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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플, 핫플투어 포기선언

핫플 투어가 적성에 안 맞는 사람도 있어요

by 사소한


Ep 1. 달달하려고 먹는 도넛, 씁쓸해진 이유는


샤넬백 줄 서듯 기다려야만 맛볼 수 있는 도넛이 있다. 노란색과 분홍색 박스가 교차로 쌓여 시선을 끄는 이 가게. 역시나 주문을 위해서는 대기번호를 뽑아야 한단다. 설마 하며 모니터를 터치하니 이미 내 앞에 주문을 예약한 사람은 60명 이상...! 그때까지 내가 먹을 도넛이 남아있긴 할까? 쇼윈도에 진열된 도넛들은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2시간이 지나서야 순서가 돌아온다. 하지만 처음부터 찜했던 딸기와 생크림이 들어간 도넛은 내 앞에서 품절. 실망스러움을 뒤로하고 대체할 도넛을 고르니 2~3인 식사비를 웃도는 금액이 찍히고, 영수증과 함께 받아 든 색색의 브랜드 스티커를 보며 묘한 감정이 든다. 집에 와서 맛을 보니 3개 2000원짜리 동네 꽈배기가 더 입에 맞았다는 씁쓸한 결론에 이른다.


Ep 2. 인플루언서 그녀가 추천한 숙소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의 블로그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늘 아름다운 그녀가 서 있는 배경에 눈이 간다. 이 장소 어디예요? 이 식당 어디예요? 많은 문의 댓글을 예상해서인지 그녀는 모든 상호명을 적어두고 강력한 추천을 날렸다. 마침 계획하던 여행 일정이 있어 그녀가 머물렀던 숙소를 예약했다. 상대적으로 비싸기는 했지만 방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함마저 든 건 무슨 일일까.


당일 그 예쁜 숙소에 가보니 객실에 TV가 없다. 주인 분께 여쭈어보니 원래 그런 컨셉인데 모르고 오셨냐는 식의 답변이 돌아온다. 숙소에 도착하면 짐 풀고 TV부터 켜서, 잠들기 전까지 TV를 끄지 않는 나에게는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는 숙소였다. 설상가상으로 그녀가 맛있다고 언급했던 그 감자전은 내 입맛에 영 별로. 짧았던 그 여행은 참 불편하고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인데, 다른 사람으로 사는 느낌


위 두 사례는 모두 내가 겪은 경험이다. 아직도 잘 나가고 있을 도넛 브랜드와 숙소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인기 있는 많은 것들이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부분을 인정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이너 한 취향일까?) 오히려 숙소의 경우,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무턱대고 예약했던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언제부터 나는 크고 작은 결정들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 채 살게 된 걸까?


인플루언서와 그들의 브랜드, SNS 속 화려한 소식들에 푹 빠져 지내면서부터 내 지도 앱과 메모 앱은 타인의 추천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카페, 식당, 숙소, 브랜드 매장, 구매하는 옷들까지. 때로는 나에게 어울리거나 맞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들도 새로운 경험이라는 명목 하에 애썼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것들도 있지만, 그보다 많은 것들은 켜켜이 작은 실망으로 쌓여 오히려 내 에너지를 갉아먹었다.




사소한 변화를 시작할게요


꽤 오래 지난 시간들로 비로소 깨달았다. 이제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조금 바꿔봐도 좋겠다고. 타인이 대신 선택해주는 일상을 천천히 벗어나 보자고. '트렌드'나 '핫'하고 '힙'한 것들은 나와 그다지 가깝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흉내 내 보고 싶었다는 걸 인정한다. 충분히 흉내 내 보았고 새로운 깨달음도 얻었으니 후회 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이렇게 깊게 빠져있지 않았다면 헤어 나오지도 못했을 거라 생각하며!


2주 동안의 구체적인 행동 변화와 함께

다음 글에 담아 만나 뵐 것을 약속해요!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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