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시명: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기간: 2021. 07. 08- 2021.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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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의 윤곽과 그 이후 국내 미술계의 향후 방향이 대중에게 간략하게나마 공개된 이후 서울에서 이건희 컬렉션의 일부를 관람객이 볼 수 있는 전시로 그 의미가 깊은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한국의 문화재와 근현대 미술을 한자리에서 감상하고 비교하며 한국미를 새롭게 바라보는 기획이라고 전시 자료에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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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전시 1부에서는 서양의 사실주의에 대한 반향으로 한국미에서 완정미가 발굴되고 주목받았던 삼국 시대 미술부터 고려 시대까지 이상주의적 미감이 근대 이후 우리 미술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어떤 형태로 발현되었는지를 살펴본다는 맥락 아래에 전시 1부를 기획했다.
명확한 전시 의도를 가진 탓인지, 첫 시작은 매우 흥미로웠다. 박노수의 <수렵도>(1961)을 비롯하여 <청자상감포도동자무늬 주전자>(고려 시기) 등과 같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문화재가 함께 그림과 전시되어 있었다.
관람객에게 일반적으로 유물로 인지되는 문화재를 그림과 함께 배치한 전시 구성은 기존에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전시 구성이었다고 보인다.
하지만 전시 1부 서문에 적힌 것처럼 서구 사실주의에 대한 반항으로 한국미가 발굴되고 이에 주목받았던 삼국시대 미술부터 고려 시대 미술의 이상주의적 미감을 살펴보기 위하여 구성한 전시품들이 서구의 관점에서 보이는 동양미와 흡사하다는 점은 전시를 마냥 개운하게 즐길 수 없게 한다.
지나치게 한국미에 초점을 맞춘 탓인지 전시 구성의 맥락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는데, 김환기의 <19-Ⅵ-71 #20>(1971) 와 함께 전시된 유물들은 어떤 의도로 함께 전시 공간에 배치했는지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전시를 구성하는 작품 하나하나를 따로 놓고 보면 좋은 근대미술 작품들이 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시를 보러 온 것이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이중섭의 <봄의 아동>이라는 작품은 지금 촬영한 사진보다 실제로 보았을 때 색감이 훨씬 더 아름다웠으며, 많은 채색이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 아이들의 생동감과 맑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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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르게 전시에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은 전시 dp였다. 백자를 보여주는 공간에서 백자 그림이 나타나고, 도상봉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도자기를 아래의 유물과 함께 배치했다.
마치 같은 그림 찾기를 떠오르게 하는 이 dp 방식은 어떤 문화재와 그림을 단순히 함께 보여주기 위해 고려한 요소로 보이는데, 이는 어찌 보면 지나치게 1차원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보리스 그로이스(Boris Groys, b. 1947)는 모든 전시는 특정한 틀의 전시를 통해 관객에게 이야기하고, 전시 공간은 언제나 서사의 공간이다라고 설명했다. 1) 그러나 이 서사가 어떤 것인지 이 전시에서는 읽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아쉬운 지점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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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록에서만 볼 수 있는 정선의 <박연폭>과 같은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전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정선의 작업에 대한 평가는 매우 다양하고, 사대부 화가와 직업 화가라는 이중적인 정체성을 가진 정선이라는 화가에 대한 흥미로움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매우 다양한 연구로 도출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작품을 눈으로 보는 것은 한국 미술 연구의 이슈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관람객에게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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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은 전시를 보다가 너무 귀여워서 찍은 호돌이�
1) 동시대 큐레이팅의 역사: 큐레이팅의 문화, 문화의 큐레이팅, 폴 오닐, 더플로어플랜, P. 95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