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소한 Jan 10. 2022

군용 재킷, 힙한 캐주얼룩이 되다?

유명인사와 힙스터들이 사랑한 항공점퍼

영화 <미나리> 열풍이 불었던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 님이 항공점퍼에 드레스를 믹스 매치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항공점퍼의 편의성을 누리면서도 + 너무 편해 보이지는 않게 원피스를 착용해 페미닌 한 무드를 살린 = 밸런스의 최고봉!) 어디서 주워 들어 알고만 있었던 윤여정 님의 패션센스에 직접적으로는 처음 감명을 받았던 날로 기억한다. (역시 스타일에 나이 제한은 없다)


수년 전부터 갖고 있던 항공점퍼에 대한 열망이 반짝하고 타올랐지만 아무래도 금방 꺼져버리는 작은 불씨였는지 금세 잊혔다. 그러다 최애 브랜드(아더에러)와 협업한 '알파 인더스트리'의 항공점퍼를 알게 됐고 이를 계기로 항공점퍼의 매력에 다시 한번 집중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윤여정 쌤의 점퍼도 알파 인더스트리와 꼼데가르송이 콜라보한 제품이라고.


출처 _ 꼼데가르송 인스타그램


내가 찾는 제품은 품절된 지난 시즌 제품이라 정상가에 구할 수는 없지만(프리미엄가가 붙어 판매되고 있다) 워낙 디테일이 풍부한 옷이라 상품 상세 컷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것마저 재미있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항공점퍼는 왜 이렇게 디테일이 많지..? 왜 안감은 하나같이 주황색인겨..? 서론이 길었지만 그래서 오늘의 포스팅을 시작한다. 이 잡듯 뜯어보자, 항공점퍼!




일단 개념 설명부터.

항공점퍼란 항공기에 탑승하는 조종사나 승무원이 착용하는 재킷으로, 군용 항공기를 고려하여 군용품으로 개발되었다가 현대에 캐주얼 패션으로 발전한 옷이다. 플라이트 재킷(flight jacket) 혹은 봄버 재킷(bomber jacket)이라고도 부르며 'MA-1'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통칭되기도 한다.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하겠다)


어떻게 생겨난 거죠?

현재 항공점퍼는 나일론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주를 이루지만 아주 예전의 비행사에게는 양털로 된 가죽재킷(B-15)이 보급됐었다. 항공우주 기술발전으로, 제트기가 훨씬 높은 고도(=더욱 낮은 온도)에서 날 수 있게 되면서 더 따뜻한 재킷이 필요해졌고 이에 더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탈출하기 위해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 가벼운 재킷 역시 기대되었다.


(항공점퍼) = (MA-1)

항공점퍼를 검색하다 보면 'MA-1(마원)'이라는 용어를 매우 자주 접하게 된다. 무엇인고 하니 1940년대 말 제트기 파일럿용 점퍼의 이름이고, 그것이 지금의 항공점퍼라는 명칭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미 공군의 군복을 뜻하면서도, 서두에서 잠깐 소개한 밀리터리 캐주얼 브랜드 '알파 인더스트리'의 제품 모델명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알파 인더스트리는 1940년 미 군납업체로 시작해 패션 브랜드화되었다)


항공점퍼를 착용한 미 공군의 모습 (출처 _ 구글 이미지)


특징 1 : 나일론 원단의 도입

1963년 알파 인더스트리는 MA-1 제조 계약을 따냈으며, MA-1은 미 공군이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중간 무게의 비행 재킷으로 설계되었다. 앞에서 설명한 니즈들을 충족하기 위해 매우 고품질의 나일론 원단이 사용되었고, 날씨나 환경에 따라 전면의 지퍼를 열고 닫으며 신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역시 활동성과 기능성을 따지면 나일론만 한 원단이 없는 듯하다)


특징 2 : 국룰의 카키색

항공점퍼의 컬러 이야기다. 처음에는 군에서 사용하던 파란색(Navy에 가깝지 않을까?)으로 제작되었으나 곧 녹색으로 대체되었다. 아마도 조종사가 지상에서 위장 보호가 필요할 경우 자연환경과 더 쉽게 섞이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MA-1의 컬러는 Sage 혹은 Sage Green으로 칭하는 게 일반적이며, 세이지(sage)란 약용 향료용 허브의 이름이다.


특징 3 : 세상 쨍한 안감, 이렇게 깊은 뜻이

시초가 군용품인 때문인지, 사고 시에 빠르게 구출할 목적으로 선명한 오렌지 컬러의 안감이 사용된다. 항공점퍼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위험 상황에 옷을 뒤집어 입고 두 팔을 흔들며 구조 요청을 보내보는 상상을 해본다. (일상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듯?)


세이지 그린 겉감과 오렌지색 안감 (출처 _ 알파 인더스트리 공식 홈페이지)


특징 4 : RBF 플라이트 태그 (Flight tag)

플라이트 태그는 항공점퍼뿐 아닌 우주복에도 있는 개념으로, 우주선이나 전투기 조종사들이 우주복 혹은 항공점퍼를 착용하고 비행 출격을 하기 전에 제거하고 입는 장치라고 한다. 보통 빨간색이 많으며 뜻은 Remove Before Flight! 항공기의 유지보수를 위한 필수 안전표지이며, 사용 전에 부착된 부품을 제거해야 함을 항공 담당자에게 알리는 용도로 사용된다. 요즘 항공점퍼에는 패션으로 달려있다.




요즘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타일부터, 갖은 디테일을 더해 제품에 눈이 가게 하는 화려한 항공점퍼까지 스타일이 아주 다양해졌다. 목적이 뚜렷한 기능성 옷에서 시작해, 긴 역사를 살고 그 속에서 계속 변화하며 현대까지 유지되는 옷들을 보면 지금을 살고 있는 나로서는 매우 감회가 새롭고 옷에 대한 애정이 배가되는 느낌이다. 초록빛 광택을 차르르 뽐내며 존재감을 어필하는 항공점퍼, 언젠가는 나도 하나 겟하리라.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스티브 맥퀸이 1980년, 탐 크루즈가 1987년, 숀 펜과 케빈 코스트너가 1988년, 마이클 더글라스가 1992년에 MA-1 재킷을 입고 영화에 등장해 더욱 인기몰이를 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 시대의 패션 힙쟁이 카니예 웨스트도 즐겨 착용한다고! 여러 시대를 관통하며 많은 유명인사와 패션피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캐주얼의 대명사, 앞으로도 멋진 콜라보로 더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tmi. 재킷과 아이들

1) 재킷(자켓) = 앞이 터지고 소매가 달린 짧은 상의를 일컬음. 코트보다 얇고 타이트하다.
2) 점퍼(잠바) = 재킷 중에서 품이 넉넉하고 활동성이 좋은 것들.
3) 바람막이(윈드브레이커) = 재킷 중에서 바람이나 비로 인한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한 가벼운 것들.
4) 블레이저 = 재킷 중 금속 단추와 가슴에 패치포켓에 달린 엠블럼 등이 특징인 것들.
5) 블루종 = 짧은 재킷.
6) 사파리 재킷(부시 재킷) = 본래 사파리 여행을 위해 제작된 옷으로, 바지나 반바지와 짝을 이루어 사파리 슈트로 구성된다. 전통적으로 가볍고, 카키색이며, 벨트, 견장, 다양한 종류의 포켓으로 구성된다.
7) 패딩(다운재킷) = 솜깃털을 충전재로 사용한 방한 용도의 상의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