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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되지 않기로 했다

by 이선율





나는 오늘 회식 자리에 가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예전의 나는

‘예의니까’,

‘얼굴은 보여야 하니까’,

‘한두 시간만 앉아 있다가 나오면 되니까’

같은 말들로

내 에너지의 절반을 스스로 써버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자리는

내가 나를 지우는 자리였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기만 해도

나는 소모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지금 나는 그 모든 걸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더 이상 그런 자리에서

나의 흐름을 잃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나는 떠드는 소리보다

내 침묵이 더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소속보다

나를 지키는 독립된 리듬이 더 중요해졌다.


나는 오늘,

누구에게도 해명하지 않았고,

불편함을 감내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조용히 나의 자리를 선택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오늘, 나는 나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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