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3.~2025.06.15.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양숙현 작가의 개인전 《사변적 물질들》에 대해 다시 읽기
글. 홍희진(독립큐레이터)
“출현된 하나의 질서는 주위와의 작용이 변하게 되면 또 다른 질서로 전이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점진적인 변화와 임계 상태에 이르면 발생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포함한다. 임계 상태에서는 요동이 발생하여 소멸되지 않고 계 전체를 지배하게 되며 결국 새로운 구조로 전이하게 된다. (…) 결정론이 거부되면 창조와 자유의 가능성이 도입된다.”[2]
초연결시대의 개관과 함께 팬데믹을 통과하며 인간은 사유의 중심에 있는 기존 기준들에 문제제기를 한다. 인간이 무엇을 누락시켰는지에 대한 성찰과 함께 이전과 다른 시작에 대하여 ‘물음’을 갖는다. 실재론의 비인간 중심 사고는 정리되지 않은 언어를 매개로 등장하여 인공지능시대 이후 예술 작품들 이미지로 매개 전환을 일으키며 그 모습의 실재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기술 생성시대의 테크놀로지는 인간 환경의 중요한 조력자이자 인간의 사유를 드러내게 하는 동력 이상의 기능을 하면서 기술 환경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가운데 양숙현 작가의 2025년 개인전 《사변적 물질들》은 “하이퍼객체(Hyperobjects)”시대 기술, 감각, 존재론, 데이터의 교차점에서 진행되는 미학적 실험이다. 이 전시는 생성형 인공지능, 3D스캐닝, VR모델링 등으로 만든 동시대 예술 작품들을 통해, 현재 인류가 직면한 철학적 문제들에 대한 응답을 시도하고, 단순히 시각적인 예술을 넘어, 인간 존재의 조건과 그 실재의 변화를 탐구하는 사변적 작업이다. 작가는 ‘사변적’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기술적 존재들의 상호작용을 탐색하며, 이는 퀑탱 메이야수(Quentin Meillassoux)와 그레이엄 하먼(Graham Harman), 티머시 모튼(Timothy Morton)의 사변적 실재론(speculative realism)과 맞닿아 있다. 이와 같은 존재론적 전환을 예술적 형식으로 풀어내며, 작가의 작품들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계를 사유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를 펼친다. 기초적으로 작가의 작업 철학을 들여다보면, 물질이 인간의 인식과 독립적이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든 그 자체로 존재한다는 객체 지향 존재론(Object-Oriented Ontology, OOO) 관점은 작가가 예술이 인간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 존재론적 질문을 제기하고, 비인간적 존재와의 관계를 탐구하는 방식을 구현하게 해주고 있다. 특히 사변적 실재론과 같이 상관주의(Correlationism)에 비판적이나 대상의 실재성에는 긍정하여 디지털 대상의 특이한 실재성을 연구하고, 기술을 통해 철학하며 존재론을 탐구하는 허욱(Yuk Hui)의 “코스모테크닉스(Cosmotechnics)” 관점은 작가에게 중요한 사유방식이다. 이 관점과 결을 같이 하고 있는 작가는 예술기술적 실천과정에서 지속적인 질문들을 던지며 작업을 펼치고 있다. 허욱에 따르면, “코스모테크닉스”는 “도덕질서와 우주질서 그리고 둘 간의 합일 과정을 구체화하는 것에 의해”[3] 이뤄지며, 코스모스론은 “일상생활 속에, 즉 우리 자신이 다른 인간들, 비인간들, 다른 천연자원, 환경 전체와 관련을 맺는 방식 속에 매립되어”[4] 있고, 앎의 방식과 존재 방식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술철학적 입장을 가진 작가는 ‘신체성과 감각’, ‘비인간과 행위하기’, ‘물질로서 데이터’, ‘우연으로서 오류’, ‘사변적 물질들’ 등[5] 상호상관적인 주제들에 천착하며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대표적인 작품이자, 작가가 사변적 물질에 관해 현재까지 실험한 모든 연구 결과가 드러나고 있는 작품인 <OOX 2.0 – 지구물질인간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2024, 이하 OOX 2.0)은 인간 존재를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과 동양 철학의 오래된 예측 기술인 명리학(命理學)을 통해 하나의 물질로 재조명하고 있다. 이 작품은 관객의 생년월일을 입력 받아, 이를 기반으로 물질적 이미지들을 생성하지만, 이 시각적 물질은 인간 고유 데이터를 이미지로 단순하게 치환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와 맺는 물질적 관계를 기술 환경에서 새롭게 구성한다. 작가는 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체계에서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누락될 수밖에 없는 취약한 데이터들을 ‘마이너 데이터’라고 명명하며, 데이터의 다양성을 주제로 컴퓨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매체 담론적 측면을 제기한다. 작품<OOX 2.0>은 관객 개인 데이터인 생년, 생월, 생일, 생시를 시작으로, 하늘과 땅의 10간과 12지의 결합으로 여덟 글자로 나타나는 사주팔자와 우주 만물의 기본 원리인 음양과 오행(목, 화, 토, 금, 수)의 원리와 함께 실시간으로 분석하면서 인공 생성이미지 출력 과정을 거친다. 이런 우주적인 개인의 고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 생성이미지 작업방식은 기존의 선형적, 분석적 인간과 기계 이원론에 비판적 거리를 두는 동시에, 기계 환경을 통해 생성된 여러 이미지들로 만들어진 하나의 존재도(圖)와 같이, 인간을 존재론적 실재의 복합적인 관계에 놓인 사변적 물질들로 나타낸다. 여기서 ‘사변적 물질’은 인간, 비인간, 기계가 얽히는 감각적 상호작용을 통해 새롭게 형성되는 존재론적 개념이다.[6] 그리고 이러한 작가가 기계환경에서 만들어낸 “인간물질론과 합성의 존재도”[7]에서 발견되는 시간성의 특징은 마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존재론적 시간 개념을 상기시켜준다. 하이데거의 시간성[8]은 실존적 의미 차원에서 현존재의 실존적 존재방식을 드러내는데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감각하거나 인지하기 어려운 시간 데이터를 통해 시각적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동시에, 비인간적 존재들과 인간의 관계를 물질적으로 재조명하며 존재론적 전환을 불러일으킨다. 작품 <같은 의미를 지닌 다른 것들>(2022)와 <로봇 생태계의 외래종>(2023)은 기술 생태계 내 존재들의 다양성과 그 수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두 작품들은 인간과 닮은 로봇이 아닌, 신체성의 전유를 배제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된 로봇을 통해 존재론적 탐구를 한다. 이러한 생경한 외래종 로봇은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서, 기술적 존재가 상상하는 다른 형태의 생명 가능성을 제시하며 ‘살아있음’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는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의 사이보그 윤리학을 확장하는 관점으로도 읽을 수 있으며, 인간-비인간-기계 간 상호 존재의 새로운 상상력을 열어준다. 해러웨이는 ‘사이보그 선언문’[9]에서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존재론을 제시하며, 사이보그의 개념을 통해 기술과 인간, 자연의 경계를 허문다. 작가는 이러한 해러웨이의 이론을 떠올리듯 예술기술적 실천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는 존재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기술 생명체에 대한 존재론적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작품 <감각, 결정화>(2018)와 <기술을 보는 방법 시리즈 2 만날 수 있는 데이터: 서비스 센터>(2019)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물리적 신체를 통해 탐색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VR과 포토그래매트리(Photogrammetry)[10] 기술을 사용하여 신체의 움직임을 가상공간으로 번역하고, 그 데이터를 다시 3D 프린팅을 통해 물질화한다. 이 순환적 회로는 단순히 기술을 재현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기술 자체가 감각적 실재를 형성하는 주체가 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데이터는 더 이상 단지 “수적 재현(Numerical Representation)”[11] 이 아니라, 감각의 흔적이며, 물질의 다른 양태로 변모한다. 작가는 데이터와 현실의 연합 환경에서 기술이 물질성과 감각을 어떻게 변형할 수 있는지, 기술을 통한 감각의 재구성 방법을 제시한다. 작가는 데이터와 현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고, 그것에 신체가 존재한다. <OOX에서 온>(2020)과 <사변의 숲에서>(2022) 작품은 세계가 구성되는 시뮬레이션적 층위와 그 불완전성을 드러낸다. 특히 <OOX에서 온>의 다섯 장면으로 구성된 비인과적 세계는 관객이 익숙한 인과성과 개연성의 틀을 벗어나게 한다. 이 작품은 기술이 생성한 데이터들이 인간의 내러티브 구조로 포섭되지 않음을 보여주며, 기술적 글리치(glitch)는 새로운 존재론적 감각으로 전환된다. 비인과적 존재론을 통해 작가는 기존의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을 뛰어넘어, 인간-기계 관계의 재구성을 제시한다. 즉, 이러한 접근은 기술을 통한 새로운 인간성 모색에 관한 실험을 의미하며, 티머시 모턴이 세계의 끝은 “기이한 낯선 것과의 오랜 공존 관계”[12]라고 주장하듯, 세계의 다른 시작을 예측하는 시도다. 특히, 티머시 모턴은 “하이터객체는 데이터가 아니다.하이퍼객체는 하이퍼객체다”[13]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데이터가 수적 재현일 때 하이퍼객체는 데이터가 아닌 것이고, 인공지능 이후 거대 데이터의 기술 생성으로 인한 변모로 인간이 데이터 전체를 인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데이터도 하이퍼객체로 간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이퍼객체의 속성으로 데이터세계를 살펴본다면 데이터 또한 기술환경 속에서 연관된 존재들에 들러붙고, 인간에게 보이지 않지만, 상호객체적(interobjectively)으로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모턴이 진단한 “하이퍼객체들은 우리가 생태학적으로 생각하도록 강요하며, 역으로 우리가 생태학적으로 사유한다고 해서 하이퍼객체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오히려 플루토늄, 지구온난화, 오염 등과 같은 것이 생태학적 사고를 낳았다.”[14]고 말한다. 하이퍼객체들로 인한 사유방식의 변화를 전유하여, 작가의 작업관과 맺어 생각해보면, 데이터가 생태학적으로 인지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작가는 이러한 데이터세계에서, 혹은 하이퍼객체들로부터 다른 시작을 찾기 위해, 앞서 언급한 허욱의 기술과 예술의 합일방식인 코스모테크닉스 관점의 일상생활로 돌아온다. 즉, 개인-다른 인간-비인간-천연자원-환경-등등과 맺는 복합적인 관계 속에서 “사유”[15]를 통해 존재와 앎에 대한 채굴을 하고 있다. 하나의 예시로 작품 <인형의 집>(2020)은 제주 원도심의 도시재생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적 맥락에 대해 기술과 데이터가 어떻게 읽어내고 기록할 수 있을지 탐구한다. 또한 이 작품 속에서 작가는 자신이 데이터화된 캐릭터가 되어 데이터 존재로서 데이터 내부를 점유하기까지 하며 데이터세계를 통한 사변적 실재를 제시한다. 작가는 ‘제주시 서사로 5길 5-2’라는 실제 도시의 공간을 기록하고 재현하는 기술이 중립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면서, 특히 데이터가 재편되는 방식에 따라 그 공간의 정치성이 드러나며, 기술이 어떻게 장소와 주체 간의 관계를 변화시키는지를 분석한다. 작품 <메타-메터-리얼>(2022)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등장과 함께 포인트 클라우드 데이터와 오디오 리액티브 시스템을 통해 현실을 넘어선 우주적 물질성을 시청각 경험으로 가시화한다. 이 작품에서 포인트 클라우드와 사운드 데이터는 고정된 물질이 아닌, 시시각각 생성되고 해체되는 운동으로서의 가변적인 현실을 제시한다. 이는 객체 지향 존재론을 비판하는[16] 팀 잉골드(Tim Ingold)의 ‘객체 없는 세계(World Without Object, WWO)’[17]개념과 맞물려 얘기될 수 있다. 잉골드가 말하는 세계는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조응하며 ‘되어가는 것’이다. 물질에 생명을 돌려주는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 작품은 우주적 규모의 물질적 현실이 어떻게 유동적으로 압축되고 팽창, 폭발 되어가는지 감각 층위에서 물질의 생기(生氣)를 시사하고 있다.
이상 작가의 작품들은 하이퍼객체로 세계의 끝이 선고된 시대 예술가가 어떻게 감각하고 사유할 수 있는지, 디지털 대상에서 특이성을 발견하고 있는 예술가가 ‘다른 시작’이라는 철학적 과제를 어떻게 모색하는 지에 대한 방법론 측면에서도 중요한 연구결과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인간 중심의 존재론에서 벗어나, 인간-비인간-기계의 얽힘 속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감각과 존재를 향한 사유와 사변적 물질들이 앞으로도 계속 ‘사변적으로’ 확장될 것을 예견하고 있다. 양숙현 작가의 개인전 《사변적 물질들》 다시 읽기 중인 이 글을 맺어보자면, 이 전시는 기술이 세계관에 녹아 든 코스모테크닉스의 예술기술적 실천이자, 인공지능 이후 데이터 세계에 대한 사유학(noologie)이다. 데이터의 생태계적 다양성을 포착하고 있는 작가는 기술과 신체를 통한 사변적 감각과, 관계에 따라 유동하는 존재자, 이것들로 드러나는 실재에 대한 고찰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이 전시는 자연환경과 인간환경을 중심으로 주목해 온 역사적철〮학적 사고에 이의제기를 하며, 기술환경이 일상생활과 기술생성 차원에서 작동을 하며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에 대해, 예술가의 사유하기를 통해 자연환경, 인간환경, 기술환경을 ‘근본적으로 개방하여’ 대등한 시선에서 연합하며 생성된 예술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인간-기술-자연간 관계에서 교차되는 지점을 고민의 토대로 삼아, 각각의 위상을 재고하고, 감각과 데이터, 물질과 이미지, 존재와 인식의 층위에 성찰의 틈을 내어 새로운 존재론적 지평을 펼치고 있다.
------------
[1] 티머시 모튼은 "하이퍼객체(hyperobjects)"를 "인간에 비해 시공간에 광범위하게 분포한 사물들"로 정의한다. 모튼은 하이퍼객체의 특성을 점성(Viscosity), 비국소성(Nonlocality), 물결치는 시간성(Temporal Undulation), 위상 조정(Phasing), 상호객체성(Interobjectivit) 등 다섯 가지로 나눠 설명하며, 하이퍼객체는 인간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동시에 인간 활동과 얽혀 있으며, 그 거대함과 복잡성으로 인해 결코 완전히 파악되거나 경험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블랙홀, 석유 매장량, 지금까지 제조된 모든 플라스틱, 방사능 물질, 자본주의, 지각판, 태양계 등과 같은 사례를 통해 하이퍼객체를 설명하며, 이러한 존재들이 현대적 조건 하에서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하이퍼객체 이론은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해체하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 간의 새로운 관계적 사고를 요청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티머시 모튼, 『하이퍼객체(Hyperobjects: Philosophy and Ecology after the End of the World)』, 김지연 번역, 현실문화, 2024
[2] 일리야 프리고진, 해제 ‘됨의 세계관’, 『있음에서 됨으로: 시간의 의미와 물리과학』, 이철수 번역, 민음사, 1988, p. 265.
[3] “『중국에서의 기술에 관한 물음』에서 나는 하나의 보편적동〮질적 테크놀로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적철〮학적으로 다수의 코스모테크닉스가 존재함을 재발견하고 그것을 명료화하는 것이 필요함을 제안하기 위해 코스모테크닉스 개념을 발전시켜보았다. 나는 기술적 활동을 통한 도덕질서와 우주질서의 합일을 코스모테크닉스에 대한 예비적 규정으로 제시했다.” – 허욱, “서론: 감성교육에 관해”, 『예술과 코스모테크닉스』, 김성우 옮김, 조형준 감수, 새물결, 2024, p. 76.
[4] 위의 책
[5] 이번 전시 연계 프로그램인 작가와의 대화(2025.4.22.)에서 작가의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 발췌
[6] 양숙현 작가는 “인간의 연산 능력을 초과하는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생성해낸 이미지와 합성의 감각”을 ‘사변적 물질’로 정의한다. https://maumchine.net (검색일 2025.4.28)
[7] 예술-기술-사회의 접촉면들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연구하여 발표하는 일시적인 플랫폼인 ‘포킹룸 리서치랩’(https://www.forkingroom.kr/)에서 양숙현 작가가 발표한 프로젝트 명이다. “(…) 데이터베이스 기반이 취약하여 미신, 혹은 비과학적이라 평가되는 동양의 철학관을 차용하여 만든 가상의 이론을 기반으로 생성된 詩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인간-쓰기를 시도” 했고, 이를 “인간 프롬프터의 시와 인공지능의 상상력으로 완성된 합성의 존재도(Synthetic Ontography)”라고 일컬었다.” 양숙현, <인간물질과 합성의 존재도>, Forking Room Research Lab ZINE, 2023. 작가의 이 작업은 실제 관객들의 참여로 2024년 금천문화재단 전시《백 개의 주머니로 만든 하루》에서 렉처퍼포먼스<인간 물질론과 합성의 존재도>로 공개됐고, 2025년 서울융합예술 페스티벌 언폴드엑스 전시《2084: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실시간 이미지생성의 관객참여형 작품<OOX 2.0 – 지구물질인간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선보였다.
[8] 하이데거는 모든 존재 이해와 존재 해석의 지평으로서 시간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이기상 번역, 1998
[9] ‘사이보그 선언문’(A Cyborg Manifesto: Science, Technology, and Socialist-Feminism in the Late Twentieth Century)’은 도나 해러웨이의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1991)의 책에 수록된 에세이인데, 성차별 사회를 극복하는 사회정치적 상징으로 사이보그가 현실의 존재가 되어 의미를 지니게 됐다.이러한 내용으로 소셜리스트 리뷰에서 1985년 처음 발표되었다.
[10] “포토그래메트리 기술은 2차원 이미지를 기반으로 기하학적인 3차원 형상 정보를 구축하는 기술로, 여러 위치에서 물체를 촬영한 영상을 통해 위치, 형 상, 크기 등을 파악하여 3차원 데이터를 생성한다. 주로 지형 지도 제작, 건축, 엔지니어링, 품질 관리, 경찰 조사, 문화유산 및 지질학과 같은 분야에 사용 되고 있다.”, 김현주, 최중용, 오아름, 지형근. “Trends in High-Resolution 3D Data Generation Technologies.” Electronics and Telecommunications Trends 37, no. 3, June 2, 2022, pp. 64–73.
[11] ‘수적 재현’은 마노비치가 뉴미디어 객체를 설명하며 쓴 용어이다. 뉴미디어 객체가 수적으로 재현되면서, 형식적(수학적)으로 기술되거나, 연산에 의해 조작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레프 마노비치, 『뉴미디어의 언어』, 서정신 옮김, 생각의 나무, 2004, pp. 70~72.
[12] 티머시 모튼, 『하이퍼객체』, 김지연 번역, 현실문화, 2024, p. 198.
[13] 위의 책, p. 104.
[14] 위의 책, 같은 쪽.
[15] “(…) 사유란 변형적 역량을 가진 새로운 독법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우리의 현실적 상황을 성찰하고 그것을 넘어 근본적 개방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허욱, “서론: 감성교육에 관해”, 『예술과 코스모테크닉스』, 김성우 옮김, 조형준 감수, 새물결, 2024, p. 96.
[16] “객체 지향 존재론은 정말로 덩이의 강렬한 존재론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론이다. OOO는 우리에게 세계의 유령을 보여 준다. (…) 선이 끊기면 덩이는 위축되고 스스로 무너진다. 선이 없으면 덩이는 ‘객체’로 축소된다. 이것이 바로 실제로 생겨나는 모든 덩이가 그저 객체가 아니며, 덩이에 항상 객체 이상의 것이 존재하는 이유다. 팀 잉골드,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 차은정, 권혜윤, 김성인 옮김, OIUI, 2024, pp. 38~39.
[17] “공기가 없는 응고된 세계에서 지각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감응적 존재(sentient being)로서 우리의 실존은 객체 없는 세계, 곧 날씨-세계에 잠겨있음에 근거해 있다.” 위의 책, p. 133.
양숙현 작가 홈페이지 https://maumchine.net/
*위의 리뷰는 전시 도록에 실릴 예정입니다.
작업 고민들을 공유해주고 리뷰가 간직될 지면을 할애해준 양숙현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함께 동행하는 우정에 축배를, 앞날의 작품 활동에 깊은 응원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