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소한 Apr 30. 2021

힙플, 핫플투어 포기선언

핫플 투어가 적성에 안 맞는 사람도 있어요


Ep 1. 달달하려고 먹는 도넛, 씁쓸해진 이유는


샤넬백 줄 서듯 기다려야만 맛볼 수 있는 도넛이 있다. 노란색과 분홍색 박스가 교차로 쌓여 시선을 끄는 이 가게. 역시나 주문을 위해서는 대기번호를 뽑아야 한단다. 설마 하며 모니터를 터치하니 이미 내 앞에 주문을 예약한 사람은 60명 이상...! 그때까지 내가 먹을 도넛이 남아있긴 할까? 쇼윈도에 진열된 도넛들은 그다지 특별보이지 않는다.


2시간이 지나서야 순서가 돌아온다. 하지만 처음부터 찜했던 딸기와 생크림이 들어간 도넛은 앞에서 품절. 실망스러움을 뒤로하고 대체할 도넛을 고르니 2~3인 식사비를 웃도는 금액이 찍히고, 영수증과 함께 받아 든 색색의 브랜드 스티커를 보며 묘한 감정이 든다. 집에 와서 맛을 보니 3개 2000원짜리 동네 꽈배기가 더 입에 맞았다는 씁쓸한 결론에 이른다.


Ep 2. 인플루언서 그녀가 추천한 숙소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의 블로그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늘 아름다운 그녀가 서 있는 배경에 눈이 간다. 이 장소 어디예요? 이 식당 어디예요? 많은 문의 댓글을 예상해서인지 그녀는 모든 상호명을 적어두고 강력한 추천을 날렸다. 마침 계획하던 여행 일정이 있어 그녀가 머물렀던 숙소를 예약했다. 상대적으로 비싸기는 했지만 방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함마저 든 건 무슨 일일까.


당일 그 예쁜 숙소에 가보니 객실에 TV가 없다. 주인 분께 여쭈어보니 원래 그런 컨셉인데 모르고 오셨냐는 식의 답변이 돌아온다. 숙소에 도착하면 짐 풀고 TV부터 켜서, 잠들기 전까지 TV를 끄지 않는 나에게는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는 숙소였다. 설상가상으로 그녀가 맛있다고 언급했던 그 감자전은 내 입맛에 영 별로. 짧았던 그 여행은 참 불편하고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인데, 다른 사람으로 사는 느낌


위 두 사례는 모두 내가 겪은 경험이다. 아직도 잘 나가고 있을 도넛 브랜드와 숙소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인기 있는 많은 것들이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부분을 인정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이너 한 취향일까?) 오히려 숙소의 경우,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무턱대고 예약했던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언제부터 나는 크고 작은 결정들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 채 살게 된 걸까?


인플루언서와 그들의 브랜드, SNS 속 화려한 소식들에 푹 빠져 지내면서부터 내 지도 앱과 메모 앱은 타인의 추천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카페, 식당, 숙소, 브랜드 매장, 구매하는 옷들까지. 때로는 나에게 어울리거나 맞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들도 새로운 경험이라는 명목 하에 애썼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것들도 있지만, 그보다 많은 것들은 켜켜이 작은 실망으로 쌓여 오히려 내 에너지를 갉아먹었다.




사소한 변화를 시작할게요


꽤 오래 지난 시간들로 비로소 깨달았다. 이제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조금 바꿔봐도 좋겠다고. 타인이 대신 선택해주는 일상을 천천히 벗어나 보자고. '트렌드'나 '핫'하고 '힙'한 것들은 나와 그다지 가깝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흉내 내 보고 싶었다는 걸 인정한다. 충분히 흉내 내 보았고 새로운 깨달음도 얻었으니 후회 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이렇게 깊게 빠져있지 않았다면 헤어 나오지도 못했을 거라 생각하며!


2주 동안의 구체적인 행동 변화와 함께

다음 글에 담아 만나 뵐 것을 약속해요!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소한 Brunch, 잠시 쉬다 올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