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예술 디알로그 No.11
동료.
직장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기란 가히 어렵다.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너무나 힘 빠질 때 ‘딱 한 명만 있었으면..’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의견에 동조를 해주고 이 프로젝트를 함께 얘기라도 하며 풀어나갈 수 있는 동료 한 축이 되어준다면 정말 더 잘할 수 있는데 라는 탄식을 한다. 결론적으로 직장생활에서 그런 인물은 없다. 옆에 그러한 사람이 있다면 당장 모닝커피라도 가져다주며 따뜻한 고백을 하길.
광주에 두고 온 귀한 인연이 있다. 함께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꿈꾸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개관한 내 동료 소연언니 소연샘 곽소연 큐레이터.
그녀의 지긋한 뚝심과 한결같음은 실로 아름답다.
“(철면피 깔고..) 전당을 지켜주세요!”
질문 1 >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이후 어떻게 예술을 보여주고 계신가요?
답변 1 >
저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아시아문화원 전시기획팀에서 큐레이터로 재직하고 있고, 광주에 소재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되는 전시 프로그램의 기획과 실행, 운영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제가 진행한 전시를 예로 들자면, 이 전시의 기획 단계에서는 코로나19 감염증의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전시가 팬데믹 상황을 염두 해 두고 기획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전시의 내용과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품(예술)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여 본질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단, 팬데믹 상황은 해외 미술관에서 대여한 작품의 운송이 지연되거나 해외 큐레이터와 작가들의 여행이 제한되는 등 전시 준비 과정의 로지스틱(logistics)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전시가 운영되는 동안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임시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하면서, 다른 기관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전시 투어 영상이나 큐레이터 인터뷰 등 비대면(온라인) 방식으로 전시를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추가적으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대면 방식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모두 비대면(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하고, 전시 기간 중 진행될 예정이었던 퍼포먼스 작품의 경우, 온라인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작품의 형식을 변경하기도 하였습니다.
질문 2 > 현재 하고 계신 일로 제일 힘들거나 곤란한 점은 무엇인가요?
답변 2 >
전시의 경우 관람객의 숫자와 같이 계량적인 결과가 전시 자체와 공공기관 평가를 위한 중요한 지표입니다. 전례가 없었던 팬데믹 상황은 당연히 관람객의 감소로 이어졌고, 관람객 수를 대체할 만한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전시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평가는 저조할 수밖에 없겠죠.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감염증이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은 향후 전시의 로지스틱과 전시 작품의 내용이나 형식, 그리고 이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대안을 요구합니다.
질문 3 > 언택트 시대가 되어 예술 측면에서 나아진 점이나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답변 3 >
언택트 시대는 이미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일상과 사회 전반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 공간에서 경험하는 원작의 아우라나 몰입형 비주얼 오디오 작품 등 공간과 매개된 물리적이고 공감각적인 경험이 중요한 전시라는 매체의 특성상, 아무리 치밀하게 시뮬레이션되고 기록된 VR 가상 전시나 전시투어 영상이 그 경험을 대체하지는 못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언택트 시대에 ‘전시’라는 매체는 경쟁력이 없는 시대착오적인 매체가 될까요?
언택트 시대는 전시라는 매체, 작품과 전시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위, 더 나아가 미술의 사회적 존재 방식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요합니다. 대체재로써 VR 전시는 물리적 거리로 인해 전시를 방문할 수 없는 전 세계 다수의 사람들이 가상적으로나마 전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을 갖기도 합니다. 향후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실재 공간과 가상적 공간을 결합하는 작품과 전시의 형태가 더 발전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질문 4 >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는 예술 측면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요?
답변 4 >
몇 년 전부터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에 대해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도록 하는 ‘작가보수제도’에 대한 논의와 이를 국공립 미술관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제가 일하고 있는 실무 현장에서 조차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제공된 적이 없었습니다.
이는 ‘작가보수제도’가 제도적으로 안착되거나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는 반증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대다수 업계와 그 노동자들, 특히 예술가들과 예술계 종사자들이 경제적으로 큰 피해와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그 이전부터 논의되었으나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예술가의 근로자성, 예술가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보호의 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더욱 절실하게 드러냈습니다.
지난 5월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이 가결된 것은 진일보한 일이지만, 분야별 예술가들이 처한 현실을 반영하고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행령과 지침이 마련되고 있는지 모두가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질문 5 > 아쉽게도 실현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답변 5 >
없습니다.
질문 6 >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영향을 받은 예술가나 인물이 있나요?
답변 6 >
영향을 받은 특정한 예술가나 인물보다 저는 몇 가지 전시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제가 독일에서 유학하던 초기에 경험했던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나 카트린 다비드의 카쎌 도큐멘타 10은 그 이전까지 동시대 미술에 대한 이렇다 할 경험이나 학습이 없던 저에게 동시대 미술로 문을 열어주는 전시들이었습니다. 당시에 혼동과 충격 속에서 소화할 수 없었던 이 전시들은 공공과 예술의 관계나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고민하게 하고 예술을 사회, 정치, 역사의 광범위한 맥락 속에서 위치시키고 사유하는 태도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질문 7 > 예술가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7 >
예술가의 사명은 특정 사물이나 현상, 넓게는 세계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관점(Perspective)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점의 복수성은 세계를 ‘다르게’ 바라보는 기제로 작용하여 우리가 사는 세계에 다양성의 공존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