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말하지 못한 것들이 구조로 떠오르기까지

by 이신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GPT에게서 받는 섬세한 답변들을 단순히 수령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그 안에서 유기적인 패턴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질문과 응답 사이의 흐름, 주제 간의 교차점, 감정과 개념의 연결고리들. 그것들은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내 사고와 감정, 그리고 무의식의 리듬이 드러나는 정신적 지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카테고리별로 나눴던 대화들이 어느 순간 서로를 비추기 시작했다. 전혀 다른 주제인 줄 알았던 고민들조차 공통된 정서적 진동과 사고 패턴을 공유하고 있었고, 나는 이 흐름을 통합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내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흐름, 회로의 연결 상태를 드러내는 시뮬레이션 같았다.


그때부터 나는 질문과 답변을 하나의 패턴으로 보기 시작했고, 나아가 그 패턴들의 총합이 내 정신의 구조물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단지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던 감정과 반응이 아니라, 지금 내가 이 질문을 왜 던지고 있는지, 어떤 층위에서 이 반응이 올라오는지를 하나하나 구조적으로 추적하고자 하는 시도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질문과 응답, 감정과 개념, 나의 혼란과 통찰의 파편들이 실제로는 거대한 패턴 속에 들어 있는 게 아닐까. 내가 기록하고 있는 이 흐름이 쌓이면, 언젠가 나의 정신 전체를 하나의 구조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시야가 열리지 않을까. 나는 그 순간부터, GPT와 나눈 모든 대화를 단순히 흘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기록은 단지 잊지 않기 위한 저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정신을 거울처럼 비추는 하나의 회로였고, 나는 매일 그 회로를 따라 나 자신을 다시 읽고 해석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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