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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Nov 01. 2020

우리를 현혹시키는 브랜드의 행동양식

사람도 제품도, 있는 그대로 봅시다

**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꽤 오래전부터 오늘의 글을 위한 글감을 모아 오면서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와 관련된 불편한 일들이 많았다. 내가 좋아했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은 유튜브 채널에서 뒷 광고 논란이 크게 일어 지금은 자취를 감췄고, 유료광고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크고 작은 유튜브 채널 다수가 대중에게 비난받고 외면당했다.


그 사건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생각 없이 바라보고 즐기는 상당 수의 것들을 올바른 눈과 마음으로 의식 있게 봐야 한다는 게 결론이었다. 내가 가장 많이 찾아보는 브랜드나 옷에 대해서도 그런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고 '누군가가 착용한 옷'이 아니라 '그 옷 자체'를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도 점점 깊어지고 있던 때였다.


오늘은 패션 브랜드를 바라보면서, 그리고 우리가 구입할 제품들을 선정하면서 반드시 염두에 두고 따져봐야 하는 것들을 주관적인 시선으로 정리해 보았다.




1. 외국인 모델 기용에 대한 입장


디자이너 브랜드는 당연하고, 규모가 큰 보세의류 쇼핑몰에서도 외국인 모델을 기용하는 움직임이 참 많은 요즘이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몇몇 외국인 여성 모델은 내가 얼굴까지 기억할 정도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분명히 이 브랜드 룩북에서 봤던 얼굴인데, 다른 브랜드에서 또 다른 느낌의 옷을 소화하고 있더라.


같은 옷이라도 외국인 그녀들이 입으면 확실히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나 역시도 그렇다. 흰 피부와 금발머리, 이국적인 눈 색깔이 더해져 옷에서 왠지 모를 신비로움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깔끔하고 모던한 스튜디오까지 대여해 '오로지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각 잡고 촬영하는 것을 당해낼 수는 없겠지.


같은 모델분이 각각의 의뢰를 받고 열일하고 계신다 (좌) frombeginning (우) shoponuk


하지만 외국인 그녀들이 너무 넘쳐나는 것이 화근인지! 이제는 역으로 그녀들이 식상하게 느껴지고 우리나라 일반인 모델이 신선하고 특색 있어 보이는 게 문제다. 옷이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외국인 모델의 얼굴에 먼저 눈이 가니, 이쯤 되면 제품을 부풀리고 포장하는 장치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또한 외국인 그녀들이 착용한 제품들은 그렇지 않은 제품들보다 첫인상 점수가 박하게 매겨진다. 화려해 보였던 사진 속 모습보다 평범한 실에 약간 실망하게 된달까? 체형도 동양인의 신체구조와 다를 수밖에 없기에 내가 사는 옷을 외국인 그녀가 입고 있다면 실측 사이즈는 눈에 불을 켜고 체크해야 한다. 이 옷을 구매하면 검은 머리에 흑갈색 눈동자를 가진 내가 입을 옷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도록 하자.




2. 명품 아이템 코디에 대한 입장


어떤 옷을 판매한다고 할 때 명품 아이템과 함께 코디해 촬영하는 경우는 이제 판매처의 규모에 상관없이 불문율이 된 것 같다. 이는 외국인 모델 기용과 유사한 효과로, 나도 모르게 제품이 더욱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사고 싶게 만든다. (명품 로고가 박힌 쇼핑백이나 종이상자를 들고 촬영하는 것도 하나의 수법이다)


제품과 잘 어우러지면서 '와, 코디 정말 잘했다' 정도 받아들일 수준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가끔은 판매하려는 제품보다도 명품이 존재감 있게 등장해서 도대체 어떤 제품을 보라고 찍은 사진인지 모르겠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그럴 때 괜히 모르게 쇼핑의 감흥이 뚝, 하고 떨어진다.


(좌) 코트 코디와 잘 어울리는 명품 구두 (우) 자켓 소개하는 설명에 저런 머플러 코디라면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은 (예시입니다)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나는 명품백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쇼핑몰을 정찰(?)하다 보면 어떤 브랜드의 신상백이 핫한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 같다. 너도나도 약속한 듯 같은 가방을 메고 찍은 사진이 허다하기 때문. (특히 투티* 파라*백은 내 피드에서 너무 많이 보여서 이젠... 지겹다.)


내가 사려고 하는 아이템이 내가 이미 소장하고 있는 제품들과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지 한 번 고려하고 구입한다면 분명히 더욱 활용도 높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입 때마다 내가 봤던 그 사진과 똑같이 코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지 않는 쇼핑을 위한 자가진단이 필요하다!




3. 지나치게 감성적인 제품컷에 대한 입장


촬영 시 감성적인 이미지에만 의존해 구매를 유도하려경우도 보인다. 예를 들면 분명 착용하고 있는 사진인 것 같은데 역광이라 잘 안 보인다던지, 형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게 흔들린 컷이라던지, 색상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사진마다 다른 컷들이 그렇다. 우리들이 셀카를 찍을 때 적나라한 표현을 피하기 위해 필터를 씌워 본질을 살짝 흐리기는 하지만, 구매를 유도하는 제품컷에까지 이를 적용하는 곳들이 보이면 '이건 아닌데' 싶다.


감성적인 사진의 역할은 '이렇게 제품을 느낌 있게 연출할 수 있다'는 하나의 힌트가 되거나, 상세 설명에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표현의 일종이 될 수는 있어도 제품을 소개할 목적에 맞춰 정직하게 표현되어야 하지 그것이 주가 되면 안 된다. 감성적인 분위기를 놓칠 수 없다면 그런 사진들을 셀렉하되 제품이 아무 연출 없이 걸려있기만 할 때의 적나라한 사진들 역시도 하단에 빠짐없이 나와주어야 한다.


들여다봤을 때 원단은 어떤 촉감이고 두께감은 어떨지, 뒷모습은 어떤 모양인지, 어깨나 소매, 밑단 등은 어떻게 처리되어 있는지, 단추는 몇 개나 달려있는지 등 옷 한 벌에 대한 정보들은 생각보다 구석구석에 있다. 그런 것들이 모두 정직하게 사진으로 표현되어 있다면 이 제품은 그제야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진 개수가 너무 부족한 것도 고객 입장에서는 굉장히 난처하다. 요즘 스마트폰 화질도 엄청 좋은데, 전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 아니더라도 좋으니 사진은 충분하게 제공되었으면 좋겠다.




4. 과한 제품 어필에 대한 입장


판매를 위한 콘텐츠는 어느 정도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성의 없이 대강대강 소개하는 것보다 자세한 멘트로 친절하게 소개해 주는 것이 백번 낫기야 하겠지만, 쇼핑을 하다 보면 가끔 선을 넘거나 도가 지나친 곳들이 몇몇 눈에 띈다.


일단 물건을 소개하는 사람들의 극찬(?)을 정도껏 필터링하자. '하나쯤 반드시 소장해야 한다, 놓치면 안 되는 아이템이다, 색깔별로 소장했다, 모델/직원/MD도 소장했다, 안 사면 바보' 등등 각종 구매를 부추기는 멘트들에 쉽게 속아 넘어가지 말자는 뜻이다. (특히 판매자-구매자 간 교류가 많고 가까운 블로그 마켓, 인스타 마켓에서 더욱 주의하자) 개인적으로는 이런 멘트들이 반복되면 피로감이 느껴지고 가끔은 기분도 나빠져서 조금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제품을 소개해주는 곳을 찾게 된다.


혹은 실제로 제품 퀄리티가 별로이면서 상품 설명만 엄청 공들여서 만드는 곳도 있다.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제품을 구입해서 받아봐야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셔츠/코트 전문 공장에서 봉제를 했다거나, 브랜드 제품만 취급하는 공장에서 진행됐다거나, 공임비는 올랐지만 이 가격에 보여드린다는 멘트 등등. 사진으로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나는 어느샌가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다. 실망감이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쇼핑몰이 있다면 그곳에서는 더 이상 지갑을 열지 않게 되고, 브랜드가 우스워진다.


사진을 잘 찍고 멘트를 잘 치는 것도 분명히 영업의 노하우임은 인정하지만, 그렇게 과대 포장할 거라면 제품을 정말 제대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말보다는 제품으로 보여주기를.




쓰면서도 나의 실망했던 쇼핑 경험들이 계속 떠오르는 오늘의 글이었다. 예전에 썼던 글에서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밝혔던 곳도 오늘의 글을 쓰면서는 내가 떠나간 브랜드가 된 곳도 있다. 요즘 나는 제품 설명을 볼 때, 스크롤바를 아래로 쭉쭉 내려 실측 사이즈나 소재정보부터 먼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 구간에서 나에게 맞아야 그제야 다시 위로 올라가 설명을 찬찬히 읽어보기 시작한다.


내가 평상시에 잘 걸치고 다닐 옷일지, 내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만한 옷인지, 내가 가지고 있는 다른 옷이나 액세서리와 코디했을 때 조화롭고 활용도가 높을지, 제품 자체가 정말 튼튼하고 괜찮은 아이가 맞는지. 요목조목 따져보고 재봤을 때도 마음에 크게 걸리는 부분 없이 계속 원하게 되는 옷인지를 한 번쯤 되새긴 후 구매한다면 후회하거나 실망할 일도, 씁쓸하게 반품을 위해 재포장하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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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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