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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Aug 08. 2021

패션 애호가라면 무조건 궁금할 의류 촬영현장의 모든 것

덕업 일치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사소한

"쇼핑몰 상품 상세 컷 촬영, 이번 주말로 잡혔어요."

"저 갈래요, 저!"


업무에 필요한 상품 상세 이미지를 적당히 구해서 쓰다가,

'우리가 직접 촬영해 보는 건 어때?'라는 팀장님의 의견으로 외주에 요청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언젠가 내 브랜드 비슷한 것을 만들지 않고서도저히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로망의 현장'이었기에.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겠소 하고 번쩍 손을 들었다.


단체 카톡방에서 처음 뵙겠습니다


이 방에 모델분, 스타일링 실장님도 초대하겠습니다.


우리 쪽 참석 인원이 픽스되고,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카톡방에 초대되었다.

보통 촬영을 의뢰하는 쪽에서 제품을 준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결과물 목적이 판매가 아니기에 모델분께서 소장한 의상을 사용해 주시기를 요청드렸다.


준비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의류 레퍼런스 자료를 간단히 보내드렸고

모델분이 준비해주신 의상을 확인한 뒤 최종 다섯착을 컨펌했다.

스타일 실장님께도 역시 메이크업과 헤어 레퍼런스 자료를 3장 이내로 공유드려 간단히 싱크 완료.

촬영 전날 총괄감독님께서 촬영계획서와 타임테이블을 전달하는 것으로 사전협의는 마무리됐다.


설레는 마음을 단단히 장착하고 한 번도 와 본 적 없던 동네, 아현동의 한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초면이라 머쓱합니다

안녕하세요, OO의 OOO라고 합니다.

인원수에 맞춰 사간 음료를 권하며 한껏 용기 내 인사를 건넸지만 다들 모르는 분들이라 나 역시도 머쓱.

모델분은 도착과 동시에 메이크업을 고, 촬영 스태프분들은 장비 세팅에 여념이 없으시다.


담당자도 아니라 크게 할 일 없는 나는 공간을 둘러보며 현장 사진 몇 장만 소심하게 남겨본다.

모델분 말투가 좀 매섭네, 라는 생각 & 괜히 왔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위축되기 시작한다. (참 소심한 인간)


테스트 컷을 시작으로 촬영 스타트


이런 느낌으로 진행하면 될까요?


가장 몸집이 큰 조명장비가 켜지고 그 앞에 모델이 선다. 모델 역시 아직은 굳어있는 눈치.

몇 장의 사진을 함께 체크하며 느낌을 확인하고 자연스러움을 위해 조명은 빼기로 결정한다.


친구들끼리 서로 인생 샷 찍어주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스냅샷으로 컨셉을 싱크 하니 점점 셔터 소리가 늘어난다.

약속된 콘티도 하나 없이 모든 것이 열려있는 '날 것의 촬영'이 오늘의 컨셉이라면 컨셉이다.


모든 아이디어는 즉석에서 탄생한다


신발은 이걸로도 바꿔 신어 주시고
거기 있는 큰 화분, 이쪽으로 옮겨주시겠어요?


사진이 쌓여가기 시작하니 특유의 오지랖이 꿈틀꿈틀 발동하기 시작한다.

"이 룩엔 운동화도 구두도 잘 어울리니까 2개 버전으로 찍어주시면 나중에 선택해서 사용할게요."

"방금 이쪽 배경으로 찍었으니까, 이번에는 저쪽 배경으로 옮겨서 변화를 줘 볼까요?"

"메이크업이 한 스타일로 쭉 가니까 헤어라도 수정해서 찍으면 더 풍부할 것 같아요."


최소의 노력으로 최고의 효율을 내고 싶은 욕심에 현장 스태프분들께 이것저것을 요청드렸다.

가방도 없이 맨 몸인 우리의 모델분. 손이 좀 어색하셨는지 총괄 감독님께서 레모네이드와 예쁜 도넛을 배달 주문하셨다고 한다.

미리 예측하지 못한 소품은 즉석에서 준비하는 프로의 자세. 나이스!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분위기


실장님, 이 머리 예쁜 것 같아요.
모델분 웃으시니까 정말 좋습니다!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가 다분하지만 순도 100%칭찬을 계속해서 건네본다.

작은 의견이라도 계속해서 주고받는 속에 조금씩 서로가 친숙해지고, 촬영도 더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 같은 매직!

2시간 정도 지나고 지칠 때쯤이면 서로에 관한 사담도 나누는 분위기가 되어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현장의 공기를 담아내는 보너스 컷 촬영


작가님, 이 도넛과 에이드를 포커스로
테이블도 살짝 나오게 촬영 부탁드릴게요.


어느 룩북이나 상세 설명을 보더라도 인물이 제품을 걸친 컷만을 싣지 않는다.

모델이 배경으로 했던 가구, 모델이 집었던 음식 소품, 모델이 앉아있는 공간의 조명까지.

현장의 무드를 담을 수 있는 모든 것들 역시 피사체가 된다.

인물 컷 사이사이에 들어가 감초 역할을 하는 디자인 컷, 제품 자체 컷 등을 촬영하며 이제 촬영 마무리.


쇼핑몰 상품 상세에 필수인 거울셀카도 요청드렸다


현장에서 배운 점


4시간에 걸친 촬영이 약속했던 시간에 맞춰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장비도 철수하고, 각자 준비해 온 소품을 다시 챙기고. 스튜디오를 원래 상태로 정리하느라 동분서주하지만

power 사회인들만이 모여서 그런지 일사불란 딱딱딱 정리되는 현장이 참 기분 좋더라.


만약 브랜드 룩북, 쇼핑몰 촬영 등 일반적으로 우리가 떠올리는 판매목적의 촬영이었다면 어땠을까?

피팅해야 하는 옷의 가짓 수도 많았을 것이고 신발, 가방, 악세사리까지도 어느 정도 픽스되어있을 것이다.

의뢰자의 요구사항이나 사진작가의 디렉션도 더 프로페셔널하고 디테일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엄연히 총괄지휘, 모델, 촬영, 촬영보조,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 보조 등등.

다양한 역할의 인물 한데 모여 하나의 결과물이 탄생하

것만큼같았을 것이다.

즉석에서 결정되는 것들이 많으면 어떤가. 산출물과 현장이 즐거웠다면 그걸로 베리 나이스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화보 촬영 위주의 레퍼런스를 가진 그분들께 우리가 요청한 작업이 조금 생소하셨을지 몰라도.

적어도 나에게는 아주 새롭고, 신나고, 자극되는 완벽한 덕업 일치의 현장 그 자체였다.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준 회사에도 감사를 전하며-

월요일은 다시 열심히 일하는 실무자로 돌아가야겠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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