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지표를 통해 소비 심리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음을 느낀다. 잠시 주춤했던 나의 쇼핑 본능 역시 다시 불타오르면서 오늘은 나를 구매하게 만드는 사소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물건의 필요성, 합리성, 가격 등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것들이 아닌, 지극히 주관적이고 조금은 감정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머릿속에 자꾸 아른거리게 하는, 한 컷
누군가가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는 아주 잘 나온(혹은 의도적으로 잘 설정된) 한 컷의 사진이 마음을 흔들 때가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통한 감각적인 마케팅이 주를 이루면서 이 한 컷의 힘은 매우 강렬해졌다고 할 수 있다. 감각 있는 판매자가 촬영한 조화로운 사진이 될 수도 있지만, 가끔은 제품을 착용한 일반인의 한 컷에서도 강한 구매욕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지갑을 사수하기가 어려울 확률이 높다.
나의 경우에 인스타그램에서 접하는 사진들이 8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고, 나머지 20% 정도는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의 미디어 채널을 통해 순간적으로 접하는 한 컷이 많은 것 같다. 드라마를 보다가 화면에 2~3초 정도 잡힌 레터링 맨투맨에 사로잡혀 지식iN에 문의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으니.. 나름 충동적인 편 같기는 하다. (ㅎㅎ) 이처럼 한 컷에 빠져드는 속도는 아주 찰나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각적인 힘은 엄청난 것 같다.
'이 제품을 가지고 싶어'라는 본능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아주 소박한 욕심이 눈덩이 불어나듯 크나큰 욕망으로 확장되기 시작한다. 그 한 컷이 아른아른 생각나고 맴돌면서, 그 한 컷을 내가 매일 볼 수 있는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바꾸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게임은 거의 끝났다고 보면 된다. 매일 그 한 두 컷에 눈도장을 찍고, 또다른 사람의 강렬한 한 컷을 계속 찾아보며 정성을 쏟기 시작하니 말이다.
구매를 해야만 하는 명분을 만들어주는, 한 줄
운명적으로 만난 한 컷의 사진 덕분에 '사고 싶어'라는 열망에 흠뻑 빠져있지만 무턱대고 결제 카드를 꺼내지는 않는다. 남의 지갑을 열기가 가장 어렵듯, 내 지갑도 그리 만만한 녀석은 아니기 때문이다. 욕망의 기운을 냉정하게 싹 빼고, 이 물건이 내 것이 되었을 때 알차게 사용할 것인가? 내가 지불한 비용 대비 장기적인 만족감을 선물해 줄 아이템인가?를 꼼꼼하게 따져보지만, 이따금씩 이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한 줄'의 힘이다.
실제 사례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구매할 의사가 전혀 없었던 내 마음을 '이거 사도 괜찮겠다'로 흔들어 깨웠던 멘트는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판매자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을 담은 멘트("이 상품, 실물 보고 많이들 반하세요.")와 전문성을 한 티스푼 가볍게 넣은 평가적 멘트("미니멀한 스타일에 살짝 사랑스러움을 더해주는 아이템입니다.")였다. 사실 별거 없이 지나가듯 할 수 있는 말들이지만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강렬하게 먹혀드는 성격의 멘트라고 생각한다.
'사고 싶어'를 '이건 사야 해'로 만들어주는 마법의 순간. 소비자 스스로 구매하지 않을 수 없게 명분을 만들어주는 것이 한 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장바구니에 이 상품을 넣은 것을 후회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힘! 평범한 상품도 대단한 것처럼 포장할 수 있는 말, 놓치지 말아야 할 매력포인트를 느낌 있게 구사하는 말. 과장하지 않으면서 겸손은 잠시 접어둘 수 있는 그런 한 줄을 만드는 일을 판매자들은 게을리하지 말자.
일상 속에서 느낀 한 줄, 한 컷의 힘
나 역시 중고장터를 운영하면서 이 두 가지에 정성을 들이는 편이다. 이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대충 찍어서 초점이 나간 제품 사진, 그마저도 귀찮아서 작성을 생략하는 간단한 제품 설명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다. (나 같아도 구매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평범한 제품도 느낌 있는 한 컷의 사진과 짧아도 의미 있는 한 줄이 있다면 찜하기 수는 올라가고 상품 문의 수도 올라가기 마련이더라.
하지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좋은 제품은 제품 자체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제품 자체가 좋아야 사진을 찍어도 괜찮게 나오고, 쥐어짜서 만드는 한 줄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 이 시간 이후의 내가 또 어떤 한 줄과 한 컷에 이끌려 택배 상자를 뜯고 있을지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