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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록 Aug 03. 2020

전시였던 것과 전시인 것과 전시일 것



1. 전시였던 것과 전시인 것

2. 전시인 것과 전시일 것

3. 전시일 것과 전시였던 것


Can accessibility challenges be addressed digitally?
접근성 문제를 디지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Are physical experiences more valid than digital?
신체적 경험이 디지털보다 더 유효한가?

Do you need a physical space to build a community?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물리적 공간이 필요한가?

- 온라인 전시 <올림피아 갤러리(Olympia Gallery)>의 질문들



1. 전시였던 것과 전시인 것

지난 5월 대학원에서 2019년 한 해 동안 진행한 작업물을 한 데 모아 보여 주는
<SPRING SHOW 20> 전시를 했다. 장소는 온라인. 전시는 지금도 24시간 운영 중이다.
‘이 작업은 실크스크린으로 크게 뽑아야지’, ‘책을 여러 사람이 봐야 하니까 두세 권 만들어서 전시장에
두어야겠다’고 여러 전시 방법을 생각했었는데, COVID-19로 실제 전시가 힘들게 되자
이런 다짐은 무색해졌다. 대신 작업들을 온라인으로 어떻게 보여 주어야 할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SPRING SHOW 20>의 참여작가들은 전시에 앞서 우리가 기존에 온라인에서

이미지를 보여 주던 방법에 대해 떠올렸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작업 막바지에 컴퓨터로 이미지를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온라인상에 보여 줄 이미지를 만들기가 용이하다. 낱장의
이미지에 실물과 유사한 속성의 효과를 주어 물성을 부여하기도 하고, 실물을 스캔한 후 실제와
가깝게 보정하기도 한다. 또 실물을 연출하여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할 때도 있다.
이렇게 만든 이미지를 카고 콜렉티브(Cargocollective)나 인덱스히빗(Indexhibit) 같은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나 SNS에 업로드하여 보여 준다.


‘전시’의 의미가 단순히 ‘여러 가지 물품을 한 곳에 모아 놓고 보이는 것’이라면 나의 작업은
이미 개인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으로 매일 전시인 셈이다. 내가 생각하는 오프라인
전시의 중요한 요소는 ‘관람자가 작업을 다채롭게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온라인이 오프라인
전시를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전시의 역할을 충분히 하려면 이전과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은 하이퍼링크, 온라인 전시 오프닝, 작품해설 라이브이다.

먼저 하나의 웹사이트, 플랫폼(Platform)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관람객이 전시 정보를 얻고,

작품을 보고, 링크를 통해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에서 온라인 전시 오프닝에 참여하거나,

유튜브(Youtube)에서 작품 영상을 감상하고,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온라인에서 전시 이벤트가 막을 내린 후, 처음부터 온라인 전시환경을 상정하지 않았던
이 작업들이 관람객에게 잘 전달되었을지 궁금했다.





2. 전시인 것과 전시일 것


(1) 하이퍼링크(Hyperlink)

온라인에서 관람자에게 작업을 충분히 경험하게 하기 위해 ‘하이퍼링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웹사이트의 메인 화면 우측에서 작품 이미지를 클릭하면 정보를 볼 수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작품은 처음 공개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곳에서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보여 주기로 했다.

이미지를 업로드한다면 이전에 공개한 적 없는 것을 선택하고, 아예 이미지를 배제한 채
작업 설명 텍스트만 업로드하기도 했다. 또 작업을 시작하는 데 영감을 주었던 영화 자료나 작업을
진행한 과정을 보여 주고, 실물을 촬영한 영상을 업로드 했다. 또 작품 페이지에서 마우스로
작업의 요소를 움직여 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사용자의 클릭을 유도해서 또 다른 정보를 pdf 형태로
볼 수 있게 했다. 온라인에서 작업을 다각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여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실제로 작품을 보고 느끼는 체험과는 또 다른 입체적인 감상을 관람객에게 제공하고 싶었다.


(2) 온라인 전시 오프닝

전시를 온라인에서 하기로 정하자 ‘오프닝 행사’를 진행할지를 두고 이야기가 오갔다.
오프닝행사는 으레 전시를 축하하는 친목의 의미가 큰데 ‘과연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몇 달 전 참석했던 온라인 생일파티에서 오프라인과는
다른 재미를 느꼈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온라인으로 오프닝 행사를 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확신했다. 오프닝 행사는 줌(Zoom)에서 이루어졌는데, 링크 주소만 있다면
누구든 참여가 가능하여 약 40여 명이 오프닝 행사에 접속했다. 참가자를 대상으로 추첨 이벤트를

진행하여, 당첨자에게 디자이너의 실물 작업을 우편으로 전했다.


(3) 작품 해설 라이브

작품 해설은 한 명의 디자이너가 총 2회씩 인스타그램 라이브(Instagram Live)로 진행했다.

관람객은 작업 설명을 듣고 싶은 작품을 구글 폼(Google Forms)으로 투표를 했다.
약 한 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으로 작품을 해설하고, 작업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프라인 전시라면 전시장을 직접 찾아가서 디자이너를 만난 후,
작품에 대해 질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라이브 방송으로 해설함으로써 물리적
거리를 단축할 수 있었다. '온라인'이라는 곳은 작품과 관람객의 거리를 좁히기보다 디자이너와
관람객의 소통을 원활히 하여 거리를 좁히는 데 적합한 매체가 아닐까 생각했다.


(4) 온라인을 상정한 작업

하지만 이러한 방법을 동원해도 디자이너로서 ‘관람객에게 실물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은
크게 가시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방법들은 결국 오프라인 전시를 할 수 없는 상황의 대안인 것이다.

관람객 역시 온라인을 통해 작업을 감상하면서도 실제가 보고 싶을 것이다. 온라인 전시에 보인

작품은 완성 형태가 디지털이 아닌 인쇄물이었기 때문에 화면과 밀착하는 느낌이 적었을지도

모른다. 온라인 전시가 디자인을 관객에게 보이는 일반적인 형태가 된다면 디자이너는 처음부터

이러한 전시환경을 고려하고 작업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다.
우리가 온라인 배너나 웹사이트를 화면으로 보았을 때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3. 전시일 것과 전시였던 것

실제로 온라인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중에 몇몇 지인은 전시가 언제부터 시작하는지,
전시는 잘 끝났는지 물어 오곤 했다. 순간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온라인에는 전시 외에도 보고
즐길거리가 많기 때문에 인터넷 이용자가 아닌 관람객을 전시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도 모른다. 전시를 이메일이나
SNS로 알리는 대신 실제 우편을 부치는 것이 번거롭지만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온라인 전시를 통해 우리는 이미지를 무한히 확대하여 육안으로 보기 힘든 디테일을

볼 수 있고, 클릭 몇 번으로 세계 곳곳의 전시를 한자리에서 볼 수도 있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매끈한 화면으로 실제 존재하는 작품을 충분히 경험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좀처럼 힘들다. 팬데믹 이전에도 우리는 화면을 통해 전시를 보는 것에 익숙했다.
블로그나 SNS를 통해 실제로 방문하지 않고도 전시장과 작품을 쉽게 확인하고 실물이 궁금한
작품은 직접 전시장을 찾아 관람했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전시장의 모습과 작업의 아우라
그리고 관객의 분위기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평면처럼 느껴지는 온라인의 화면을 3차원의 공간으로 만든 시도가 있었다.
‘New Space dedicated to Graphic Design, 그래픽 디자인 전용의 새로운 공간’를 표방하는
<올림피아 갤러리(Olympia Gallery)>이다. 이 갤러리는 COVID-19 팬데믹 선언 이전에,
몇 가지 물음을 던졌다.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예’, ‘아니오’라고 이분법으로 답할 수 없다.
날이 따뜻해지면 점차 사그라들거라던 바이러스는 이미 우리의 예상을 빗겨 여름으로 번져 가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작업으로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작업을 어떤 형태로
보여 주는 것이 더 적합한지 영민하게 판단해야 한다.



* SPRING SHOW 20 https://springshow20.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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