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기억을 모아 삶을 꾸려간다.

by 사언

냉골인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몇 번을 고쳐 쓰고서도 만족스럽지 않아 슬퍼하기 일쑤다. 나는 약디 약았기에 자리를 옮기면 어떨까, 핑계를 댄다. 결국 없는 통장을 짜내 인적 드문 카페로 들어간다. 식어빠진 커피를 마시며 글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다가도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만다.


피를 토하는 심경이어도 모자랄 것을, 어찌 나는 이리도 나태한가.


나에 대해 생각한다. 깊게 갈 것도 없다. 구겨진 원고와 잔고 없는 통장, 30년 된 아파트가 금세 떠오르니. 그 초라함에 나태를 조금 얹으면 바로 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서른다섯의 나. 오늘의 내가 부끄럽냐, 묻는다면 대번 고개를 끄덕일 테다. 어찌하여 여태 일궈낸 것 하나 없이 시간을 버렸는가.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살아간다.


진실로 나를 지탱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십여 년 전, 친구와 나누었던 가벼운 대화. 정성 담긴 면양말 선물. 아린 손 끝을 녹여주던 강아지의 혀.

별 것도 아닌 것들. 흔하게 잊힐 것들. 그런 기억들.


그런 기억을 모아 삶을 꾸려간다. 고작 한 줄의 기억이 나를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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