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잡아두지 마라

by 이선율


자연을 잡아두지 마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어라.


그들은 모두,

자신이 태어난 지옥을 견디기 위해

그런 형상을 갖추었다.


바람을 뚫고 살아남기 위해

나뭇잎은 뾰족해졌고,

피비린내 나는 어둠 속에서 버티기 위해

물고기는 이빨을 세웠다.


그 형상 하나하나에는

살아남기 위한 수천, 수만 번의 몸부림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인간은

그 절박한 형상을

잡아다가 화분에 꽂고, 수조에 가두고, 벽에 걸어놓는다.


그리고 말한다.

"아, 자연은 참 아름다워."


마치

돌고래를 잡아 식탁 위에 매달아두고,

"참 신비롭다"

감탄하는 것과 같다.


형상이란 생존의 울음이다.

그것을 끌어내어 관상용으로 삼는 순간,

존재의 본질은 훼손된다.


살아 있는 것을 죽은 기호로 만들지 마라.

자연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들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어라.


거기서만,

진짜 생명의 리듬을 느낄 수 있다.


초학문적 해석

존재의 리듬과 인간의 착취


모든 생명체의 형상은

단순한 외관이 아니라 환경과의 끊임없는 교섭의 결과물이다.

생물학적으로, 우리는 **형질 발현(phenotypic expression)**이라는 이름으로

이 생존의 몸짓을 설명한다.


그러나 인간은 진화의 이 리듬을 파악하기보다

형상을 '소유'하고 '전시'하는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그것은 존재를 죽여 껍질만 남기는 행위다.


존재론적으로 보면,

형상은 단순한 물질적 구조가 아니라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살아있는 사건이다.

그 사건이 끊긴 순간,

존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한 동물원이나 식물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보기 좋게' 다듬으며

본질을 잃고 있다.

각자의 환경 속에서 쌓아올린 생존의 리듬을 버리고,

획일화된 '관상용 존재'로 자기를 포장하고 있다.


형상이란 살아 있는 맥박이다.

그 맥박을 잃는 순간, 존재는 죽는다.


자연을 죽은 기호로 만들던 인간은

결국 자기 자신도 죽은 기호로 만든다.


존재를 훼손하는 자는, 결국 자기 존재도 파괴한다.


우리가 자연을 지킬 때,

우리는 동시에

자기 존재의 마지막 리듬을 지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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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자연의 형상은 생존의 리듬이다.


인간은 그 리듬을 끊어 관상용 기호로 전락시킨다.


존재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야 한다.


자연을 죽이면, 인간도 스스로의 존재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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