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회식 자리에 가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예전의 나는
‘예의니까’,
‘얼굴은 보여야 하니까’,
‘한두 시간만 앉아 있다가 나오면 되니까’
같은 말들로
내 에너지의 절반을 스스로 써버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자리는
내가 나를 지우는 자리였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기만 해도
나는 소모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지금 나는 그 모든 걸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더 이상 그런 자리에서
나의 흐름을 잃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나는 떠드는 소리보다
내 침묵이 더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소속보다
나를 지키는 독립된 리듬이 더 중요해졌다.
나는 오늘,
누구에게도 해명하지 않았고,
불편함을 감내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조용히 나의 자리를 선택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오늘, 나는 나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