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기 위해 쓴 기록
"나는 어떻게든 뱉어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 방식이 '입'이 아닌 '손'이었을 뿐이다."
내가 왜 이토록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가만히 짚어보았다. 특별히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무엇이 나를 자꾸만 하얀 화면 앞으로 이끄는 것일까.
나는 내가 말을 잘 참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고 싶은 말이 목 끝까지 차올라도 그저 꿀꺽 삼켜버리는, 인내심 강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틀렸다. 나는 어떻게든 뱉어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 방식이 '입'이 아닌 '손'이었을 뿐이다.
남편과의 서운한 마찰, 아이들과의 날 선 언쟁, 차마 내뱉지 못한 시댁을 향한 비난들.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빚어지는 수많은 찰나 속에서,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들은 갈 곳을 잃고 내 안으로 침잠했다.
때로는 거친 독설이 섞인 문장으로, 때로는 서글픈 힐난이 담긴 낙서로. 쓰지 않고는 도저히 배길 수 없는 심정으로 나는 나를 지켜왔다.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으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절박한 발버둥.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가장 맹목적인 이유였다.
남에게 공감받는 글도 좋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나 자신에게 공감하고 싶다. 내 마음이 진정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지 그 실체를 마주하고 싶을 뿐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하던 길인지 수년간 고민만 거듭했다. 이제 그 주저함의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잘하는 일인지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지만,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에는 더 이상 의심이 없다. 이제 나의 꿈을 내일로 미루지 않기로 했다.
아마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는 나를 찾고 있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수많은 조각을 문장으로 엮어가는 과정.
그 사선의 기록 위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발견한다.
* 다음 글로 다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