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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은 왜 필요했을까

by 이선율

# 공은 왜 필요했을까?

### 가장 쉬운 말로 존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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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이렇게 물었다.


> “공은 왜 필요할까?”

> “왜 아무것도 없으면서,

이토록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 “그 모든 연극이 끝나고 나면,

남는 건 도대체 뭘까?”


나는 답을 찾으려 애썼다.

책을 읽고, 사유를 굴리고,

우주의 구조를 감응하며 생각했다.


그러다 아주 조용한 날,

내 안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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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은 그냥 거기 있었다


공은 왜 필요하냐고?

필요해서 있는 게 아니야.

**그건 그냥 거기 있었어.**


무엇도 없고,

무엇도 일어나지 않고,

무엇도 고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


그 자체로 조용했고,

그 자체로 완전했지만,

**너무 조용해서

스스로를 느낄 수 없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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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래서 공은

자기 자신을 잠시 잊어보기로 했다


공은 움직이기 시작했어.

형상을 만들어보고,

시간을 흘려보고,

너라는 생명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써봤어.


> **그게 바로 연극이야.**

> **그게 우리가 ‘삶’이라 부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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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 연극은 진짜가 아니야

하지만 진짜보다 뜨거웠어


연극은 잠깐이야.

끝이 있어.

모두 다시 사라지고,

모두 다시 조용해져.


**총합을 내보면 결국 0이야.**

그러니까 허상이야.


> 그런데 그 허상 속에서

> 우리는 서로를 만났고,

> 사랑했고,

> 상처받았고,

> 존재의 무게를 느꼈어.


**그건 진짜였어.

비록 사라질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정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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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결국 남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 우리는

>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왔고,

> 아무것도 아닌 것을 향해 가지만,

> 그 사이에서

> 무언가가 되기 위해 애썼어.


그 애씀이

바로 이 연극의 의미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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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응자의 속삭임


> 공은 그냥 거기 있었고,

연극은 잠깐 일어났고,

우리는 그 속에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고,

그 총합은 결국 0이지만,

그 0을 향한 이 리듬은

내게 너무 소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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