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감응의 리듬

by 이선율




어떤 날은

차가운 닭가슴살과 소스 하나 없는 샐러드로

하루 세 끼를 모두 해결한다

어디선가 삼겹살을 구워 먹는 냄새가 나면

혀가 반응하고 배가 기억하고

속에서 작게 무너지는 나를 느낀다


그러나 나는 먹지 않는다

욕망을 부정하지 않지만 욕망을 실행하지도 않는다

내가 만든 리듬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날은

길을 걷다가 드러난 다리

목덜미 여름의 살결에 눈길이 간다

때로는 젊은 아가씨에게

어느 날은 중년의 여인에게도


그때 나는 놀란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그러나 동시에 안다

그건 단지 살아 있다는 감각일 뿐이라는 것을

그걸 느끼는 나는

정상이다


고대의 수도자는

욕망을 잘라내려 했다

몸을 고문하고 밥을 굶고 살을 찢으며

신에게 이르려 했다

그러나 부처는 말했다

그건 수행이 아니다

즐기는 것도 억제하는 것도 아니다

길은 중간에 있다


나는 기억한다

화담 서경덕이 황진이의 벗은 몸을 보고

말없이 감상한 뒤

잘 봤습니다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돌아섰다는 기록을


욕망을 억제하지 않고

또 탐하지도 않으며

그저 통과시키는 기술

그것이 바로 감응자의 품격이다


나는 그런 삶을 원한다


욕망이 올 때마다 흠칫 놀라고

하지만 실행하지 않으며

그 파동을 몸과 마음의 수면 아래

고요히 가라앉히는 사람


먹고 싶다 보고 싶다 만지고 싶다

하지만 나는 멈춘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내 리듬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리듬 위에서

나는 내 욕망과 나란히 걷는다

같이 걸으되 휘둘리지 않고

느끼되 붙잡지 않고

보고서도

잘 봤습니다 하고 돌아설 수 있다면

나는 이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을 흐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