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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Jan 24. 2021

사업자 없이 내 브랜드가 가능하다고?

의류/잡화 중고거래 100회+ 기념 : 중고거래 잘 파는 꿀팁 공유

셀러 3년 차가 되었다


오래전에도 중고나라에서 두어 번 거래한 적이 있지만, 최근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같은 앱 기반 플랫폼이 활성화된 뒤 내 중고거래에는 날개가 달렸다. 헤아려보니 지금까지 100회 이상의 거래를 달성했고, 24개월로 계산해보면 일주일에 1개씩 판매한 꼴이니 내 일상에서 중고거래가 차지하는 지분이 아주 높다고 볼 수 있겠다.


짜릿했던 첫 거래


평소와 다르게 취향도 아닌 옷이 예뻐 보이는 때가 있다. 기분도 지갑 사정도 괜찮았던 어느 날 흔쾌히 (충동) 구매했지만 역시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반품 시기도 놓쳤고 무료로 넘기기엔 너무 아까운 그 블라우스를 번개장터에 올려보았다. 인기 제품이었던 덕일까. 이틀도 안되어 팔려나가는 경험을 하니 '이거 재밌네' 싶었다.


앱에 표시되는 푸시 알림 숫자에 두근거리곤 했었죠


중고거래의 미덕, 기다림을 배우다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통장에 돈이 찍히는 짜릿함 때문일까. 고심해서 샀지만 막상 손이 안 가는 가방에 시선이 갔다. 상품을 등록하고 며칠이 지났지만 고가인 탓인지(판매했던 모든 아이템 중 최고가) 찔러보는 사람마저 없었다. 상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오늘만_이가격] 같은 지저분한 말머리도 붙여보고, 잘 나온 제품컷을 고르고 골라 대표 이미지도 바꿔보고. 낯 간지러운 영업 멘트를 떠올려 상세 설명에 살도 붙여본다.


갖은 노력을 해도 소식이 없어 지쳐있던, 꽤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 가방은 갑자기 너무나 쿨하게 판매되었다. 그때 배운 가장 큰 것은 중고거래에 가장 필요한 마인드는 '기다림'이 아닐까 싶었다. 나 역시도 뭔가를 하나 구입할 때 까다로운 편인데 누군들 안 그럴까 싶었고. 구매자의 필요와 사정에 맞게 팔릴 제품은 언젠가 팔린다는 것을 배우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상품을 돋보이기 위한 잔 스킬도 이때 많이 늘었던 것 같다.


상품을 더 잘 팔기 위한 나의 노력들


두 번째 거래 역시 성공적으로 마친 나는, 사용감도 앞으로 사용할 의사도 없는 아이템들을 모두 찾아 내놓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된 제품들부터 몇 주 전에 충동구매한 친구들까지도. 단돈 만 원짜리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배우는 점은 하나씩 있었고 그 작은 경험들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나름의 판매 노하우랄 것들도 생겨났다.

상품 이미지

제품의 첫인상이자 구매를 좌우하는 키포인트이다. 의류/잡화의 경우 스타일링해 착용한 컷이 베스트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구매처에서 제공하는 사진을 활용했다. 스타일링 컷이 없다면 차선책으로 내가 직접 착용했던 사진으로 대체했다. 제품을 사용했을 때의 느낌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착샷'이기도 했고 실제로 '착샷 없나요' 문의가 가장 많아서도 있었다. 하자가 있는 제품이라면 반드시 그 부분을 촬영해 올려 혼선을 방지했다.

상품 상세정보

판매자의 성의와 태도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기 제품이 아닌 이상 단 몇 자만 읽고 구매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조건 길게 작성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실측 사이즈, 소재 정보 등 꼭 필요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며 구매 촉진을 위한 멘트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구매를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에게 문장 한 두줄은 아주 강렬한 트리거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그렇다. 생각 없던 제품도 사볼까 생각하게 되고, 찾고 있던 물건이면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곳에서 사게 된다)

판매가

다른 항목들은 조금의 성의만 있다면 바로 채울 수 있는 정보들이다. 하지만 판매가 책정은 어렵다. 나 같은 경우 정가, 구매 가격, 제품 상태 등을 고려해 구매한 가격의 50~80% 선에서 판매하는 편인 것 같다. (새 상품 급인 경우나 소장가치가 있는 제품이라면 구매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음) 가격과 관련해 가장 크게 배운 점은 수입은 여유자금으로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 돈이 급해 가격을 계속 내렸을 때 거기에서 오는 조급함이 참 싫더라. 내가 정한 가격에 흔들리지 않고 긴 시간도 기다릴 줄 안다면 최다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배송비

물량이 많아 택배사와 계약을 하는 쇼핑몰이 아닌 이상, 평균 택배비는 건당 3,000원 선이다. 무거운 코트라거나 배송지역이 지방인 경우에는 5,000원까지도 늘어난다. 나는 배송비에 쿨한 편이 아니기에 가볍거나 고가의 제품이 아닌 이상 꼬박꼬박 배송비를 받는 편이다. 하지만 무신사를 애용하던 시절 무료배송의 진리를 배웠기에 빠른 판매를 원할 때는 예외다. 지금까지 판매한 제품의 배송비도 30만 원은 드는 셈이니 정책을 잘 세우자.


언제든 포장할 수 있도록 모아서 보관하고 있는 폴리 포장용지


포장/배송

고객이 결제하면 나는 가능한 즉시 포장을 진행한다. 상품을 꼼꼼히 검수하고 깨끗한 폴리 포장지에 소포장한 뒤 박스나 폴리 포장지에 겉포장한다. 완충재가 필요한 경우에도 견고하게 감싸서 정성을 들인다. 편의점 택배 어플로 사전에 예약한 뒤, 다음날 오전에 송장을 출력해 부착하면 배송 마무리. 입금 후 익일 배송이 내 원칙이지만, 불가피한 경우 사전에 양해 및 동의를 구한 뒤에 판매대금을 입금받는다. 덕분에 배송이 느리다는 클레임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내가 부지런하면 고객 역시 행복하다.

해시태그

번개장터에서 해시태그는 키워드 광고와도 같다. 분명 같은 시간에 등록했는데 조회수가 극명히 차이나기도 한다. 조회수가 높은 키워드는 따로 있기 마련인 것이다. 제품과 너무 연관성이 없는 키워드가 아니라면 연관검색어 수준의 키워드는 조회수 상승에 꽤나 도움이 된다. 반면 당근마켓은 별도 해시태그 입력 기능이 없어도 조회수가 무섭게 올라간다. 이용자가 많은 서비스의 힘이란 이렇게 강력합니다.

고객응대

구매를 염두에 둔 고객과의 채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반응 속도다. 배송과 마찬가지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초보 시절 사정상 늦게 응대한 적이 있었는데, 답변에 늦은 사이 다른 제품을 구하셨다고 하여 판매 기회를 놓친 경험에서 배웠다. 번개장터는 푸시 알림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으니 이 점에 유의하여 신경 써서 거래를 하면 거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대화 매너가 별로인 고객은 차단하는 것도 노하우다.




나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중고거래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되팔아 용돈벌이를 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쓸데없이 낭비되던 내 공간을 비울 수 있으며 그 자리를 더 의미 있는 것들로 다시 채울 수 있으니 말이다. (무언가에 빨리 질리는 분들이라면 중고거래를 꼭 추천한다) 새 것으로 사기 망설여지는 것도 중고라면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번다는 가장 큰 이유가 없더라도 중고거래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나에게 있어 포장과 배송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택배가 예상보다 빨리 오는 것의 행복을 잘 알기에 최대한 빠르게 보내고, 열어보는 순간의 두근거림을 잘 알기에 최대한 깔끔하게 포장하는 것이다. 잘 보존된 물건을 폴리백에 깨끗하게 넣고 택배 상자에 테이프를 두르는 그 순간은 희한하게도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무엇보다 내 브랜드를 가꾸는 일이라 생각하면,


별거 아니게 보이는 중고거래도 정성 들여 임하게 된다. 초반에는 용돈 버는 게 신나서 별생각 없었는데, 쌓여가는 판매 기록과 몇 개 없지만 소중한 고객 후기에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니 새삼스레 '내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쨌든 내 신상정보를 걸고 하는 거래이니 아주 작은 내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제대로 운영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별생각 없어서 관리 안 하던 고객 후기에도 신경을 써서 올해는 반드시 재구매를 일으키고 싶은 목표도 생겼다. 혹시 모르지 않나! 이게 진짜 내 브랜드로 가는 작은 길이 될 수도 있으니. 두근거리는 그 날을 위해서 나는 오늘도 사업자 없는 내 상점에 정성을 기울여본다. 


내일은 부디 앱 아이콘에 빨간 숫자가 떠오르기를!


언젠가 저만의 멋진 로고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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