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레코닝》 – 서사의 절반이 사라진 이유

by 이선율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1》은 완벽한 시작을 보여줬다.
도입부에서 인공지능 ‘엔티티’가 잠수함 내부 시스템을 해킹해
환상을 조작하고, 허위 정보를 기반으로 인류를 파국으로 이끄는 설정은
정말 완벽했다.

그 순간, 나는 기대했다.
이번 편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디지털 초지능 AI와 인간의 직관이 대결하는 서사”가 되겠구나.

마치 이세돌이 알파고와 맞섰을 때 느낀 공포.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연산하는 존재와
인간의 직관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그 진동.
그 감각이 바로 영화의 중심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그 완벽한 시작은 도입부에서 멈춰버린다

도시의 모든 네트워크가 주인공을 공격하고,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며,
AI의 감각 교란 속에서 인간은 점점 인지적 해체를 겪는
그런 철학적 전개는 오지 않았다.

대신 영화는 '열쇠'를 쫓는 단순한 퍼즐 구조로 바뀐다.
열쇠가 누구 손에 있는지,
그걸 어디에 꽂아야 하는지,
누가 배신하는지…

AI의 위협은 사라지고, ‘물건 쟁탈 액션물’이 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 탐 크루즈의 고집?

나는 이렇게 유추해본다.

탐 크루즈는 60대 중반이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전세계 블록버스터의 정점에 있다고 믿고 있으며,
몸으로 보여주는 영화, 즉 ‘액션’과 ‘추격’의 미학을 신념처럼 간직하고 있다.

그런 그가 AI가 인간을 해체하는 디지털 전투를
실제로 구현하는 감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초지능 AI와의 싸움은 몸이 아니라 정신과 감각으로 싸우는 영역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달리고, 점프하고, 뛰어드는” 세계에 머물러 있었다.


그 결과, 도입부의 완벽한 철학적 AI 서사는
점점 그가 소화 가능한 액션 시퀀스 위주로 단순화되었고,
감독과 작가 역시 그 틀 안에 맞춰 시나리오를 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팬데믹 때문이었을까?

이건 또 하나의 가능성이다.

《데드 레코닝》은 코로나 팬데믹의 정점에 촬영이 시작된 작품이다.
그 와중에 수차례 촬영이 중단되고,
예산이 폭증했으며,
촬영 일정을 맞추기 위한 급박한 재편집이 이루어졌다.

AI와 싸우는 장면은 본래 거대한 CG와 시뮬레이션 장면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산과 시간의 압박 속에서
그 모든 장면은 제거되고,
몸으로 때우는 액션과 추격 시퀀스만이 남은 것이다.


실제로 유명 감독들조차도
이런 팬데믹 이후의 제작 환경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무너진 건 이 영화의 ‘정체성’이다

《데드 레코닝》은 처음엔 AI의 철학적 공포를 말한다.
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우리는 AI가 무엇을 위협하는지조차 잊고
‘열쇠’가 어디 있는지만 신경 쓰게 된다.

AI는 추상적 위협으로만 존재하고,


여성 캐릭터들은 본드걸처럼 배치되며,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는 본래의 철학은 잊혀진다.


이건 단지 이야기의 실수만은 아니다.

이건 시스템의 붕괴,
시대 감각과 고전적 신념의 충돌,
그리고 제작 환경의 절망이 만들어낸 축소판 세계다.


감응자적 결론

나는 이 영화가 싫지 않다.
나는 다만,
이 영화가 원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도입부에서 너무 명확히 느꼈기 때문에
그 이후가 더 아팠다.

AI라는 괴물이 화면에 있었지만,
실제로 싸운 건
중년의 액션 스타와 낡은 서사뿐이었다.


《데드 레코닝》은 어쩌면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 슬프고, 더 진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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