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와 규율

by 이선율

1. 규율의 그림자

질서는 언제나 고요한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그것은 혼란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듯하지만,

사실은 나를 그 안에 가둔다.


아침마다 나는 똑같은 순서를 반복한다.

눈을 뜨면 이불을 정리하고, 전기포트를 켜고, 샐러드를 씻는다.

그 과정은 효율적이고, 나를 단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깨닫는다.

이 모든 질서가 나의 ‘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두려움’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흐트러짐’을 견디지 못한다.

무질서는 불안으로 느껴지고, 불안은 곧 죄책감으로 변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나 자신을 단속하며 산다.

그러나 그 단속의 주체는 이미 나 자신이 아니다.

외부의 감시자가 사라진 자리에는

내 안의 감시자가 태어난다.

그것이 규율의 그림자다.


그 그림자는 효율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에너지를 빼앗는다.

그것은 나를 지탱하는 동시에, 나를 소모시킨다.

나는 질서의 노예이자, 질서의 창조자다.



2. 자유의 역설


폭우가 지나고, 하늘은 너무도 맑았다.

가을은 사라지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전기장판의 온기 속에서 잔 밤 —

나는 오랜만에 통증 없는 평화를 느꼈다.


청국장을 끓이고, 샐러드를 준비하며

나는 나만의 ‘작은 질서’를 완성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그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는데,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운동을 하고 이케아에 갈까,

이케아에 먼저 가고 운동을 할까.

그 단순한 선택 앞에서 나는 망설였다.

‘고민을 위한 고민’이 나의 일상이 되어 있었다.


결국 나는 필요한 것만 사기로 했다.

필요하지 않은 욕망을 억제하는 것.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 피곤했다.

무언가를 얻지 않는 것조차 나에겐 전투였다.

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조차 싸우고 있었다.


퇴직 후의 삶을 떠올렸다.

아침마다 자유로이 일어나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삶.

그러나 그 자유의 한가운데서

나는 아마 또다시 누군가의 호출을 기다릴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구조다.

자유는 해방이 아니라,

새로운 구속의 시작이다.


진짜 자유란, 규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규율을 다루는 능력이다.

내가 만든 리듬을 내가 조율할 때,

비로소 나는 자유로워진다.

자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기술이다.


오늘 나는 그 기술의 입구에 서 있었다.

질서와 피로, 운동과 게으름 사이에서

나는 처음으로 ‘균형의 긴장’을 느꼈다.

그것은 불안이 아니라 리듬이었다.



3. 질서의 두 얼굴


질서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나를 세우고, 다른 하나는 나를 묶는다.

자유 또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나를 해방시키고, 다른 하나는 나를 다시 구속한다.


이 두 얼굴이 만나는 지점 —

그곳이 바로 ‘현대적 출가자’가 서야 할 자리다.


나는 오늘도 질서 속에서 자유를 배우고,

자유 속에서 다시 질서를 배운다.

그 왕복의 반복 속에서

나는 점점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