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이런저런 감상들
그야말로 '핫한' 두 브랜드가 다시 뭉쳤다. 프랑스 의류 브랜드 '메종키츠네(Maison Kitsune)'와 국내 의류 브랜드 '아더에러(Ader error)'의 이야기다. 최근 두 번째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발매되면서, 두 브랜드 모두 관심 있게 지켜보던 내 인스타 피드도 덩달아 뜨거워졌다. 작년 첫 콜라보 이후 메종키츠네는 가로수길에 국내 첫 쇼룸 겸 카페를 선보였고, 아더에러 역시 퓨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었기에 지난번보다 더한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메종키츠네를 상징하는 여우 캐릭터는 아더에러와 만나 다시 한번 푸른 털로 변모했고, 사람들은 파랗게 물든 여우가 그려진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길게 길게 줄을 늘이고 있다.
두 브랜드 중 내가 더 유심히 지켜보는 브랜드는 아더에러. 탄생한 지 막 5년째인 신생 브랜드지만, 업계 종사자나 캐주얼 패션 관심자라면 이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매번의 콜라보레이션 소식에 업계가 떠들썩하고, 잦은 품절로 인해 제품은 품귀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차분한 것 같으면서도 장난스러운 무드, 베이직하면서도 과감한 컬러 선택이 돋보이는 다양한 오버핏/캐주얼 의류들은 깔끔하면서도 색다른 스타일을 찾는 젊은 층에게 강력하게 어필되고 있다. 그런 아더에러와 메종키츠네의 만남은 100과 100이 만나 500을 만들어내는 듯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아더에러와 메종키츠네는 문득 봤을 때 서로 닮은 점이 많아 보인다.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베이직한 무드, 과하지 않고 센스 있는 로고 플레이, 과감하게 시도된 스타일링과 기존의 틀을 깨는 독특한 행보들, 그리고 꽤나 비싸게 책정되는 가격까지도. 메종키츠네는 여우를, 아더에러는 쨍한 블루 컬러를 고유의 아이덴티티로 내세워 각자의 색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에 그들이 풀어내는 룩북은 매번 흥미로웠고 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결합해 녹여냈을 때도 시너지가 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평소 두 브랜드를 각각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더 큰 자극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작년부터 아더에러가 퓨마와 진행했던 콜라보레이션은 메종키츠네와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더에러와 메종키츠네가 서로 동등한 느낌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면, 퓨마는 일단 아더에러의 덕을 많이 본 듯한 느낌이다. 나의 시선에서는 콜라보 제품에서 퓨마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는 요소는 영어 로고 'puma' 가 유일했으며 전체적인 디자인과 배색은 모두 아더에러의 분위기가 강하게 풍겼다. 하지만 그래서일지.. 조금 더 일찍 콜라보 상품에 관심 가지지 않았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눈이 즐거운 룩북이긴 했다. 평소 퓨마의 제품을 잘 구입하지 않는 나도 콜라보 제품은 구입했기 때문에, 퓨마도 매출에 있어서는 긍정적이지 않았을까?
브랜드 간의 콜라보레이션이 성공적이었다면 두 브랜드의 매출 상승 또한 당연해 보인다. 정말 의아하고 이상한 콜라보가 아닌 이상, 한 브랜드에게 혹은 콜라보에 참여한 모든 브랜드에게 높은 매출과 브랜드 가치 상승을 선사할 수 있는 판매 전략임에는 분명하다. (가격도 같이 상승하는 게 흠이기는 하지만) 며칠 전 10년 이상 지속된 기성 브랜드와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가 콜라보 협업을 할 때의 애로사항에 대해 쓴 사설을 접했다. 보통 기성 브랜드가 젊은 고객의 유입을 위해 신생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는데 신생 브랜드들의 요구사항이 생각보다 까다로워 꽤나 애를 먹는다는 내용이었다. 내부 사정은 당연히 모르지만 이 대목을 읽고 왠지 모르게 아더에러와 퓨마가 떠올랐다. 소비자로서 제품을 봤을 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콜라보가 동등한 입장에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매 시즌 온전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참 고된 일인데 하나부터 끝까지 타 브랜드와 조율을 거쳐야는 콜라보는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도 사설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크루'라는 키워드에서 소재를 얻었다. 하나의 브랜드를 탄생시키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업계에 있는 전문가가 서로 모인 집합체를 '크리에이티브 크루'라고 부른다. 오늘 소개한 브랜드 아더에러도 사실은 패션, 인테리어,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모인 크리에이티브 크루가 탄생시킨 브랜드이다. 쇼룸에서 진행된 범상치 않은 전시와 인테리어, 다양한 요소를 믹스 매치해 신선함을 주었던 룩북 등에서 보여준 신선함은 크리에이티브 크루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당연한 산출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크리에이티브 크루에 대한 글을 깊게 다루고 싶었지만, 아직은 내공이 부족하여 오늘은 평소 애정 어리게 지켜보던 아더에러를 통해 본 콜라보레이션 이야기를 풀어내 보았다. 패션 업계에 불고 있는 이런 신선한 바람이 참 좋다.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아더에러를 비롯해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크루의 행보를 계속 기대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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