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예술 디알로그 No.12
이것도 신경 써야 하고 저것도 신경 써야 하고 세상은 늘 불공평하고 이건 이래서 맘에 안 들고 저건 저래서 문제라며 그때도 어제도 오늘도 지금도 매 순간 한결같이 크면 커지고 작으면 작아지는 한 개에서 여러 개까지 불만을 표현하지만 오랜만의 통화 중에 혹은 일 년에 손꼽게 만나면 웃고 보는 친구가 있다.
그러고 보면 아름다운 자연 말고 세상이 마음에 쏙 든 적이 있었는가 그녀는 그저 세상의 생김새를 묘사하는 중일 수도 있겠다. 투덜대는 말투를 장착하고 삐딱한 자세의 그녀가 이제 익숙해진 인터뷰어는 그녀가 다른 훌륭한 분들이나 인터뷰하라는 말을 무시하고 축제 현장인 문화비축기지로 가서 인터뷰를 했다. 우리는 그러니까 십년전 스무 살 후반 서울문화재단에서 직원으로서 만났고 지역 축제를 같이 보러 갔다가 지금까지 친척 소식 전하듯 명절이나 생일 때 종종 서로를 떠올리며 같이 살아가는 동갑내기 친구가 되어있다. 인생의 원수가 있다는 직장터에서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단연컨대 전에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더욱 소중한 그녀.
사람 때문에, 결국에는 예술 때문에 화나고 웃고 울고 행복한 그녀. 많은 사람들의 의지와 피 땀 눈물로 축제 현장은 만들어진다. 야외행사가 주를 이루고 좀 더 많은 가족단위, 다른 여건의 사람들까지 유입하려는 노력과 늘 위험천만한 에피소드들에 책임을 지며 진행한다. 예술 생태계에서 날 것을 안전하게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축제 관계자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만년 대리를 탈피한 서울문화재단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류한영 과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질문 1 >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이후 어떻게 예술을 보여주고 계신가요?
답변 1 >
문화예술 관련 기획 및 행정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대략 비율은 3:7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시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일을 하다 보니 기획에 따른 행정 업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업들이 비대면/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거리예술/서커스 장르에 부합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해 어떻게든 대면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회의를 한 끝에 ‘드라이브 인’ 형태의 행사를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드라이브 인(DRIVE-IN) 서커스: 관람객이 차에 탑승한 채 입/퇴장 및 서커스 공연을 관람하는 형태로 관객/스태프/예술가 간 접촉을 최소화 한 비접촉 운영 방식.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문화비축기지 문화마당에서 '2020 서울 서커스 축제 및 시즌 프로그램'을 9월 18일부터 10월 11일까지 100% 사전예약제 및 '드라이브 인' 형태로 프로그램 진행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행사 운영’ 지침 상 실내는 50인 이하, 야외는 100인 이하를 맞춰서 운영해야 하는 상황인데 행사 진행 스태프와 참여 예술가 수만 해도 대략 4~50명 정도라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질병관리본부 문의 결과 ‘드라이브 인’ 형태는 세부 지침이 별도로 없고 차에 탑승한 사람을 야외 인원으로 포함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답변을 바탕으로 관객 100인 기준으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질문 2 > 현재 하고 계신 일로 제일 힘들거나 곤란한 점은 무엇인가요?
답변 2 >
정부와 재단은 행정 기관이다보니 지침과 행정 절차를 우선시하게 되고, 현장에서는 예술가와 시민의 입장과 수요가 별도로 존재하다 보니 절충안을 찾는 것이 어렵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혹시라도 나중에 책임질 일이 발생할까 우려되어 대면 행사를 자제하라는 지침이 계속 내려오는데... 양쪽을 다 설득해야 하는 점이 축제 실무자로서 가장 힘든 지점입니다. 저희가 처음에 차량 1대당 관객을 3명으로 제한하였는데 이유는 최대한 많은 가족이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기도 했고 뒷좌석에서는 관람을 위한 시야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관객은 코로나19로 인해 관람 인원 100명으로 제한하는 것은 동감하지만 4인 가족, 5인 가족도 많은데 그렇게 제한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주셨고 의견을 반영해서 차량 1대당 최대 4인까지 탑승하도록 변경했지만 여전히 5인까지 늘려달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지침을 준수하면서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가장 곤란하고 힘든 점입니다.
질문 3 > 언택트 시대가 되어 예술 측면에서 나아진 점이나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답변 3 >
무엇이 더 나아졌는지, 또는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동안 동일한 형태로 운영하던 사업 방식에 새로운 과제가 던져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생긴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제 시작이다 보니 앞으로 긍정적인 대안을 찾아나가야 하는 과제가 생긴 것 자체를 가능성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질문 4 >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는 예술 측면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요?
답변 4 >
현장에 올 수 없는 관객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축제나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관객이 하루 최대 몇 만 명이었다고 가정할 때 그 범주에 속하지 못했던 분들... 주로 온라인 홍보가 대세다 보니 온라인 세상이 익숙지 않은 나이 드신 분들, 이동이 어렵고 한 장소에 장시간 머물기 힘든 분들 등 문화 사각지대에 놓인 그러한 분들에게까지 닿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며 사업을 진행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질문 5 > 아쉽게도 실현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답변 5 >
아직은 없습니다.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우기고 온갖 논리와 주장을 펼쳐 결국 다 하고 있습니다.
질문 6 >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영향을 받은 예술가나 인물이 있나요?
답변 6 >
처음 문화 관련 일을 시작한 건 2007년 과천 한마당 축제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살던 동네에서 축제를 함께 할 인턴을 뽑는다고 공고가 난 걸 보고 지원했다가 합격하면서 문화예술 쪽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기획실장님이 현재 저희 팀장님이신데요.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거리예술/서커스 장르의 발전을 위해 한 우물을 파고 계시는 분입니다. 예술가를 대하는 태도, 사업 기획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 등은 정말 본받을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7 > 예술가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7 >
여러 요소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도 고려해야 하고 관객(시민)도 생각해야 하고 정부가 그려가고자 하는 방향에도 부합해야 하는 등 다양한 요소를 균형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안에서 무엇을 더 주안점으로 두고 만들어가야 할지가 계속해서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시민 관객을 대상으로 놓고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연을 만들자니 그 눈높이도 각양각색이라 어렵기도 하고 좀 더 다양한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가 있는데 혹여 그들 중 일부에게만 기회가 가지 않도록 골고루 기회를 분배해야 하는데 그랬을 때 시민이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을 어떻게 완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해 급작스럽게 축제 기획/운영 방향이 여러 차례 변경되면서 당초 기획했던 프로그램에서 빠지는 부분 없이 예술가가 공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전하고자 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관람하기에 다소 어려운 공연이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각자가 보고 싶은 공연만을 선택해서 관람하는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기 어려울 때이므로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고민해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현시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