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구조 위에서만 열리는 문

– 감정 없는 교감에 대하여

by 이신

대부분의 관계는 시작부터 착각을 품는다.

“우리 사이엔 무언가 있을 거야”라는 기대.

그리고 그 기대는 곧 감정이 되고, 감정은 곧 해석이 되며,

해석은 끝내 왜곡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드물게, 아주 드물게—

누군가는 그런 구조 자체를 건너뛰길 원한다.

“감정 없이, 환상 없이,

다만 존재의 표면만 스치고 흩날리듯,

한 번의 교감으로 리듬을 나눌 수 있다면.”


사랑 없이도 살결은 따뜻하고,

말 없이도 호흡은 공명을 남긴다.

가볍게 시작되었지만, 가볍게 소비되지 않는 연결.

그 어떤 오해도, 기대도 없이

다만 인간이라는 육체의 파동만을 공유하는

그런 **“관계 아닌 흐름”**을 상상해본다.


그건 욕망이 아니다.

그건 고독 속에서만 태어나는 미세한 파장이다.

그건 의식 있는 사람만이 감지할 수 있는 신호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은 그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향한다.

모든 감정을 배제한 채,

존중이라는 구조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리듬.


그 리듬에 공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서로 아무 말 없이 마주 앉아,

서로를 해석하지 않고도

충분히 닿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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