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소한 May 18. 2019

대박 쇼핑몰, 처음 시작은 어땠을까

은은하지만 내실 있는 전략의 여성의류 쇼핑몰

온라인 쇼핑이 너무나 일상적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실제로 옷을 착용해보지 않고 구입한다는 것은 꽤나 리스크가 있고 피곤한 일이다. 온라인 쇼핑을 매우 좋아하고 즐기는 나 역시도 많은 시행착오 끝에야 내게 잘 맞는 옷을 척척 골라내는 안목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평소 꼭 사고 싶었던 레드 스트라이프 티셔츠 구입을 성공할 수 있었다 :)


내가 온라인에서 옷을 고를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소매 길이와 바지 총장인데, 특히 바지 총장이 생각보다 짧아 여러 벌의 바지 구입이 실패로 돌아간 경험이 많다. 이런 나의 고충을 처음으로 이해해준 쇼핑몰을 오늘 소개할까 한다. 이름은 '슬로우앤드 slowand'로, 키가 아담한 여성과 키 큰 여성이 각자에게 적절한 기장의 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기장 추가 옵션을 넣어(롱/숏) 판매해 주었다. 더 감동스러운 부분은 그에 대한 추가 비용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 쇼핑몰이 이러한 시도를 최초로 한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처음이다) 7cm 기장이 길어진 바지를 배송받고 더 이상 바보같이 짧은 바지를 입지 않아도 됐던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이 쇼핑몰의 행보를 꾸준히 지켜봐 오고 있다.


나는 비교적 최근에야 이 쇼핑몰을 알게 되었는데, 며칠 전 쇼핑몰 오픈 3주년을 기념하여 대표의 SNS에서 뜻밖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3년 전 그 날, 이 브랜드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출처 : 인스타그램 @s.soom


지난 글에도 썼듯 어떤 브랜드의 탄생에 대한 관심이 무지막지한 나라서, 아침 출근길부터 매우 흥미롭게 읽어 내려갔다. ‘내가 관심 있는 쇼핑몰의 시작이 이랬었구나’를 알아가는 것도 재밌었지만, 그동안 매거진B를 읽고 다양한 브랜드를 접하면서 느껴왔던 ‘잘 나가는 브랜드의 공통적인 법칙’ 같은 것들이 적용되어 있는 것 같아, ‘역시!’ 했던 것 같다. 너무 당연한 말들 같겠지만 굳이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지 않을까 싶다.


1. 해당 분야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으로 시작
2. 관심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시도가 새로운 기회를 창조
3. 제품의 퀄리티
4. 타 브랜드와의 명확한 차별 전략
5. 고객중심 마인드


더 많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생각해 보자.


1. 해당 분야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으로 시작

슬로우앤드 대표는 그녀의 전공인 '소재'로 인해 동대문 시장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원단 퀄리티에 일찍 눈을 뜨게 됐다고 했다. 특별한 관심이 없다면 자주 드나들기 어려운 동대문이라는 특수한 장소를 지속적으로 방문하면서 의류 판매의 흐름을 읽거나 사업을 위한 간접 경험을 채웠을 수 있다. 또한 요즘 온라인 쇼핑몰의 최대 변별력 중 하나인 원단에 대한 전문성을 쌓으며, 슬로우앤드하면 좋은 퀄리티의 원단이 떠오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획득할 수 있었다. 패션 업계, 특히 온라인 쇼핑몰에서 동대문은 주요한 관문 같은 역할을 한다. 소매로 판매되는 의류 대부분의 유통채널이기 때문이다. 중국 자본의 영향으로 예전에 비해서는 매출과 영향력이 낮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창업을 시작할 때 한 번쯤은 방문할 수 있는 관문. 그렇기에 동대문을 자주 드나들 수 있었던 자연스러운 환경이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이 시작될 수 있었다.


출처 : 인스타그램 @slow.and


2. 관심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시도가 새로운 기회를 창조

사실 이 부분은 운이 따라줘야 하는 구간이다. SNS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를 통해 생산되는 콘텐츠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방대하고, 그 작은 액정화면 속에서 우연히 주목을 받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러 사례들을 보며 확실한 것 하나는, 꾸준히 시도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이다. 혹은 꾸준히 시도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이다. 슬로우앤드 대표의 사례에서 그 당시의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실제 제작해서 착용한 옷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지켜봐 왔던 팔로워들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팔로워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전까지 어떤 분야에 대해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했을 거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 부분은 꼭 브랜드 창업에 국한된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성실히 살아 가다 보면, 기회는 만들어질 수 있다.


3. 제품의 퀄리티

말이 필요 없는 부분이다. 아무리 날고 긴다 하는 브랜드도 제품의 퀄리티가 낮으면 사람들에게 머지않아 외면당한다. 처음에 좋았던 퀄리티를 유지하지 못하는 브랜드도 있을 수 있다. 연애나 사랑도, 걸기는 쉽지만 지속하기가 더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시작 자체가 어려운 일도 있지만, 세상에는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실 나는 슬로우앤드 제품 퀄리티에 대해 단언할 수 있을 만큼의 헤비 유저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구매했던 상품들의 퀄리티가 괜찮았었고, 고객들의 리뷰도 어느 정도 입증하고 있고, 상세하게 설명된 제품 소개 콘텐츠를 봐도 원단에 대한 퀄리티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확실한 것은 슬로우앤드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가 아닐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마지막 섹션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4. 타 브랜드와의 명확한 차별 전략

이것 역시 당연한 이야기같겠지만 그 전략이 어떤 것인가에 따라 뻔하지만은 않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슬로우앤드의 경우 도입부에서 소개했듯 기장 옵션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해소시켰다. 옷 스타일도 내 취향인데, 가격도 착한 것 같고, 프로모션 쿠폰도 자주 주고, 퀄리티도 괜찮은 것 같고, 리뷰도 많은 것 같은데 평소 옷에 대한 내 고민까지 해결해 주다니. 더이상 주문을 하지 않고 배길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게 기장 옵션이라는 것은 착한 가격과 프로모션 쿠폰이 없었더라도 주문을 일으킬만한, 킬링 콘텐츠였다. 이런 전략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확히 맞아 들어갔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브랜드를 자동으로 떠올리게 만든다고 하는, 뇌의 편도라는 기관에 슬로우앤드라는 브랜드명이 콕콕 박히는 순간이다.


출처 : slowand.com


5. 고객중심 마인드

퀄리티와 함께 브랜드가 놓쳐서는 안 될 쌍두마차, 바로 고객중심 마인드이다. 사실 퀄리티를 내는 부분보다 실질적으로 더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을 응대하는 CS 인력을 무작정 늘리자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저 '마인드'라는 단어에 조금 더 포커스 할 필요가 있다.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말이 나오고 좋은 행동이 나오듯이, 인품이 좋지 않으면 좋은 말도, 행동도 절대 나올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고객으로서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오로지 브랜드의 인지도, 퀄리티, 가성비 등 눈으로 바로 비교할 수 있는 기준으로만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상품을 만들고 대하는 맥락과 판매자의 마인드까지 중요해진 시대가 왔다. 이런 철학적이고 태도적인 부분들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언젠가 어떤 행동을 통해서 서서히 드러나게 되어있으며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슬로우앤드의 고객중심 마인드는 이전에 작성한 어느 글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대표 인스타그램에만 들어가 봐도 알 수 있다. 수십 수백개의 문의 댓글에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피드백을 주고 있는 대표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건 진정성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Thanks to

한 호흡으로 후루룩 써내려 온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나는 이 쇼핑몰의 헤비 유저도 아니고, 이 쇼핑몰이 늘 순탄하게 운영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물론 당연히 그럴 수도 없다) 하지만 대표가 올렸던 3년 전 쇼핑몰 운영을 시작하던 그때의 모습에서,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울림을 받아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역시나, 어떤 브랜드의 시작은 이렇구나’라는 것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말이다. 이 글을 쓰는데 영감을 준 슬로우앤드 대표 이수민 님께 소소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쇼핑몰의 번창을 기원한다.


출처 : 인스타그램 @slow.and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I soul you, Seoul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