그 한마디에, 지훈의 마음속에서 단단하게 쌓아 올렸던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것은 미움도, 원망도 아닌, 아주 오래 묵혀두었던 어린아이의 슬픔이었다. 그는 차마 아버지를 돌아보지 못한 채, 카메라 뒤에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소리 없이 아주 오랫동안 울었다.


집을 나선 후에도 그는 한참 동안 차를 몰지 못했다. 암실에 돌아와 붉은빛 아래에서 방금 찍은 사진들을 현상했을 때, 그는 다시 한번 깊은 혼란에 빠졌다. 약품 속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아버지의 얼굴. 렌즈를 통해 본 아버지는 분명 상처 입고 외로운, 연민을 자아내는 한 명의 인간이었지만, 사진을 보는 자신의 기억 속 아버지는 여전히 용서할 수 없는,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이었다. 연민과 분노. 두 개의 상반된 감정이 뒤엉켜, 그는 밤늦도록 젖은 인화지 위로 드러난 아버지의 얼굴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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