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6
6시 44분.
눈이 떠졌다. 새벽 2시 20분에 한번 일어났다. 눈을 반쯤 뜬채 소변을 봤다. 자기전 비타민을 먹어서 오줌이 노랬다. 변기물은 파란색이었다. 노란 오줌은 파란 물과 만나 녹색으로 변했다. 십초가 넘게 오줌이 나왔다. 물줄기가 서서히 힘이 빠지더니 허벅지에 한방울을 묻혔다. 누름쇠를 당기자 변기속에 회오리가 일어나며 물이 빨려들어갔다. 허벅지에 묻은 오줌을 대충 털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그대로 잤다. 의사가 하늘색 알약을 추가한지 이틀쨰였다.
아침에 평소보다 푹 잔 느낌이 들었다. 누운채 왼손을 더듬어 리모컨 전원을 눌렀다. 왼발 대각선에 선 스탠바이미에 불이 들어왔다. 연합뉴스 이시간 요약이 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지속. 이란이 격추한 미군전투기 조종사 구출. 그리고 트럼프의 트윗내용(우리는 대담한 구조를 펼쳤다)과 오늘 봄비 이후 날씨 쌀쌀이라고 슬라이드가 펼쳐졌다.
s는 전기장판을 끄고 일어섰다. 작은 등을 켰다. 아침 7시였다. 주방에 바나나 한송이에 검은 점들이 잔뜩 박혀있었다. 껍질이 벌어진 하나를 비틀어 땄다. 한입 베어물었다. 달큰한 맛이 나며 미끄덩 목구멍 속으로 넘어갔다. 샤워기를 틀었다. 양치를 했다. 클렌징 폼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샤워기로 아픈 등을 지졌다. 물을 끄고 수건으로 앞면 먼저, 양팔, 그리고 뒷면을 닦았다. 비오밥 바디로션을 한번 눌러 양팔을, 다시 배와 가슴을, 왼종아리와 허벅지를 그리고 반대편을. 나머지는 엉덩이에 문질렀다. 등에 손이 닿지 않아 손등에 로션을 묻혀 닿는곳 까지만 문질렀다. 때타올처럼 된 로션바르기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번 세척하는게 귀찮겠지. s는 거울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잠은 달아났다. 어제보다 멍한 기분은 덜했다. 다만 지난주 금요일 연차에 토/일 양일 라이딩을 즐긴터라 출근 자체가 피로하게 느껴졌다.
현관문을 열자 어제와 달리 싸한 바람이 볼에 닿았다. 윗윗층이 이사를 하고 있었다. 탱 캉 알루미늄 부딪히는 소리가 연신 복도에 울렸다. 다시 문을 닫았다.
동앞 자전거 보관소에 자물쇠도 없이 세워둔 고물 티티카카에 올라탔다. 거실에 보관중인 80만원짜리 다혼보다 승차감이 좋았다. 덕분에 다혼은 매일 모셔져만 있었다. 주말 양일에도 티티카카만 탔다. 이정도라면 다혼은 신주단지였다. 아무도 집어가지 않는 그 소박함에 비해 실제 단단한 승차감과 파워가 맘에 들었다. 발을 한번 밀자 티티카카는 유리위를 지나듯 주르르 앞으로 나갔다. 내리막길에서도 브레이크에서 끽 삑 비명소리는 났지만 무난하게 감속되었다. 무엇보다 얼마전 2만원을 주고 손잡이 목부분에 한칸을 더 채워넣어 전체적인 승차감이 향상된 것이 한몫했다. 허리가 편했고 주행시 두다리가 자전거의 동력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 정직한 느낌이 좋았다.
버스 정류장에 5분만에 다다랐다. 도로를 지날때 좌우로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정거장으로 걷고 있었다. s는 곡예를 하듯 자전거 머리를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큰 호를 그리며 매끈하게 그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등 뒤로 인상을 찌푸린 사람들이 멀어졌다. 정거장 옆 보관소에 자전거를 걸었다. 자물쇠는 하지 않았다. 믿음이 있었다. 버스는 3분이라고 떠있었다. 발열 벤치에 잠시 앉았다. 옆에 뚱뚱한 50대 중반 아줌마가 스피커로 유투브를 보고 있었다. 소리가 거슬렸다. 그냥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류소 벽에 오른손을 대고 스트레칭을 했다. 버스가 잠시후 왔다. 잠시후 자리가 났다. 핸드폰을 보기도 귀찮아 그냥 눈을 감고 있었다. 역 2번 출구까지 금방 닿았다.버스를 내리려하는데 한 아주머니가 증권사앱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투입원금이 1291만원, 현재 -97만원이었다. 뭘 더 사려는지 아주머니는 버스를 하차하면서 계속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호가창이 위아래로 왔다갔다 했다. 죄다 파란색이었다. 아주머니는 무지개 패턴이 그려진 타포린백을 손목에 건채 길에 서서 버튼을 계속 눌렀다. 눈이 아래로 쳐지고 아랫입술이 조금 열린 표정이었다
s는 걸음을 재촉해 편의점에 들렀다. 티멤버십 할인을 받아 아메리카노 한잔을 샀다. 9백원 이었다. 컵모양이 바껴있었다. 스티로폼같은 얇은 막이 컵에 씌워져 있었는데 시장에서 배를 감싼 하얀 스티로폼 같은 감촉이 났다. 컵을 머신에 놓고 라지 버튼을 눌렀다. 과앙 소리가 나며 원두가 갈렸다. 어젯밤 오줌처럼 미약한 두줄기가 쪼르르 쏟아졌다. 와중에 과자와 음료를 잔뜩 안은 20대 여성이 몸을 밀치고 들어왔다. 커피머신과 진열대 사이 공간은 사람 한명이 겨우 설 정도의 거리였다. s는 그녀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녀는 약간 심통스런 표정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 s는 몸을 살짝 비꼈다. 그녀가 그 사이로 지나갔다. s는 다시 커피 물줄기를 바라봤다. 계산을 마친 그녀가 다시 반대편에서 s쪽으로 걸어왔다. 한번쯤은 진열대 뒤를 돌아 나가도 될 일이었다. s는 그냥 다시 깨끔발을 하며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녀는 뭔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s의 등을 치고 나갔다. 동시에 커피 한잔이 완성되었다. 플라스틱 뚜껑을 내리 눌렀다. 편의점 문을 열었다. 횡단보도에는 네다섯명이 아침 담배를 펴대고 있었다. 인상이 찌푸려졌다. 불과 1년전만 해도 s도 거기서 담배를 펴댔었다. 근처에도 가기 싫은 느낌이 올라왔다. 발을 빨리 움직여 지나갔다.
공원안으로 들어갔다. 비가 내린 공원안에 녹색 나무들이 더 선명해보였다. 노란 수선화 들이 바닥에서 활짝 꽃봉오리를 열었다. 아기 오리들이 모여있는 듯 보였다. 벌린 꽃보다 아직 안벌린 노란 꽃봉오리가 더 도도해보였다. 사진을 찍으려 폰을 가져다 댔다. 맞은편에서 정원 관리 하는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밀고 들어왔다. s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저씨는 보도만 쳐다보고 지나갔다. 카메라 렌즈에 립밤이 묻어 화면이 뿌옜다.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때 머리 위로 삐루룩 하는 청량한 새소리가 났다. 새가 어디 있나 한참을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 새는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내리는데 나무안에서 뭔가 푸드덕 날아갔다.
회사에 도착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세명씩 모여 뭔가를 지저귀었다. 소리가 섞여 홀안에서 웅웅 울렸다. s는 테이크아웃 코너에서 키토김밥과 고칼슘 우유를 집어들었다. 화면에 3,500원이라고 찍혔다. 아주머니가 종이봉투에 담아주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데 검은색 긴머리에 눈이 가로로 길게 찢어진 20대 여성이 윗가슴을 닭처럼 들고 걸어갔다. 눈썹위로 아이쉐도우 한줄이 길게 새겨졌다. 아래위로 검은색 가죽옷을 입었다. 눈길이 갔다. 검색대는 그녀의 이름을 화면에 찍었다. s는 엘베를 탔다. 자리로 걸어갔다. s가 앉은 열과 그 옆열에 한명 정도가 출근해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고온 샘소나이트 백팩 내용물을 모두 책상위에 토해냈다. 그리고 미련없이 쓰레기통에 가방을 넣었다. 당근으로 두달전 산 물건이었다. 한달전부터 앞부분 가죽이 헤어졌다. gpt에게 보여줬더니 노화라고 답했다. 만정이 떨어졌다. 그냥 버렸다. 그리고 키토김밥을 열었다. 깨의 고소한 맛과 단무지의 시큼함이 어우러졌다. 집에서 가져온 구운란 2알을 입에 추가로 넣고 우유를 마셨다. 힘이 조금 돌아왔다. 9시 3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