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자이저 (Energizer)

보더콜리는 이번 생에서만

by 이규호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둘' 과거 유명한 건전지 브랜드 광고 카피다.
보더콜리 = 에너자이저(Energizer)


보더콜리 종의 파양률이 1위라고 한다. 키워보면 자연스럽게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이 녀석은 놀기 위해 태어난 개다. 뛰어노는 것의 화신이다. 어마무시한 다른 종들도 있지만 이 녀석도 만만지 않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한 번은 목줄을 놓친 적이 있는데, 얼마나 빠른지 잡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아내가 로비에서 나오면서 발견해서 잡을 수 있었다. 계단은 또 어찌나 그렇게 잘 올라가는지, 순식간이다. 1, 2초 만에 올라가더라. 이건 뭐 진짜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진다. 이후로는 조심하고 있다.



그는 특히 공 놀이를 좋아한다. 아파트 단지 안에 미니 축구장이 있다. 강아지 때부터 산책할 때마다 들러 공 놀이를 했다. 이런 부분도 영향을 받았으리라. 공 놀이 1시간 동안 해줘도 계속해달라고 공을 물어 온다. 정말 해맑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무시하고 잠시 다른 곳으로 가면, 공을 물어와서 공을 두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공 던져줄까 하고 기다린다. 집 안에서는 하루 종일 이런 놀이가 무한 반복이다. 밤 10시쯤 취침하는데 짖어대면 어김없이 침대 옆에 공이 놓여있다.



근에는 공이 찢어져서 버리고 스티로폼 링을 아내가 사주었는데 터그놀이 겸 원반처럼 던지기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 하도 많이 해서 그런지 두 개 동시 받기도 가능해졌다. 가끔 놀아주지 않으면 삐지기도 한다. 삐질 때면 소파나 첫 캠핑 때 사준 해먹에 올라가서 바닥을 긁는다. 아내는 귀엽다고 난리다. 이럴 때면 개도 사람과 똑같이 감정을 느끼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는 산책 시에도 절대로 걷지를 않는다. 무조건 뛴다. 목줄도 채보고 했는데 제어가 안 된다. 가끔 둘째가 산책을 시키는 날은 뛸 수 있기에 더 행복한 날이다. 평소와 다르게 이날은 집에 오면 힘들어한다. 물 조금 먹고는 눕는다. 최근에는 둘째가 고3이라서 산책을 거의 못 가서 그런지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매일 엄마, 아빠와 걷는 정도의 산책만 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함께 뛰어주면 좋으련만, 나의 체력이 허락하지를 않는다.

최근 러닝이 인기라고 한다. 대학교 졸업하고 취업하기 전까지는 매일 아침 러닝을 했었다. 지금은 무릎과 허리가 좋지 않지만 조금씩 다시 해보려고 러닝머신도 하나 장만했다. 다시 하려니 좀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