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닝 Oct 29. 2020

어느 기획자의 포트폴리오 (1)

서비스기획 포트폴리오 쓰기 - (1) 자료 준비

시작해봐요, 포트폴리오


직장인들의 커뮤니티 블라인드나 주위 친구들이나 이직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이 가장 앞다투어 말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경력기술서&포트폴리오’ 일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감이 잡히지 않아 포트폴리오 강의도 들어보고, 온갖 레퍼런스들을 검색해 보기도 하고, 주위 시니어 분들에게 조언을 얻기도 하고 여러 방법을 많이 거쳐갔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4군데의 회사 이동을 거치면서, 경력기술서나 포트폴리오 (+덤으로 신입 때 얻은 이력서도)에는 제법 나만의 틀이 생겼다. 그걸 한번 글로 풀어 정리해보려고 한다. 시간은 조금 더디겠지만.. 시리즈 형식으로 찬찬히 기록해 본다.




포트폴리오에 대한 잘못된 편견


많은 기획자,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포트폴리오에 대해 가지는 몇 가지 편견이 있다. 여기서는 두 가지만 먼저 소개(?) 하고 싶다.


1. 기획서를 꼭 첨부해야 하나요?

(비슷한 예로, 보안 이슈가 있는데 기획서를 어떻게 가져오나요?, 기획서는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캡처해야 하나요? 작업한 기획서를 어느 정도까지 공개해야 하나요? 등이 있다.)


사실 나는, 이 질문을 했다는 것 자체가 포트폴리오에 대한 정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의하는 기획자의 포트폴리오는 ‘저는 기획자로서 나는 이런 강점을 가지고 있고, 이런 일들을 해온 것으로 증명할 수 있어요.’ 를 정리해서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은 꼭 pdf형태일 필요는 없다. 목적만 잘 드러낼 수 있다면 홈페이지든, 블로그든, 브런치든 모든 것이 나의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본인을 드러내고 있는 기획자/디자이너/개발자 분들이 많고 조금만 검색해도 레퍼런스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이 와장창 나오니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될 것 같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작성자는 기획서를 첨부하려는 의도가 뭘까? 아마 ‘내가 스토리보드를, 정책서를 이렇게 잘 써왔고 잘 쓸 수 있어요.’라는 걸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근거자료로 삼고 싶은 이유가 아닐까? 이 업무를 하면서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갔는지를 포트폴리오에서 설명할 수 있다면 굳이 기획서를 첨부하는 방식이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점이 생긴다.

한번 면접관의 입장이 되어보자. 알지 못하는 사람의 포트폴리오를 읽는 입장에서 이 사람의 프로젝트 중 몇 컷 캡처한 스토리보드나, 디스크립션을 보면 ‘오~ 이 사람 진짜 대단하네, 뽑고싶다.’ 가 될까? 아마 어렵지 않을까.. 그렇다고 기획안 최종 버전을 보낸다 한들, 면접관 입장에서 이 프로젝트의 배경과 진행 과정을 잘 모르는 상태인데 고민의 깊이나 실력의 대단함을 캐치할 수 있을까? 읽기는커녕 몇장 슥 보다가 닫아 버릴 것 같다. (물론 직접 진행한 기획안을 보내달라는 요구 사항이 있는 기업의 경우는 제외한다)


그래서 저 질문 자체는 포트폴리오의 본질적 차원에서 의미가 없다. 다만, (뒤에서 말하겠지만) 강점이 문서 작성 능력이고, 내가 쓴 문서는 정말 많이 인정받고 있어서 직접 쓴 기획안을 통해 나를 드러내고 싶다면 그 때에는 고민해볼 수 있다. 주인공이 기획안 곧 ‘문서’ 자체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안의 이슈가 없는 선에서 일부 첨부해도 무방할 수 있다. 하지만 문서를 통으로 캡처해서 넣는 방식은 정말 정말 지양해야 할 포트폴리오 작성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2.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돼요?

(비슷한 예로, 작업한 프로젝트가 20개가 넘는데, 이걸 다 넣어야 되나요?, 프로젝트 소개, 성과 이 정도만 넣으면 되나요?)


질문 자체가 굉장히 광범위하고, 실제 예시를 보지 않는 한 바로 이해가 가지 않는 답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재한 건, 포트폴리오에 대한 편견이 단순히 ‘이직준비’에 치우쳐 생각하는 편견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이는 나만의 의견이자 주장이기에 분명 다른 의견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기에 맞지 않다면 가볍게 읽어주길 바란다.)

앞서 말했듯 포트폴리오는 ‘내 강점과, 그것을 증명하는 근거들의 모음’ 같은 거다. 스스로도 몇 차례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면서도 늘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포트폴리오는, 나 개인에 대한 전략 과제 그리고 과거부터 이어온 로드맵 문서를 쓰는 거구나. 내 인생의 기획서랄까.


사실 기획자라면 내가 어떤 방향을 바라보고 커리어를 쌓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기능이나 분야 단위로 ‘커머스 전문 기획자, 데이터 기반 기획자, 검색 전문 기획자’ 같은 것부터, 나 같은 경우엔 한 단계 레벨을 높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기획자’ 라는 비전을 가지고 커리어의 방향을 세우는 편이다. 이 비전이 서비스를 선택하는 근거가 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이처럼 개인의 입장에서 1) 어떤 기획자가 될지, 어떤 곳에 전문성을 가진 기획자가 될지에 대한 큰 방향성을 수립하고 2) 그 후에 나는 이 방향성을 위해 어떤 관점에서 무슨 일을 해왔는지를 정리하는 문서, 곧 ‘나 개인의 전략을’ 어필하는 문서가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필 대상은 지원하는 회사가 될 것이고,  그 회사가 뽑은 포지션과 나의 방향성의 얼라인이 맞는 지점이 합격의 순간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정해진 문서와 커리어의 방향성에 따라 어떻게 업무를 해왔는지 설명해가는 것. 이것이 바로 포트폴리오에 들어가야 할 핵심 줄기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는 나중에.. (너무 길어져서ㅠㅠ)





(1) 자료 준비


나를 알고 경력을 알아야 백전백승


바야흐로 2013년. 처음 신입 이력서를 쓸 때가 생각난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어떻게, 어디부터 써야할지 몰라 막막함만 앞두고 있던 그 때. 당시엔 유튜브 같은 것도 없던 터라 이력서 작성에 대한 정보는 각종 인터넷 게시글과 카페 후기 훑기, 그리고 서점에서 책 구매하기 정도가 전부였다. 전부 출처는 달랐지만 하는 이야기는 결국 하나였다. ‘스토리를 만들어라.’

그런데,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까? 재료가 없는데 어떻게 스토리 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나는 나에 대한 모든 정보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엑셀 한 판에 연도와 해당월, 그리고 한 일, 세부 내용을 역사 연표 적듯이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예시>

2008.08 1학기 성적 4.3/4.5 - 첫 학기의 좋은 결과로 뿌듯했음

2009.03-07 1학기 휴학 - 피자O 아르바이트 + 토플 준비. 서비스업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객을 상대하고 브랜드 음식점의 운영 과정을 경험

2010.09 복수전공 시작 - 서울과 수원을 오가며 수업을 들음. 21학점. 매일 예습 복습으로 성취감 느낌

등등..


최대한 경험했던 모든 일들을 적되, 이벤트라고 생각하고 내 인생의 스토리가 될 만한 건 모조리 기입했다. 학교에서의 성과, 학회 활동, 아르바이트. 그리고 그것들을 하면서 경험한 내용이나 특이했던 에피소드를 모두 엑셀 한 판에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 결과 각 회사별 자소서 항목과 나의 스토리에서 얻은 경험을 잘 녹여내었고, 첫번째로 지원한 회사에 바로 합격하는 행운이 있었다.




내 역사의 기록


취준생의 이력서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경력직의 포트폴리오의 경우에도 사실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무엇을 했는지, 그걸 언제 왜 했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 내가 걸어온 역사를 알아야 나만의 스토리라인을 쭉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작든/크든/운영이든/대규모 개편이든/마이너한 수정 작업이든/이벤트 대응이든/데이터 분석이든.. 모조리 남기지 말고 다 적어보자. (개인적으로 구글독스의 엑셀이 가장 정리하기 편했다.)


들어가야 할 내용은 요 정도. 어차피 본격적으로 문서를 작성하기 전 raw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니, 개인이 관리하기 좋도록 항목을 더 추가해도 좋다. (항목-예시)

날짜(연도-월 정도면 충분하다) :  2013.11-01

업무 요약 : 통합검색 페이지 개편

상세 목적 : 00서비스의 노후화된 통합검색 페이지를 개편하여 사용성과 품질을 개선하고, 유저의 인입을 늘리고자 함

기여도(%) : 기여도 (100% 기획)

성과 혹은 결과 : 쿼리 전달 대비 n%증대, 고객센터 문의 n건 > n건 감소

카테고리 : 검색

기획 구분 (신규서비스/개편/운영/데이터/이벤트/마케팅..등) : 신규 개선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단계이지만 한 번 정리해두면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 나의 포트폴리오에 담을 재료를 수집하고, 다듬어두는 작업이다.

추가적로 서비스가 릴리즈됐건, 망했건 상관없이 모두 다 적는 게 포인트다.




다음엔 이렇게 준비한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본격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나갈 것인지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




2탄 -> https://brunch.co.kr/@sasap12/23



매거진의 이전글 서비스기획, 인수인계가 처음이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