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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Oct 04. 2021

생각이 길어질수록 놓치는 것

결과는 모르겠고 일단 시작하는 '용기'에 대하여

2020년 도쿄올림픽 펜싱 단체전을 보고 있었다. 마지막 몇 초 남지 않은 상황, 우리나라 대표팀에게 역전이란 드라마를 안겨줄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 선수는 계속해서 헛점을 노려보고자 했었는지 몰라도 계속해서 방어만 해댔다. 그 모습을 중계하던 해설자가 한 마디 했다.


'이러면 안되요. 계속 공격을 시도해야 가능성이 있는겁니다. 생각이 길어지면 용기는 달아나요.'


결국 경기는 많은 점수차를 좁히지 못한 채 패배하였고 카메라는 그들이 고개숙인 모습을 비추며 경기를 마쳤다. 경기는 패하였지만 내 귓속엔 해설자가 던진 그 말이 남았다. 나의 짧지 않은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은 대부분 급하게 결정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심사숙고한 일들이 더 많았다. 그 중에 부동산도 있지.


비교적 오랜 시간을 두고 생각에 생각을 하던 나를 보고 누구는 생각이 깊다하였고, 다른 이는 너무 우유부단한 건 아니냐하곤 했다. 어차피 양자택일인데 50%의 확률을 스스로 걷어찬 일도 수두룩했다. 그리곤 문제를 만들고 회피하곤 했다.


인생은 문제해결의 연속이지만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놓고 해결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다. 인간관계, 구매, 결정에 필요한 모든 논리적, 이성적 사고는 동작하지만 행하지 않으면 머릿속 관념에 불과하다. 


30일 달리기를 시작해놓고 날씨가 안 좋아 몇 번 핑계로 뛰질 않았더니 쉽사리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괜히 몸도 더 아픈거 같고 부상당하는 건 아닌가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해오고 있다. 올해도 100일이 채 남지 않았다. 100일 목표를 세워도 2021년 실적으로 귀속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실 의지는 행동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할 뿐 당장 나가지 않으면 목표한 것을 이룰 수 없다. 다음번엔 더 큰 의지를 세워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 펜싱 해설자의 말을 다시금 되새기며 핑계대지 말고 일단 뛰어야겠다. 내일은 아침에 비가온대도 일단 나가는거다. 그 누군가의 말을 인용해보면,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시작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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