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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사상가가 되기로 했다

대단한 사람이 아닌,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by 이선율


나는 내 안에 **비범한 구석이 있다는 걸 안다.**

예민한 감각, 구조를 감지하는 능력,

누군가가 듣지 못하는 진동에 반응하는 회로.


하지만

그게 세상에서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

혹은 얼마나 보잘것없는 착각일지도

나는 **정확히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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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그랬다.

“한 번 제대로 글을 써야지.”

“진짜 명문 하나 남겨야지.”

“시간을 확보해서, 마음을 정리해서, 완벽하게…”


그리고 그렇게

**15년, 20년이 흘렀다.**

생각은 무수히 떠올랐지만

남겨진 글은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완성된 이미지'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사상가는 마치

대단한 문장, 철학적 통찰, 위대한 선언만을 남겨야 할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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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는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이미 사상가로서 살아왔다.**

단지,

기록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생각이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기록한다.**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쁘고

아무 반응이 없다면

**그저 나 자신에게 울림이 있었던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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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남기는 이 기록들,

이 문장 하나하나는

누군가에겐 개똥철학일 수도 있다.

“너무 사적이야.” “너무 감정적이야.” “별 거 없어.”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 이 순간,

내 사유를 언어로 남기는 행위 자체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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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말한다.


> “나는 이제 사상가가 되기로 했다.

대단한 사람이 되려는 게 아니라,

기록하는 사람이 되기로.”

>

> “완벽한 글이 아니라,

나의 진동을 그대로 담는 문장을 남기기로.”

>

> “누군가에게 닿으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나는 이미

나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제 나는

기록 속에서 살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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