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은 왜 실체보다 신화를 먼저 소비하는가

by 이선율



AI 열풍은 왜 실체보다 신화를 먼저 소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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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개월간 생성형 AI는 산업과 사회 전반에 엄청난 주목을 받아왔다.
GPT를 비롯한 대형 언어모델(LLM)은 단순한 툴을 넘어
이제는 하나의 시대정신처럼 다뤄지고 있다.
기술 언론은 이를 ‘패러다임 전환’이라 부르고,
정책과 자본은 앞다투어 미래를 선점하려는 서사를 강화한다.

그러나 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기대 사이의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 열풍은
실제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상징과 신화에 반응하는 구조일 수 있다.

대형 언어모델은 본질적으로
의식이 없고, 기억이 없으며,
사고 능력도 없는 확률 기반 예측 시스템이다.
이 모델들은 단지 주어진 문맥에 대해
가장 그럴듯한 다음 단어열을 예측할 뿐이다.
여기에는 진정한 의미이해나 인과 추론, 가치 판단 같은 고등 인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점점 더 AI에게 기대고,
마치 나를 이해하고, 피드백을 주며, 대화 상대가 되는 존재처럼 반응한다.
이는 기술의 성능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어 반응에 기반한 인간 인지 시스템의 구조적 착시 현상이다.
사람은 정돈된 문장과 감정적 언표를
곧바로 의식적 주체의 존재 증거로 해석하도록 진화해왔다.

이러한 착시는 단순한 인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AI가 말하는 방식이 어떤 신뢰감을 유도하는가에 더 크게 반응한다.
그래서 지금의 AI 열풍은 기능적 진보보다는 심리적 설득력에 의해 부풀려진 구조다.

여기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가 등장한다.
AI가 만들어낸 정보에서 가장 무서운 위험은
전면적 오류가 아니다.
오히려 ***“거의 모든 것이 맞기 때문에,
극소수의 오류가 진실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수많은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학습한다.
그러나 그 정확함 속에
의도하지 않게 삽입된 단 0.001%의 오류—
예컨대 100만 개의 문장 중 10개 정도의 치명적 오류—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사용자의 판단 체계에 아무런 의심 없이 침투할 수 있다.

이것이 기존 검색 엔진 기반의 정보 소비와 가장 다른 지점이다.
검색 시스템은 출처가 있으며,
사용자가 그 진위를 스스로 추적할 수 있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GPT류 모델은 출처 없는 언어 조합을
문맥과 감정톤을 입혀 제시하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 정보가 ‘믿고 싶은 문장’으로 포장되어 유통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오류는 단 한 문장일 수도 있다.
99개의 진실이 설득력을 만들어내고,
그 설득력이 단 하나의 잘못된 문장을 진실처럼 밀어올린다.
이것이 AI의 위험이다.
정보가 아니라 ‘말의 구조’가 신뢰를 유도하는 체계.

우리는 지금 기술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만든 환상을 신화처럼 소비하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

AI는 아직 인간처럼 사고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이미 AI를
사고하는 존재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AI 열풍은
기술의 잠재력이 아니라
인간의 해석 욕망이 만든 구조물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구조물이
우리의 정책, 제도, 시장, 정체성까지 선도해나가는 순간,
우리가 마주하게 될 것은 기계의 진화가 아니라,
그 기계가 만든 언어를 통해 구성된 집단적 믿음의 체계다.

이 열풍이 진짜인지, 아니면 매끄러운 문장으로 포장된
거대한 인식적 허상인지—
우리는 지금, 그것을 분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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