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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언 Feb 10. 2022

서바이벌 베트남 농촌 체험기

#1. 농 짜이 호아 루아 베트남 농촌 체험

호치민에서 처음으로 현지인과 함께 했던 여행은 호치민 근교인 구찌 지역에 있는 벼 농장 체험이었다. 뗏 쭝투(Tết Trung thu, 중추절/추석)를 앞두고 아들 1호의 반 대표 엄마가 클래스 챗에서 특별한 체험활동을 함께 갈 친구들을 모집했다. 반 대표 엄마가 주축이 되어 참가 신청을 받길래 반 친구들이 다 같이 가는 여행이라고 여겼던 나는 내성적인 아들이 여행까지 빠지면 겉돌게 될까 봐 참가 신청을 했다.  





이번 여행 괜찮을까?


여행 당일 학교 앞에는 45인승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반 아이들이 보호자와 동반해서 참석한다면 45인승 버스면 충분하겠다고 내심 생각하고 버스에 오른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받았다. 참가자는 대부분 베트남인 친구들이었고, 외국인은 주최자였던 반 대표 엄마와 우리 가족뿐이었다. 아들 1호는 같은 반에 유일한 한국 친구도 오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채고 불안해했다. 아직 영어 사용이 능숙하지 않았던 때라 불안함에 엄마에게 더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데리고 왔던 아들 2호 덕분에 1호는 겨우 안정을 찾았다.   

우리가 가는 곳은 농 짜이 호아 루아(NÔNG TRẠI HOA LÚA, 벼 농장)로, 단체(최대 1,000명까지 수용 가능)로 벼농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었다. 호치민에서 2시간 거리인 구찌(Gu Chi)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2시간이 만 6세 아이들에게 지루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버스 안에서 베트남어로 레크리에이션이 진행되었다. 먼저 베트남어로 된 퀴즈를 맞추고 선물을 나눠주었다. 베트남어를 모르는 우리 아들들은 당연히 묵묵부답이었다. 다음은 댄스 음악에 맞춰서 신나게 춤추기였다. 베트남 음악에는 시큰둥하던 우리 아들들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오자 두둠칫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아수라장, 이번 여행 괜찮을까?


벼농사 체험 vs 서바이벌 체험


귓가에 울리는 스피커 소리에 정신을 놓을 무렵 다행히 체험장에 도착했다. 모든 일정은 베트남어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외국인이 있다는 걸 알고 주최 측에서 영어가 가능한 전담 직원을 붙여 주었다. 친구 엄마들도 간간히 진행 상황을 영어로 통역해주었다. 다행이었지만, 직원은 바빴고, 엄마들은 대부분 본인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멋모르고 돌아다니다간 미아 되기 십상이었다. 우리는 무조건 친구들을 놓치지 않고 따라다니고, 눈치껏 친구들을 따라 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벼 농장 체험과 함께 서바이벌까지 체험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체험복으로 갈아입었다. 갈색 또는 검은색의 체험복은 우리나라의 개량한복과 비슷한 디자인이었지만, 베트남의 기후에 알맞은 얇고 하늘거리는 천으로 만든 작업복이었다. 아이들이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있으니 이방인 같은 느낌은 덜해졌다.  


이곳에서는 벼농사뿐 아니라 농촌과 관련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랜턴 만들기, 월병 만들기, 물고기 잡기, 모심기, 농장체험, 줄다리기, 사자춤 등이 있었다. 체험 인원의 규모와 기간, 연령대에 따라 체험 프로그램은 변동되는데 만 6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았다.  


1. 랜턴 만들기

색지로 만든 랜턴

매년 뗏쭝투(추석)가 되면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종이 랜턴을 만들었다. 종이를 자르고 붙여서 랜턴 모양을 만들고, 손잡이까지 만들고 나면 완성되는데, 여기서도 랜턴 만들기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래도 학교에서 만들어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곧장 만들었다. 종이 랜턴을 들고 포즈까지 잡으니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2. 월병 문양 찍어내기


월병 재료를 사각 월병 틀에 넣고 누르면 뚜껑에 있는 무늬가 월병에 새겨지는 작업이었다. 평소에도 클레이를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는 아들 1호는 월병 반죽의 느낌이 좋았는지 만지작 거리며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숫기가 없던 아들 1호는 다른 친구들이 한 번씩 다 해보고 마지막에서야 월병을 만들 수 있었다.


3. 과일 꾸미기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여러 가지 과일로 예쁘게 장식해 제단이나 집을 꾸민다. 여기서도 아이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눠서 어느 팀이 과일 바구니를 더 예쁘게 꾸미는지 대회를 열었다. 과일과 인형은 잔뜩 쌓여 놓았지만, 손이 빨라야 원하는 과일과 인형을 가져올 수 있었다. 남자아이들이 재빨리 과일과 인형을 가져오면, 여자들이 예쁘게 꾸미기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우리 아들들이 속한 그룹이 대회에서 1등을 했다. 우리 아들들이 이 대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자기 팀이 1등을 했다니 그저 신났다. 말이 잘 안 통해 겉돌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4. 사자춤

행사에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사자춤이다. 학교에서도 종종 보는 사자춤이라 그런지 이제는 낯설어하지 않았다. 처음 사자춤을 보았을 낯선 타악기 소리에 시끄럽다고 귀를 막았었는데,  이제는 사자 한번 만져보겠다고 손을 뻗는다. 신나는 사자춤을 보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5. 물고기 잡기


반 친구 엄마를 발견하고 따라간 곳에서는 아이들이 줄을 서서 진흙탕물로 들어가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예민함 끝판왕이라 모래 뭍는 게 싫다고 해변에도 안 가던 아들 1호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고, 2호는 들어가긴 했지만 물고기가 없는 것 같다며 곧 탈출을 시도했다.  미끄덩한 물을 맨발로 밟아가며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데, 기분이 상쾌하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열심히 진흙탕물에서 실랑이를 하던 반 친구들은 얼굴에 온통 진흙을 묻힌 채 결국 물고기 두 마리를 잡고 내고야 말았다.

진흙탕물에서 탈출하려는 애가 바로 우리애 / 진흙탕에는 물고기가 있긴 있었다


6. 모내기 체험


얼굴에 진흙을 묻힌 채 아이들이 향한 곳은 비어있는 논이었다. 학창 시절에 배웠듯이 베트남은 이모작이 가능한 나라로, 벼농사에 적합한 나라다. 아이들은 벼 모종을 들고 물이 가득한 논으로 들어가 직원이 알려주는 대로 모를 심는 시늉을 했다. 아들 2호는 물이 깨끗하지 않다며 소리를 질렀지만, 이런 체험을 언제 또 하겠냐 싶어서 다른 친구들처럼 해보라고 했다. 농촌에서 자란 내가 본 모내기는 가지런하고 보기 좋았는데, 아이들은 아무렇게나 논 바닥에 모를 꽂아놓고 나왔다.  



8. 물놀이


진흙탕에서 물고기를 잡고, 모내기를 하느라 힘들었지만 마지막은 물놀이로 마무리지었다. 체험복을 벗고 샤워장에서 몸에 뭍은 진흙을 깨끗이 씻어 내고 향한 곳은 바로 수영장이었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은 물안경에 암밴드를 하고 물장구를 치면서 신나게 놀았다. 끝이 좋으면 좋다고 실컷 물에서 놀고 나서는 오늘 재밌었다고 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아


그래, 너희들이 어딜 가서 이런 경험을 또 해보겠니? 니들이 좋다니 엄마도 좋다. 이렇게 고생(?)했으니 최소한 쌀이 쌀나무에서 열린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 진흙탕에서 뒹군 덕분에 친구들과는 더 친해질 수 있었다. 학교에는 베트남 친구들끼리 노는 모임이 있었는데, 이 날을 계기로 우리도 모임에 종종 참가하게 되었다. 덕분에 베트남 생활이 심심하지 않게 되었다.



< DU LỊCH NÔNG TRẠI HOA LÚA>
주소: 16 Đường Nguyễn Văn Tiệp, An Phú, Củ Chi, Thành phố Hồ Chí Minh 700000 베트남
https://www.facebook.com/dulichhoalua
https://nongtraijo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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