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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Jun 14. 2020

소비자 지갑을 여는 마법의 한 컷, 한 줄

본능에 충실하게 쇼핑하는 나만의 순간

여러 지표를 통해 소비 심리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음을 느낀다. 잠시 주춤했던 나의 쇼핑 본능 역시 다시 불타오르면서 오늘은 나를 구매하게 만드는 사소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물건의 필요성, 합리성, 가격 등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것들이 아닌, 지극히 주관적이고 조금은 감정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머릿속에 자꾸 아른거리게 하는, 한 컷


누군가가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는 아주 잘 나온(혹은 의도적으로 잘 설정된) 한 컷의 사진이 마음을 흔들 때가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통한 감각적인 마케팅이 주를 이루면서 이 한 컷의 힘은 매우 강렬해졌다고 할 수 있다. 감각 있는 판매자가 촬영한 조화로운 사진이 될 수도 있지만, 가끔은 제품을 착용한 일반인의 한 컷에서도 강한 구매욕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지갑을 사수하기가 어려울 확률이 높다.



나의 경우에 인스타그램에서 접하는 사진들이 8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고, 나머지 20% 정도는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의 미디어 채널을 통해 순간적으로 접하는 한 컷이 많은 것 같다. 드라마를 보다가 화면에 2~3초 정도 잡힌 레터링 맨투맨에 사로잡혀 지식iN에 문의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으니.. 나름 충동적인 편 같기는 하다. (ㅎㅎ) 이처럼 한 컷에 빠져드는 속도는 아주 찰나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각적인 힘은 엄청난 것 같다.


'이 제품을 가지고 싶어'라는 본능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아주 소박한 욕심이 눈덩이 불어나듯 크나큰 욕망으로 확장되기 시작한다. 그 한 컷이 아른아른 생각나고 맴돌면서, 그 한 컷을 내가 매일 볼 수 있는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바꾸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게임은 거의 끝났다고 보면 된다. 매일 그 한 두 컷에 눈도장을 찍고, 다른 사람의 강렬한 한 컷을 계속 찾아보며 정성을 쏟기 시작하니 말이다.




구매를 해야만 하는 명분을 만들어주는, 한 줄


운명적으로 만난 한 컷의 사진 덕분에 '사고 싶어'라는 열망에 흠뻑 빠져있지만 무턱대고 결제 카드를 꺼내지는 않는다. 남의 지갑을 열기가 가장 어렵듯, 내 지갑도 그리 만만한 녀석은 아니기 때문이다. 욕망의 기운을 냉정하게 싹 빼고, 이 물건이 내 것이 되었을 때 알차게 사용할 것인가? 내가 지불한 비용 대비 장기적인 만족감을 선물해 줄 아이템인가?를 꼼꼼하게 따져보지만, 이따금씩 이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한 줄'의 힘이다.



실제 사례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구매할 의사가 전혀 없었던 내 마음을 '이거 사도 괜찮겠다'로 흔들어 깨웠던 멘트는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판매자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을 담은 멘트("이 상품, 실물 보고 많이들 반하세요.")와 전문성을 한 티스푼 가볍게 넣은 평가적 멘트("미니멀한 스타일에 살짝 사랑스러움을 더해주는 아이템입니다.")였다. 사실 별거 없이 지나가듯 할 수 있는 말들이지만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강렬하게 먹혀드는 성격의 멘트라고 생각한다.


'사고 싶어'를 '이건 사야 해'로 만들어주는 마법의 순간. 소비자 스스로 구매하지 않을 수 없게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 한 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장바구니에 이 상품을 넣은 것을 후회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힘! 평범한 상품도 대단한 것처럼 포장할 수 있는 말, 놓치지 말아야 할 매력포인트를 느낌 있게 구사하는 말. 과장하지 않으면서 겸손은 잠시 접어둘 수 있는 그런 한 줄을 만드는 일을 판매자들은 게을리하지 말자.




일상 속에서 느낀 한 줄, 한 컷의 힘


나 역시 중고장터를 운영하면서 이 두 가지에 정성을 들이는 편이다. 이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대충 찍어서 초점이 나간 제품 사진, 그마저도 귀찮아서 작성을 생략하는 간단한 제품 설명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다. (나 같아도 구매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평범한 제품도 느낌 있는 한 컷의 사진과 짧아도 의미 있는 한 줄이 있다면 찜하기 수는 올라가고 상품 문의 수도 올라가기 마련이더라.


하지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좋은 제품은 제품 자체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제품 자체가 좋아야 사진을 찍어도 괜찮게 나오고, 쥐어짜서 만드는 한 줄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 이 시간 이후의 내가 또 어떤 한 줄과 한 컷에 이끌려 택배 상자를 뜯고 있을지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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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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