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로 떠나는 날. 오전에 인천공항행 버스를 탄다.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다. 그러나 걱정은 전혀 없이 온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고속버스 짐칸에 배낭을 싣고 버스에 오른다.
공항까지는 세 시간가량. 전날 늦게 잠든 탓에 버스에서 좀 자둘 생각이었는데 버스 안에 온통 시끄러운 사람들밖에 없다. 나 빼고 다 일행인 건 아닌 것 같고...... 분명 여러 팀인데 각자 자기 동행들과 떠드니 단체여행을 가는 관광버스 같은 소란이다. 출발 전부터 시작해 고속도로에 오르고도 그치지 않는 소음에 조금 짜증이 나려다가 아차 싶다.
'지금 이 버스에는 여행을 가는 사람들뿐인 거잖아!'
시끄러울 만도 하다. 여기엔 나처럼 설레고 들떠서 잔뜩 신나 있는 사람들이 가득하니까. 어차피 나는 혼자 떠나는 길이니까 지금 떠들썩한 분위기를 느끼고 가야지. 그렇게 생각했더니 조금 더 신이 나서 공항에 도착하고도 들뜬 기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분명 아침에 집을 나섰는데 비행기 안에서 해가 졌다. 워낙에 도심형 길치라 서울역과 강남역 역사 안에서 길을 잃어 본 전적이 있는 사람이 나다. 이번에도 길을 잃거나 뭔가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괜한 걱정에 이왕이면 좀 서두르자고 했던 것이 전부 붕 뜬 시간이 되었다. 미리 예약해 둔 포켓 와이파이를 찾고 점심도 먹고. 내가 모든 일을 착착 마치고 길도 잘 찾을 줄은 몰랐다. 시간이 너무 남아 서점을 찾아 책까지 샀다.
괜히 피곤하기만 하게 너무 일찍 나왔나 싶어 조금 후회되려다가 반짝이는 야경이 눈에 들어온다. 해가 진 덕분에 만난 행운이다. 착륙을 위해 도시와 가까워지며 천천히 선회하는 비행기의 창 밖으로 보이는 밤의 불빛이 나를 위한 환영의 메시지 같았다.
이렇게 무엇이든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긍정적이게 된다는 것 이상으로 마음이 여유로운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것은 마법의 주문이라서 뭐든지 좀 괜찮게 만든다. 물론 과소비마저도 용납한다는 것이 약간의 부작용이겠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뭐 어때. 이러려고 버스에 비행기에 전철까지 타고 멀리멀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