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시 어떤 유명 관광지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다. 단기계약직이었고 단순 접객 담당이었으니 직장이라기보다는 '알바했던 곳'이라는 표현이 맞지만 나름대로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했기에 근무하던 동안은 직장이라고 생각했던 곳이다.
돈을 내고 보러 온 사람은 좋은 것만 보다 나가면 되지만 거기서 일해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손님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감탄하는 자리에서는 오늘 아침 깐깐한 사장이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다는 모양이다. 그 소리를 듣던 직원은 오픈 전에 화장실에 가서 엉엉 울고 왔단다. 손님이 밀려드는 휴가철이면 하루에 만보씩은 거뜬히 걷기도 했다.
"쓰레기통 바로 옆에 있어요~!"
라고 외치며 뛰어가고 있는데 길바닥에 카페 테이크아웃 컵을 놓고 도망가 버리는 건 애교. 외부음식 반입금지라는 건 말하기도 목 아프다. 저 쪽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동료의 손에는 담배꽁초가 들려 있다.
"이걸 어디서 주웠는지 아세요? 금연 표지판 밑에서요. 다 목조 건물인데 땔감으로 쓰려고 하는 거야 뭐야."
서비스직은 한 명의 손님 때문에 웃기도 하지만 단 몇 분 스쳐 지나간 손님 때문에 사람이 죄다 싫어질 정도로 진절머리가 나기도 한다. 많은 손님들이 나에게 해결되지 않을 의문을 던져주기도 했다.
‘이 먼 곳까지 여행을 와서 입장료가 비싸다고 트집을 잡고 짜증을 부리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이유가 뭘까. 내 얼굴을 보면서 침을 튀길 시간에 저 아름다운 풍경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가면 좋을 텐데.’
하지만 폭우라도 쏟아지면 발길이 끊기고 사람이 바글바글하던 창 밖에 빗방울만 떨어진다. 그럴 때면 그곳의 모든 게 갑자기 좋아졌다. 떼로 몰려와서 내 귀에 대고 소리를 질러대는 손님들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겠어. 이 건물과 정원이 너무 아름다운 탓이지.
지금도 종종 SNS에서 그곳에 다녀온 사람들을 발견하곤 한다. 내가 구독하는 브런치 작가님도 좋아하는 인스타툰 작가님도 다녀와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걸 보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곳임에는 분명하다. 누군가가 그곳을 아름답다고 말할 때 나는 조금 으쓱해지기도 한다. 모두가 찾는 맑은 날과는 다른 모습들. 아무도 없는 날씨와 시간, 그리고 계절에 그곳의 풍경이 얼마나 고요하면서도 아름다운지는 보기 전엔 몰랐던 것들이니까.
그리고 개장 전의 텅 빈 복도에 아침 해가 낮게 드는 시간이 얼마나 평화로운 지도 떠올린다. 아름다운 벽화로 장식된 방의 구석에 세워진 가벽 뒤 백 룸에는 우리 집에서 쓰는 것과 똑같은 촌스러운 전등 스위치가 달려있다는 것조차도 나만이 아는 비밀처럼 느껴진다.
실상은 나처럼 단기계약직으로 그곳을 거쳐간 사람들이 넘쳐나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 ”제 직장이 아름답다고요? 알고 있어요. 그래서 좋아한답니다.“ 누군가에겐 중요하지 않은 일일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월급통장에 찍히는 숫자만큼이나 중요한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