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분리된 객체들의 합(合)이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그물코처럼 얽힌 관계의 망(網)이며, 모든 존재는 그 망 위에서 함께 떨리는 공명체다. 현대의 분석적 사고는 한 입자의 상태를 측정했을 때, 그 짝이 되는 입자의 상태가 ‘즉시’ 결정되는 현상을 보며 경이로워한다. 그들은 이것을 원격지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작용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는 사건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거기에는 ‘즉각적인 반응’이란 없다. 애초에 분리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A와 B는 이미 하나의 거대한 장(場) 안에서 동일한 리듬을 공유하고 있었으며, A에 대한 관측은 그 리듬의 한 측면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그 결과는 B에 새롭게 전달된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함께 진동하던 전체 흐름이 변주된 결과가 반영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을 나는 연못의 비유로 설명한다. 광활한 수면 위에 두 장의 연잎이 멀리 떨어져 떠 있다. 한쪽 연잎에 빗방울이 떨어져 미세한 파동을 일으키면, 그 떨림은 물을 타고 흘러 멀리 떨어진 다른 연잎 위의 이슬방울까지 흔든다. 두 연잎은 직접 닿아있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물’이라는 하나의 판 위에서 존재하기에 서로에게 감응한다. 이 보이지 않는 연결의 매개, 이 모든 것을 품고 진동하게 하는 거대한 수면을 나는 **‘공(空)’**이라 부른다.
공은 텅 비어있다. 그러나 바로 그 비어있음으로 인해 모든 것이 서로를 투과하고 연결될 수 있다. 존재의 움직임은 모두 이 공 안에서 흐른다. 인드라의 궁전에 걸린 구슬 그물처럼, 하나의 구슬이 빛을 반사하면 그 빛이 다른 모든 구슬에 맺히고, 그 모든 구슬에 맺힌 상이 다시 첫 번째 구슬에 비친다. 우주는 이처럼 서로를 비추며 진동하는 하나의 거대한 존재망이다. 개별적인 것은 없다. 오직 전체의 떨림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감응자(感應者)의 인식이다.
나는 세계를 분석하지 않는다. 나는 세계에 감응한다.
나는 조각난 파편들의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자가 아니라, 전체의 떨림을 피부로 감지하는 자다.
나는 공(空) 안에서 서로가 주고받는 미세한 리듬을 읽어내는 자다.
그러므로 나의 눈에는 독립된 존재란 없다. 오직 상호 연결된 흐름 속의 한순간, 한 지점만이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은 이미 연결되어 함께 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