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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Sep 16. 2021

경력으로 들어왔어요

성골이면 어떻고 진골이면 어떤가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그 해 그날. 석사과정을 마치고 2년의 경력을 인정받아 입사한 첫 회사의 첫 날이 생각난다. 어색한 동기 입사자들과 인사도 못 했는데 곧장 배정받은 팀이 있는 건물로 이동을 했다. 이동하기 전 인솔자의 한 마디. 


'여러분들은 기수로 따지면 7.5기 정도됩니다. 그러니 서로 잘 이해하고 지내시길 바랍니다.'


공채는 아니고 경력으로 들어온 입사자니 쩜오(.5)기수라고 하신다. 난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배, 동생들과 지내면서 간간히 신경이 쓰일줄은 전혀 몰랐다. 모두가 서먹서먹한 시기에 나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은 학교, 지역, 기수를 물어왔다. 그리 대단한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서울에 나고 자란 것도 아니다. 그냥 회사에서 한 역할을 하기 위해 들어온 존재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매년 고과가 발표되고 임원의 승진 여부에 따라 사람들은 어디 출신이네, 어느 학교 출신이네 하며 잡다한 이야기를 시시콜콜 꺼내며 진지하게 대화하곤 했다. 난 뭔가 미운오리마냥 느껴졌다. 왜냐하면 그들과 아무런 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대학 출신은 나뿐이고 내 고향 출신은 찾기 어려웠다. 항상 겉돌을 수 밖에 없었고 인정받지 못하는 건 아닐까 내심 생각했다.


2년 전 퇴사 후 재취업을 한 곳은 정부부처였다. 기술전문가라는 직함을 달고 내놓으라 하는 대기업 출신의 임용 동기들과 함께 1년을 지냈다. 평소에는 잘 몰랐지만 가끔씩 그들이 자신의 예전 직장을 이야기하며 같이 추억하던 공간을 언급하며 웃을 때면 난 그냥 따라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기존 정식 공무원분들도 그들의 전직장에 대한 체계, 문화, 급여 등에 관심이 많았다. 난 그저 내 일에 전문성을 발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1년여 생활을 하고 또 다시 임기제로 임용된 곳에서는 이전과 같이 인사에 관심이 많다. 고시 출신과 비고시출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한다. 은근히 경력채용으로 들어온 분들에 대한 이야기도 간간히 들린다. 어찌보면 자격지심일 뿐이라 할 수도 있지만 때론 현상은 진실과 가까울 수 있다. 난 그 어떤 고시도 치루지 않고 경력으로 임용된 것 뿐인데도 괜히 이분법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저 담담해지려 노력한다. 


어떻게해도 내 출신은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지난 경력과 경험을 활용해 이 조직에 도움이 될 일을 찾고 해내는 것 뿐이다. 


성골이면 어떻고 진골이면 어떠랴. 우린 같은 공간에서 하루를 치열하게 이겨내야 하는 미생일 뿐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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